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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스페인 총선 앞두고 최저임금 대폭 인상

페드로 산체스. [EPA=연합뉴스]

페드로 산체스. [EPA=연합뉴스]

일자리 상황이 좋지 않은데도 최저임금을 파격적으로 올린 그리스와 스페인의 정책 실험이 주목받고 있다. 그리스와 스페인의 좌파 성향 정부가 ‘정통 경제학(economic orthodoxy)’에 배치되는 경제정책에 베팅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7일(현지시간) 전했다.
 
그리스와 스페인은 올해 들어 최저임금을 큰 폭으로 인상했다. 그리스는 1월부터 지난해보다 최저임금을 11% 올렸다. 카페에서 일하는 종업원 월급이 대략 586유로(약 75만원)에서 650유로(약 83만원)로 올랐다. 스페인은 22% 올렸다. 최저임금이 월 736유로(약 94만원)에서 900유로(약 115만원)로 뛰었다.
 
실업률이 높은 유럽에서도 두 나라 실업률은 독보적이다. 유럽연합(EU) 통계서비스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지난 1월 그리스 실업률은 18.5%, 스페인은 14.1%였다. 독일(3.2%)·네덜란드(3.6%)는 물론 유로존 평균(7.8%), EU 평균(6.5%)보다도 두 배 이상 높다.
 
높은 실업률에도 불구하고 그리스와 스페인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이 경제 성장과 고용에 긍정적 효과를 주고 지지층 결집에도 도움이 된다며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스페인은 다음 달, 그리스는 오는 10월 총선을 앞두고 있다.
 
유럽의 경제 약체로 꼽히는 그리스와 스페인 경제는 서서히 회복 중이다. 그리스는 8년에 걸친 구제금융 지원에서 지난해 8월 졸업했다. 유로존 도움으로 금융위기에서 벗어난 스페인 경제는 회복세가 더 뚜렷하다. 유로존 금융당국은 그리스와 스페인에 임금을 내려 고용을 늘리고 수출을 키우라고 권고했지만, 양국 모두 최저임금 인상으로 정반대 길을 택했다.
 
양국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득이 증가하면 소비가 늘고, 이로 인해 경제가 성장하고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스페인 마드리드의 싱크탱크인 푼카스의 레이몬드 토레스 이코노미스트는 “최저임금 인상이 더 완만했으면 좋았겠지만, 그리스와 스페인 모두 최저임금이 중위 소득의 60% 이하 수준인 만큼 인상 폭을 충분히 흡수할 여력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두 나라처럼 실업률이 높은 경우 최저임금을 올리면 일자리가 더욱 줄어들 수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파노스 차크로글로 아테네대 경제학과 교수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최근의 실업률 하락세를 멈추거나 실업률을 다시 끌어올릴 수 있다”면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소비 증가는 그 영향이 매우 단기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WSJ은 “일반적으로 경제 성장세가 탄탄할 때 완만한 최저임금 인상은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전했다. 2014년 최저임금을 도입한 독일에서 고용률 증가 추세가 줄어들지 않은 게 좋은 예다. 주류 경제학자들은 경제 성장세와 인상 폭에 따라 최저임금 인상의 경제 효과가 결정된다고 본다.
 
스페인은 지난해 최저임금을 4% 인상했다. 2017년에는 8% 인상했다. 연속 인상에도 실업률 하락 추세가 이어지자 정부는 더 자신감을 갖고 밀어붙이고 있다. 문제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일자리 충격이 취약계층을 더 힘들게 한다는 점이다. 스페인 싱크탱크 페디아의 노동경제학자 마르셀 잰슨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학력·성인 근로자보다는 젊은 층, 취약 계층이 일자리를 구하는 데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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