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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 미세먼지와 일본발 방사능 우려 사이에 낀 한국, ‘환경 외교’ 시험대

 올 들어 한반도에 들이닥친 미세먼지 사태는 한ㆍ중 간에 첨예한 외교 이슈로 떠올랐다. 지난 6일 문재인 대통령은 “중국에서 오는 미세먼지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중국 정부와 긴급대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그런데 다음날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이를 “한국의 미세먼지가 중국에서 온 것인지 충분한 근거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반박하며 외교적 결례라는 말이 나왔다. 이날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나서 재차 "중국 측 원인이 있다"고 지적했지만, 중국 정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서울의 초미세먼지가 세제곱미터당 160 마이크로그램까지 치솟으면서 역대 최고 수치를 기록한 5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출근길을 서두르고 있다. 2019.3.5. [뉴스1]

서울의 초미세먼지가 세제곱미터당 160 마이크로그램까지 치솟으면서 역대 최고 수치를 기록한 5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출근길을 서두르고 있다. 2019.3.5. [뉴스1]

 미세먼지에 더해 다음달 11일쯤에는 일본발 수산물 수입 문제가 가시화할 전망이다. 2011년 3월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태로 한국 정부의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의 최종 판단이 나오기 때문이다. 한국 측이 패소해 수입이 재개될 경우 신일철주금 등 강제징용 기업에 대한 손해배상에 이어 한·일 간에 갈등의 요소가 하나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중국발 미세먼지에 이어 일본발 후쿠시마 수산물 이슈가 동시에 들이 닥치면서 한국의 '환경 외교'가 시험대에 올랐다.  
 
 한ㆍ중 외교 변수된 미세먼지, 반기문 카드 부상
 한국에서 미세먼지 문제는 최근 재난관리법상 '사회적 재난'으로 분류될 만큼 심각하게 떠올랐지만 중국과의 네 탓 공방은 결론이 없는 상태다. 사실상 미세먼지 대책회의인 올해 1월 한·중 환경 협력 공동위에서도 양국은 입장 차이만 확인했다. 외교부·환경부에 따르면 중국 측은 이 자리에서 "2013년 이래 베이징 등 주요지역 대기질이 40% 이상 개선되는 등 중국 생태환경 전반의 질이 개선됐다"며 '람천보위전(藍天保衛戰·깨끗한 하늘 지키기 투쟁)'을 통해 2020년까지 산시·산둥성의 구체적인 감축 목표도 정했다"고 주장했다.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 [사진=신경진 기자]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 [사진=신경진 기자]

 반면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이 올해 1월 11~15일 실시한 한국의 초미세먼지(PM2.5) 농도 대기질 모델 분석에 따르면 여전히 중국ㆍ북한 등의 영향이 69~82% 가량 된다. 김순태 아주대 환경안전공학과 교수는 "한국도 미세먼지와 관련한 제도화는 2015년부터 시작됐다"며 "국내 요인과 중국, 북한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봐야하며, 원인 규명과 배출량 감축 목표 설정 등을 위해 객관적인 데이터를 축적하는 것이 첫번째 과제"라고 지적했다.  
 넘어야 할 산은 많다. 2017년 8월 한·중·일 환경부 장관은 미세먼지 원인규명을 위한 보고서(LTP)를 발간하기로 합의했지만, 중국 측이 "베이징의 대기 개선 데이터가 반영되지 않았다"며 반대해 지금까지 나오지 못 했다. 올해 11월 보고서를 발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작성 과정에서도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이를 바탕으로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기까지는 시일이 더 걸릴 수 밖에 없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범사회적 기구의 수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강정현 기자]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범사회적 기구의 수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강정현 기자]

 이 때문에 "미세먼지 문제를 고위급 외교로 격상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는 꾸준히 힘을 얻어왔다. 문 대통령이 일종의 '미세먼지 특사' 카드를 고려하는 이유다. 문 대통령은 지난 12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수장으로 하는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범국가적기구 구성을 검토하라는 주문을 했다. 반 총장도 15일 수락 의사를 밝힌 상태다.
 
 "후쿠시마 수산물, 日 합법적 경제보복 수단될 수도"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문제는 한·일 관계에 또다른 뇌관으로 꼽힌다. 2011년 식약청(현 식품의약품안전처)은 "세슘 등 방사능 물질 오염이 우려된다"며 후쿠시마산 일부 농산물과 수산물 전 품목에 대한 수입을 금지시켰다. 일본 정부가 2015년 한국 정부를 WTO에 제소했고, WTO는 지난해 2월 "한국 정부는 수입을 재개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상소 결과가 다음달 나오면 WTO의 결정이 확정된다. 현재까지는 WTO의 결과를 뒤집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김재신 국립외교원 고문은 “먹거리 문제는 한·일 과거사 문제보다 더 광범위하고 민감한 문제가 될 수 있다”며 “평소 같으면 유예 조치 등을 일본과 협의할 수도 있었겠지만, 지금 같이 과거사 문제로 양국 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 문제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 폐수의 무단 방류를 규탄하며 일본산 수산물 수입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참석자들은 특히나 추석을 앞두고 제사상에 조기, 굴비, 조개 등의 수산물이 올라가는데 방사능에 오염된 것을 올릴 수 없다며 일본이 국제사회에 도움을 청해 신속하게 방사능 문제를 해결할 것을 촉구했다. 2013.9.17 [ 뉴스1 ]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 폐수의 무단 방류를 규탄하며 일본산 수산물 수입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참석자들은 특히나 추석을 앞두고 제사상에 조기, 굴비, 조개 등의 수산물이 올라가는데 방사능에 오염된 것을 올릴 수 없다며 일본이 국제사회에 도움을 청해 신속하게 방사능 문제를 해결할 것을 촉구했다. 2013.9.17 [ 뉴스1 ]

 다만 패소 결과가 나오더라도 후쿠시마산 수산물의 수입이 당장 재개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정부 당국자는 "먹거리 문제는 국민들이 특히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만큼 WTO의 결정이 난다고 해서 즉각 개시를 하지는 않는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경우 일본은 한국 측에 이행을 요청할 수 있고, 불이행과 관련한 WTO의 추가 판단 과정을 거쳐 일본이 대항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 이 기간이 1년은 더 걸린다는 것이 외교가 관측이다.
 
우려되는 점은 일본 정부가 수산물과 관련한 대응조치를 과거사 문제와 연계시키는 것이다. 최근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 등 고위 관료들을 중심으로  강제징용 판결 문제와 관련해 "관세 인상 등 보복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발언하고 있다. 정치적인 문제로 경제 보복을 하는 것은 그 자체로 WTO 규정 위반이 될 수 있지만, 명목상 '한국 정부의 수산물 수입 재개 불이행에 대한 조치'로 가능하다는 점에서다.  
 김 고문은 "아직 시간이 있는 만큼 이 문제가 과거사 문제와 함께 불필요하게 확산되지 않도록 외교 당국이 미리 준비하고, 상황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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