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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호준의 골프 인사이드] 낚시꾼 스윙은 늦깎이 최호성의 투쟁이다

최호성(가운데)이 케냐 전통무용 공연을 관람한 뒤 출연자들과 기념 촬영을 했다. [나이로비=성호준 기자]

최호성(가운데)이 케냐 전통무용 공연을 관람한 뒤 출연자들과 기념 촬영을 했다. [나이로비=성호준 기자]

유러피언 투어 케냐 오픈에 참가한 최호성(46)은 지난 16일 케냐의 전통 무용 공연을 관람했다. 그는 공연 중 기자에게 몇 번이나 “저 사람들이 골프를 했다면 정말 잘했을 것이다. 무용수들이 유연하고 힘도 좋다”고 감탄했다. 그는 공연이 끝난 뒤 무용수들과 악수하고 함께 사진도 찍었다.
 
최호성은 특이한 스윙폼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우스꽝스러워 보이기도 하는 그 스윙 덕에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도 나가고 유러피언 투어의 초청을 받아 아프리카 케냐에서 열린 골프대회에도 출전했다.  
 
그의 낚시꾼 스윙은 팬들의 관심을 낚아채기 위해 일부러 취하는 과장된 포즈, 즉 할리우드 액션이 아닌가 하는 의심도 있었다. 지난해 11월 최호성이 우승한 일본 프로골프투어 카시오 월드 오픈 3라운드가 끝난 뒤 일본 TV 해설가인 코야마 타케는 최호성의 폼을 지적하면서 “분명히 일부러 그러는 것이다. 고의로 춤을 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도 “임팩트까지 스윙은 좋지만, 폴로스루는 과하다”고 했다.  
 
기자도 최호성의 스윙 후 동작은 심리적으로는 몰라도, 물리적으로는 효과가 없다고 생각했다. 공이 떠나고 나선 방향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그래서 당구를 칠 때 공이 다른 방향으로 가기를 기대하고 몸을 돌리는 것과 비슷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최호성의 낚시꾼 스윙은 재미있다. 때론 지루하게 느껴지는 골프라는 스포츠를 위해서도 이런 개성은 필요하다. 그러나 팬들의 즐거움을 위해 일부러, 혹은 공이 다른 방향으로 가기를 기대하고 당구장에서 그러는 것처럼 몸을 움직인다고 얘기하는 것이 더 진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유연한 아프리카 무용수를 부러워하는 최호성의 모습을 보면서 내 생각이 틀릴 수도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는 이렇게 답했다. “다른 선수들처럼 어려서부터 정통 교육을 받았으면 훨씬 좋았겠죠. 스무 살 넘어서 독학하다 보니 한계가 많아요. 백스윙뿐만 아니라 폴로스루에서도 어깨가 다른 선수만큼 회전하지 못하고, 아무래도 몸이 딱딱하니까….”
 
그렇게 하지 않고도 거리도 많이 나고,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면 안 하고 싶다는 뜻이었다. 최호성은 “낚시꾼 스윙은 공에 회전을 줄 때 필요하고, 미스샷이 됐을 때 몸을 돌려 보정하는 역할도 한다”고 설명했다.
 
낚시꾼 스윙 말고도 최호성의 특이한 동작이 있다. 티잉 그라운드에서 드라이버를 서서히 높이 치켜들면서 정면에서 헤드를 바라보는 것이다. 어떤 의식을 치르는 것 같다.  
 
그가 주로 활동하는 일본에서는 야구 선수 이치로의 스윙 루틴과 비슷하다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역시 최호성이 쇼를 한다는 쑤군거림이 나온다. 최호성은 “그립과 헤드 페이스의 일체감을 느끼기 위해 하는 것이다. 한 번 팔을 치켜들고 나면 어깨 회전도 잘 된다”고 말했다.
 
말수 적은 최호성은 내친김에 2017년 일본 투어에서 출전권을 잃을 위기에 몰렸다가 시즌 막판 준우승을 차지한 뒤 부인과 호텔에서 펑펑 울었던 일화도 전했다. 지난해 한국 오픈 예선전에선 마지막 홀 칩샷 이글로 본 대회에 참가자격을 얻었다. 그런데 그 대회에서 낚시꾼 스윙으로 주목을 받고, 일본에서 6년 만에 우승했다. 더구나 미국에 처음 가본 시간이 꿈만 같다고도 했다.
 
최호성은 “케냐 사파리 투어에서 보고 싶었던 하이에나를 보지 못해 아쉽다”고 했다. 기자는 사자나 치타처럼 멋져 보이지는 않지만, 강한 생명력을 가진 하이에나에서 최호성이 자신의 모습을 보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도 했다.
 
낚시꾼 스윙은 최호성의 투쟁이다. 늦깎이로 시작해 아직도 꿈을 위해 싸우고 있는 40대 아저씨의 투쟁이다. 그의 얘기를 들으면서 임팔라(아프리카산 영양)처럼 경쾌하고 힘차게 점프하는 케냐 무용수들보다 최호성의 ‘아재 스윙’이 더 아름답다고 생각하게 됐다.
 
성호준 골프팀장(케냐 나이로비)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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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