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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 같아서” 마지막 배웅 VS “세금 아깝다” 성토

광화문광장 세월호 천막, 18일 철거 현장
 
18일 오전 10시 40분 서울 광화문광장의 세월호 천막 주위로 울타리가 쳐졌다. 울타리 주변엔 경찰 10여 명이 배치돼 시민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막았다. 안전모를 쓴 작업자 20여 명은 3~4명씩 무리지어 천막들로 흩어졌다. 천막 14개동 안에 있던 집기들이 먼저 밖으로 나왔다. 세월호 유가족 등이 사용한 장판·이불·주전자 등의 생활 도구가 천막 앞 바닥에 쌓였다. 이후 천막 바닥·벽·기둥 등을 뜯었다. 
 
철거 시작 2시간 만에 이렇게 천막 밖으로 나와 쌓인 목재의 높이가 2m가 넘었다. 이렇게 나온 나무와 벽돌들은 집게차가 2.5t트럭 등에 실어 날랐다. 천막 철거 작업은 오후 5시 30분쯤 마무리 됐다. 나무·벽돌·생활도구 등이 10t가량 나왔다. 이 가운데 5t가량은 폐기물 처리됐고, 나머지는 종로구청에서 수거해 가 재활용해 사용할 계획이다.  
서울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세월호 천막이 4년8개월 만인 18일 모두 철거됐다. 천막이 있던 광화문광장에는 79.98㎡ 규모의 '기억 안전 전시공간'이 조성된다. 김상선 기자

서울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세월호 천막이 4년8개월 만인 18일 모두 철거됐다. 천막이 있던 광화문광장에는 79.98㎡ 규모의 '기억 안전 전시공간'이 조성된다. 김상선 기자

세월호 유가족이 세운 세월호 천막 14개동 모두 자진 철거됐다. 4년8개월 만이다. 세월호 유가족은 2014년 7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기 위해 천막을 세웠다. 그 동안 천막을 다녀간 조문객은 서울시 추산 120만명, 유가족 추산 200만명이다. 정성욱 유가족협의회 진상규명부장은 “분향소가 사라져서 아이들이 한 명씩 잊혀질까봐 힘들지만, 광화문광장이 아픔의 공간이 아닌, 치유와 기억의 공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철거한다”고 말했다.
세월호 천막 철거 작업이 시작된 지 2시간 만에 목재들이 높게 쌓였다. 임선영 기자

세월호 천막 철거 작업이 시작된 지 2시간 만에 목재들이 높게 쌓였다. 임선영 기자

광화문광장을 떠난 세월호 천막 14개 동 중 12개 동은 올 5월 정식 개관하는 서울기록원(서울 은평구)에 보관된다. 이병욱 서울시 총무과 서무팀장은 “영구적으로 보관할지, 한시적으로 할지 논의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분향소가 있던 나머지 2개 동과 노란 리본 조형물은 경기 안산시 유가족협의회 사무실에 둔다. 분향소에 있던 304명의 영정 대부분은 서울시청 신청사 서고에 보관돼 있다. 
서울 광화문에 설치된 세월호 천막이 4년 8개월 만인 18일 유가족 측의 합의에 따라 모두 철거됐다. 김상선 기자

서울 광화문에 설치된 세월호 천막이 4년 8개월 만인 18일 유가족 측의 합의에 따라 모두 철거됐다. 김상선 기자

천막이 철거된 자리에는 현재의 절반 크기(79.98㎡·24평)로 ‘기억·안전 전시공간’(이하 기억공간)이 조성돼 다음달 12일 문을 연다. 기억공간의 조성·운영에는 올해 예산 2억원이 들어간다. 서울시는 이 공간을 올해 말까지 운영할 계획이다. 내년 초에는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공사를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억공간 공사가 19일 시작되면서 당분간 전시공간이 들어설 광장의 동측(교보빌딩 쪽)은 통행이 제한된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철거가 시작되기 전부터 세월호 천막의 마지막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시민들이 눈에 띄었다. 경기도 광명시에서 온 한 시민(68)은 오전 9시에 광화문광장에 도착해 철거 장면을 한참 동안 지켜봤다. 익명을 요구한 그는 “손자·손녀 또래의 아이들이여서 마지막 모습을 보기 위해 나왔다. 마음이 아프다. 평소에도 생각날 때마다 광화문광장에 왔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서울 광화문광장의 세월호 천막이 철거되기 전에 세월호 유가족들이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상선 기자

서울 광화문광장의 세월호 천막이 철거되기 전에 세월호 유가족들이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상선 기자

일부 유가족들은 철거되는 세월호 천막 앞에서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피켓 시위를 벌였다. 유가족 윤경희(43)씨는 “이번 철거로 천막이 아주 없어지는 게 아니라, 축소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시가 설치하는 전시공간은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이 제대로 이뤄지기 전까지 계속 광화문광장에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천막이라도 칠 것이다”고 덧붙였다.  

 
철거 현장에는 보수 성향의 유튜버 10여 명이 몰려 철거 현장을 실시간으로 전했다. 이들은 천막 철거를 지켜보면서 “천막으로 위장한 가건물이다” “세금이 아깝다” “박원순 내 돈 내놔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유튜버 안모(59)씨는 “참사는 슬프지만, 세월호 추모를 굳이 광화문 광장에서 하는 건 정치적인 목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18일 세월호 천막이 철거되면서 나온 나무와 벽돌 등의 폐기물을 집게차가 집어 트럭으로 나르고 있다. 김정연 기자

18일 세월호 천막이 철거되면서 나온 나무와 벽돌 등의 폐기물을 집게차가 집어 트럭으로 나르고 있다. 김정연 기자

세월호 천막의 바닥엔 벽돌들이 쌓여 있었다 천막을 바닥에 안정적으로 고정시키기 위해서였다. 김정연 기자

세월호 천막의 바닥엔 벽돌들이 쌓여 있었다 천막을 바닥에 안정적으로 고정시키기 위해서였다. 김정연 기자

천막 철거를 지켜보는 시민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직장인 이상훈(42)씨는 “광장이 시민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출하는 공간이 됐었다는 데 의미가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고등학생 최이지(18)양은 “왜 굳이 세월호 천막을 철거하는지 모르겠다. 이 천막이 사라지면 사람들이 희생자들을 잊을까봐 걱정된다”고 했다. 반면 대학생 이동건(20)씨는 “왜 추모 장소가 꼭 광화문광장이어야 했을까 의아했었는데, 전시공간을 또 만든다니 사실상 제2의 천막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대학생 민중하(20)씨는 “광화문에서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려면 천안함 폭침으로 희생된 군인들도 함께 추모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임선영·김정연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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