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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막 있던 자리에 기억공간…“세월호 치유공간 됐으면”

18일 오전 10시40분 서울 광화문광장의 세월호 천막 주위로 울타리가 쳐졌다. 천막 14개 동 철거가 시작됐다. 집기가 먼저 밖으로 나왔다. 천막 바닥·벽·기둥 등을 뜯었다. 2시간 만에 2m 높이의 목재가 쌓였다. 나무·벽돌·생활도구 등 폐기물이 10t가량 나왔다. 이 가운데 5t가량은 종로구청에서 수거해 재활용할 예정이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세월호 천막은 4년8개월 만에 철거됐다. 세월호 유가족은 2014년 7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기 위해 천막을 세웠다. 조문객은 120만 명(유가족 추산 200만 명)이 다녀갔다. 정성욱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진상규명부장은 “분향소가 사라져 아이들이 한 명씩 잊혀질까 봐 힘들지만 광화문광장이 아픔의 공간이 아닌 치유와 기억의 공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철거한다”고 말했다.
 
천막 14개 동 중 12개 동은 올 5월 개관하는 서울기록원(서울 은평구)에 보관한다. 분향소가 있던 천막 2개 동과 노란 리본 조형물은 경기도 안산시 가족협의회 사무실에 보관한다. 희생자 304명 중 289명의 영정은 서울시청 신청사 서고에 보관 중이다.
 
천막 자리에는 현재의 절반 크기(79.98㎡)의 ‘기억·안전 전시공간’(이하 기억공간)이 조성돼 다음달 12일 문을 연다. 기억공간에는 2억원이 들어간다. 서울시는 이 공간을 올해 말까지 운영한다. 내년 초에는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공사를 시작하기 때문이다.
 
일부 유가족은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피켓 시위를 벌였다. 유가족 윤경희(43)씨는 “서울시가 설치하는 전시공간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뤄지기 전까지 계속 광화문광장에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천막이라도 칠 것이다”고 말했다.
 
시민의 반응은 엇갈렸다. 한 시민(68·경기도 광명시)은 “손자·손녀 또래의 아이들이어서 마지막 모습을 보기 위해 나왔다. 평소에도 생각날 때마다 왔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직장인 이상훈(42)씨는 “광장이 시민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출하는 공간이 됐었다는 데 의미가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에 대학생 이동건(20)씨는 “왜 추모 장소가 꼭 광화문광장이어야 했을까 의아했었는데, 전시 공간을 또 만든다니 사실상 제2의 천막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대학생 민중하(20)씨는 “광화문에서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려면 천안함 폭침으로 희생된 군인들도 함께 추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수 성향의 유튜버 10여 명은 철거 현장을 실시간으로 전했다. 이들은 “천막으로 위장한 가건물이다” “세금이 아깝다” “박원순 내 돈 내놔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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