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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는 여성 기본권 침해"…인권위, 헌재에 위헌 의견서

지난해 5월 집회에 참여한 한 여성이 '모든 여성은 원하지 않는 임신을 중단할 권리가 있다' '내 몸이고 내 선택이다' 등의 문구가 쓰인 피켓을 들고 있다. 성지원 기자

지난해 5월 집회에 참여한 한 여성이 '모든 여성은 원하지 않는 임신을 중단할 권리가 있다' '내 몸이고 내 선택이다' 등의 문구가 쓰인 피켓을 들고 있다. 성지원 기자

 
헌법재판소가 심리 중인 낙태죄 헌법소원과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가 ‘낙태죄의 형사처벌은 여성의 자기결정권 등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공식 의견을 냈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는 17일 “낙태죄의 헌법소원에 관한 공식 의견서를 15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며 “낙태한 여성을 형법 제269조 제1항에 따라 처벌하는 것은 여성의 자기결정권, 건강권과 생명권, 재생산권 등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국가에서 낙태 스스로 판단할 권리, 국가가 보장해야" 
인권위는 “출산은 여성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사안인데, 낙태죄는 여성 스스로 ‘임신 중단’ 여부를 결정할 자유를 박탈해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며 “민주국가에서 낙태 역시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결정할 권리가 있고, 국가는 이를 보장해야한다”고 결정했다. 인권위는 또 “낙태죄는 모든 개인이 자녀 수‧출산 시기를 결정하고 수단을 얻을 ‘재생산권’을 침해한다”며 같은 내용으로 정부가 비준한 ‘여성차별철폐협약’에도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UN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서는 안전하지 않은 여성의 임신 중절이 모성 사망과 질병의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하면서 ‘낙태 합법화‧비범죄화‧처벌조항 삭제’를 권고한 적이 있다. 인권위도 “형법에서 낙태를 전면 금지하는 데다 모자보건법상 낙태 허용사유도 매우 제한적이라, 여성이 낙태를 선택할 경우 불법 수술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며 “불법 수술이라 부작용 발생 시에도 책임을 따져물을 수 없어 여성의 건강권‧생명권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고 밝혔다. 
 
"낙태죄는 국가 인구정책용... 생명 선별, 정당치 않다" 
인권위는 의견서에서 “낙태죄는 국가의 인구정책적 필요에 따라 작동 여부가 변해왔고, ‘모자보건법’상 우생학적 허용 조건을 남겨두는 등 생명을 선별해 낙태죄의 입법 목적이 정당하게 실현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더해 의견서는 “복지부의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에 따르면 임신 경험 여성의 19.9%가 학업‧직장 등 이유로 낙태를 했고, 연간 17만 건의 낙태수술이 이뤄진다”며 “낙태죄가 낙태 예방‧억제 효과가 있는지도 의심스럽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낙태를 형사처벌하지 않는 것이 바로 ‘낙태의 합법화’를 의미하지 않고, 사회적 논의를 통해 조화로운 해결을 모색할 수 있는데도 ‘낙태죄’ 조항이 생산적인 논의를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낙태죄 위헌 소송은 다음달 최종 위헌여부 결정을 앞두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낙태죄 위헌 소송은 다음달 최종 위헌여부 결정을 앞두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입법 66년 만에 두 번째 갈림길 선 '낙태죄' 
형법 269조에 규정된 ‘낙태죄’는 1953년 입법된 이후 제정된 당시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지난 2012년 헌재는 ‘여성의 요청에 의한 낙태 시술자를 처벌하는’ 형법 제270조 1항을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그러나 지난해 산부인과 의사 A씨가 ‘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제 269조 1항과 270조 1항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했고, 1년이 지난 현재 최종 결정을 앞두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이르면 다음달 낙태죄의 위헌 여부를 가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부 종교계에선 낙태죄 폐지에 반대하고 있어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다른 나라는 어떨까.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달 발표한 ‘2018년 인공임신중절(낙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 중 30개국은 사회경제적 사유로 임신중절을 허용했다. 한국을 비롯해 아일랜드·뉴질랜드·폴란드·칠레·이스라엘 등 6개 국가는 사회·경제적 사유로 낙태가 허용되지 않았다. 
 
이밖에 본인 요청에 의한 낙태 여부를 살펴보면 그리스·노르웨이 등을 비롯한 25개국은 이를 허용했다. 반면 이를 불허하는 곳은 한국을 포함해 아이슬란드·영국 등 11개국이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김태호 기자 kim.tae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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