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르포]24시간 철책 앞 찬바람은 옛말…과학화 경계의 현장

지난 13일 경기 연천 25사단 일반전초(GOP) 부대의 대대 지휘통제실. 가로 4.5m, 세로 4m 크기 비디오 월(Video wall) 안 12개의 화면은 이 부대의 책임 구간인 9.5㎞ 길이의 GOP 철책 부근의 상황을 쉴 새 없이 알리고 있었다.  
 
그런데 통제실 화면 속 철책엔 무장한 채 경계근무를 서는 장병이 보이지 않았다. 통제실로 들어오기 전 바로 밖 전망대에서 GOP 철책을 코앞에 두고 3㎞ 거리 북한군 GP를 눈앞에 마주한 풍경을 떠올리면 언뜻 이해가 가지 않을 법도 했다. 부대 관계자는 이곳이 52㎞ 떨어진 서울보다 31㎞ 거리의 개성이 더 가까운 최전방의 전략적 요충지라고 했다. 1974년 이곳에서 730m 떨어진 DMZ 내 지역에선 북한이 판 제1땅굴이 발견됐을 정도다. 그런데도 통제실 안에는 총 대신 수화기와 마우스를 번갈아 손에 쥐고 있는 장병 10여명이 이들 화면을 뚫어질 듯 응시할 뿐이었다.
 
화면 앞에서 "사각지대는 없다"
 
이런 풍경은 2016년 12월 GOP 과학화 경계시스템이 도입된 후 일상이 됐다. 장비 덕분에 장병들은 최전방에서 철책을 일일이 손으로 확인하며 24시간 능선을 오르내리지 않아도 된다. 부대 관계자는 “그러나 경계 체계에 사각지대는 절대 없다”며 “병력을 최소화한 경계가 어떻게 가능한지 비디오 월을 잘 살펴보면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오후 경기 연천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육군 25사단 장병들이 남방한계선 철책 점검을 하고 있다. 과학화 경계시스템 구축 이후 직접 철책으로 나가는 인원이 최소화돼 현재 4인 1조가 주야간 한 차례씩 점검 작업을 펼친다. 연합뉴스

지난 13일 오후 경기 연천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육군 25사단 장병들이 남방한계선 철책 점검을 하고 있다. 과학화 경계시스템 구축 이후 직접 철책으로 나가는 인원이 최소화돼 현재 4인 1조가 주야간 한 차례씩 점검 작업을 펼친다. 연합뉴스

비디오 월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돼있었다. 왼쪽은 열상감시장비(TOD), 가운데는 육군전술지휘정보체계(ATCIS)와 레이더, 오른쪽은 과학화 감시카메라 영역이었다. TOD와 레이더가 최대 15㎞ 전방의 사람과 차량의 움직임을 포착해내고, 중거리·근거리 감시카메라가 1㎞ 범위 안에서 철책을 집중 조망하면 ATCIS가 이를 군단급까지 공유하는 방식이다.  
 
이중 가장 역동적인 화면은 40여대의 카메라가 움직이는 비디오 월 오른쪽 부분이었다. 카메라 하나가 1분30초 동안 8개 장면을 촬영해 보내면서 9.5㎞ 구간을 빈틈없이 감시했다. 해당 대대를 총괄하는 소병훈 대대장(중령)은 “레이더와 카메라가 서로를 보완하고 있다”며 “여기에 광망까지 활용돼 과학화 경계시스템을 더 완벽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258㎞ GOP 철책을 전부 덮은 광망
 
GOP 철책 1.2㎞를 직접 걸으면서 광망과 카메라를 직접 살펴봤다. 가로·세로 10㎝의 하얀색 사각형 그물망 모양을 띠는 광망은 일정한 물리적 힘에 반응해 통제실에 경보를 울렸다. 광신호의 세기로 이상을 확인하는 원리다. 광망은 DMZ로 출입하는 통문에도 설치돼 3㎝ 이상 열리면 반응했다.  
 
군 관계자는 광망이 동·서 전 철책 258㎞ 구간을 촘촘히 덮고 있다고 했다. 설치 작업은 2014년부터 시작돼 2016년 12월 과학화 경계시스템이 완성되는 시점에 완료됐다. 소 대대장은 “광망이 설치되기 전엔 철책에 돌을 껴놓고 나중에 다시 와 외부 침입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13일 오후 경기 연천 GOP 철책의 모습. 철책에 흰색 그물망인 광망이 촘촘히 덮여있다. [육군 제공]

13일 오후 경기 연천 GOP 철책의 모습. 철책에 흰색 그물망인 광망이 촘촘히 덮여있다. [육군 제공]

카메라는 광망과 연동돼 움직였다. 한 장병이 시험 삼아 통문을 열어 광망 경보를 울리자 300m 떨어진 곳의 근거리 카메라가 고개를 틀어 해당 장면을 찍었다. 카메라와 광망의 협업은 고라니 등 야생동물의 접근을 실제 비상 상황과 구분해낼 때 특히 유용하다고 한다. 야생동물이 종종 광망을 물어뜯을 때가 있어 철책 곳곳엔 동물이 싫어하는 향을 풍기는 기피제가 페트병에 담겨 매달려있었다. 광망에 감지되지 않더라도 카메라는 사람의 움직임을 따로 포착한 뒤 고정촬영에 들어가기도 했다. 카메라가 특정 전투복 색상 등 화소 농도를 인식해 사람을 분류한 것이다.  
 
군은 과학화 경계시스템을 설명하는 내내 다중 경계를 강조했다. 탐지 범위 순서로 레이더, TOD, 카메라, 광망이4중 경계 체계를 이루므로 언제나 빈틈 없는 대비가 가능하다는 논리다. 감시시스템인 카메라, 감지시스템인 광망이 지휘통제실에서 통제시스템으로 가시화되고 이들이 과학화 경계시스템을 구성하는 구조도 일종의 다중 체계다.  
 
군은 또 과학화와 함께 병력 동원이 효율화됐다고 주장했다. 이곳 GOP 부대의 경우 과거 1개 경계초소 근무인력이 10명에서 2명으로 줄었다. 광망과 카메라에 특이 동향이 포착되면 바로 상황조치를 할 수 있는 병력만 남겼다.  
13일 오후 경기 연천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육군 25사단 수색대원들이 통문으로 이동하고 있다. 과학화 경계시스템이 구축된 이후에도 DMZ 내 추진 철책 점검은 하루 한 차례 장병들의 손으로 직접 이뤄진다. [육군 제공]

13일 오후 경기 연천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육군 25사단 수색대원들이 통문으로 이동하고 있다. 과학화 경계시스템이 구축된 이후에도 DMZ 내 추진 철책 점검은 하루 한 차례 장병들의 손으로 직접 이뤄진다. [육군 제공]

 
다만 필수적인 철책 경계 작업은 지금도 계속된다. 하루 주간과 야간 각 1차례씩 소대마다 4명이 직접 철책 점검에 나선다. GOP 부대와 별개로 수색대대의 DMZ 추진철책(DMZ 내 GP와 GP 사이를 잇는 철책) 정밀 점검도 하루에 한 번 2~3시간씩 이뤄진다. 이날도 2명의 병력이 통문을 열고, 좌·우측 2명씩 병력이 경계를 서는 동안 6명의 수색병력이 DMZ 안으로 투입됐다. 최신 중대장(대위)은 “병력을 아끼면서도 작전의 질은 더 향상됐다”며 “경계 근무 시간을 아끼는 대신 전면전 훈련, 대침투 훈련, 사격 훈련 등에 치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과학화 덕분에…GOP 부대 교대 없이 전역까지
 
군은 과학화를 통해 전방에서 가장 힘들다는 경계근무의 피로도를 줄이면서 장병들의 GOP 복무에 대한 인식이 상당 부분 개선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정 기간 근무 후 교대하는 GOP 근무 형태를 점차 줄여나가고 있다. 최 중대장은 “과거엔 병사들의 근무 부담을 고려해 8~12개월 주기로 GOP 부대가 교체됐다”며 “현재는 강원 철원을 기준으로 경기 등 서부 전선에선 병사들이 교대 없이 하나의 GOP 부대에 입대해 전역까지 마친다”고 말했다. 군은 앞으로 동부 전선에서도 교대 없는 복무 형태를 도입해나갈 계획이다.
 
연천=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