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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여성 엄단해야” vs “합법화로 여성 보호”

 
업주와 여성들이 떠난 성매매 업소들이 차례로 철거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3일 옐로하우스 입구 모습. 최은경 기자

업주와 여성들이 떠난 성매매 업소들이 차례로 철거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3일 옐로하우스 입구 모습. 최은경 기자

‘불법이잖아. 잡아가야지 뭐하고 있나.’(kiji****) 
‘마약하는 애들은 불법이고 파는 애들은 합법이 아닌 것처럼 매수가 불법이면 매매도 불법인 거지.’(real****) 
 
옐로하우스 비가(悲歌·elegy) 시리즈가 나가는 동안 성매매 여성들을 모두 처벌해야 한다는 댓글이 끊이지 않았다. 성매수 남성은 물론이고 성매매 여성들도 엄정하게 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들이다. 이런 주장대로 성을 사고파는 남성과 여성을 모두 처벌한다면 집창촌에서는 여성보다 훨씬 많은 수의 남성들이 형사처벌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업소의 여성 한 명에게 하루에도 여러 명의 남성이 찾아오기 때문에 한 달간 모든 성매매자를 처벌한다면 여성의 수십 배, 수백 배에 이르는 남성들이 처벌받게 된다는 게 집창촌 사정을 잘 아는 사람들의 얘기다. 
 
엄중한 처벌을 요구하는 네티즌과 정반대로 성매매를 집창촌에서는 합법화하자는 의견도 이어진다. 
 
‘차라리 성매매 합법화하는 게 답.’(qkrt****) 
‘합법화해서 양지에서 장사하는 게 역으로 여성을 보호하는 거다.’(yong****)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aseokim@joongang.co.kr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aseokim@joongang.co.kr

 
“판매자·매수자 모두 사회적 약자층”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 중에 의외의 인물이 있다. 여성 등 약자를 보호하는 경찰 업무를 총괄하는 경찰청 여성청소년과장을 지낸 김강자 전 총경이다. 김 전 총경은 한때 ‘성매매와의 전쟁’을 진두지휘했던 여경이다. 
 
서울 종암경찰서장으로 재임하던 2000년 서울의 대표적 집창촌이던 일명 ‘미아리 텍사스촌’을 대대적으로 단속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런 그가 집창촌에서는 제한적으로 성매매를 허용하자는 ‘제한적 공창제’를 주장해 또 한 번 화제가 됐다. 
 
김 전 총경은 ‘제한적 공창제’를 주장하는 이유에 대해 “전국적으로 집창촌이 모두 없어지면 여성은 생계 수단을 잃고 남성들은 탈출구가 사라져 성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제 사례를 소개했다. “과거 여성을 만나기 어려운 환경의 한 강간범에게서 ‘돈을 모으기 위해 이제 성매매를 하지 않겠다’고 쓴 메모가 발견된 적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집창촌을 인정하는 게 소외 계층을 돕고 포주의 인권 침해를 막는 것이라는 주장도 폈다. 김 전 총경은 “다른 유흥업소보다 접근성이 높고 화대가 싼 집창촌에는 장애인·빈곤층·밀입국자 같은 소외계층이 많이 온다”며 “여성 역시 나이 들거나 장애가 있는 생계형 종사자가 많아 판매자와 매수자 모두 사회적 약자층인 셈”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의 주장대로 장애인을 비롯한 소외계층이 손님으로 많이 찾아올까.
사회에서 정상적 애정 관계를 맺기 어려운 소외된 남성들이 집창촌을 많이 찾는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사회에서 정상적 애정 관계를 맺기 어려운 소외된 남성들이 집창촌을 많이 찾는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실제 장애인·일용직·노년층 등 많아
 
옐로하우스 여성들에게 물으니 모두들 직접 겪은 다양한 사례를 소개했다. 
 
한 40대 성매매 여성은 몇 년 전 종종 옐로하우스를 찾던 하반신 마비 장애인을 기억했다. “젊은 사람이었는데 휠체어를 타고 가게에 들어왔어요. 계단을 올라갈 수가 없어 1층에 있는 창고로 안내해야 했습니다.” 
 
하반신을 못 쓰는 휠체어 장애인이 손님으로 오면 비장애인보다 몇배는 힘들다고 한다. 이 손님은 자신의 신체적 어려움을 이해해준 여성에게 매번 고마움을 표했다고 한다. 
 
사고를 당해 팔이나 다리를 잃은 남성이 찾아오는 경우도 가끔 있다. 이렇게 장애인이 된 뒤 이혼을 당했다고 하소연한 손님도 있었다. 이런 사람들과 마주하면 성매매 여성도 두려운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가급적 어려운 처지의 남성들을 이해하려 노력한다는 것이다. 
 
한 40대 여성은 몸 전체에 쭈글쭈글한 화상 자국이 뚜렷한 남성을 만난 적이 있다고 말했다. 
“화상 때문에 남들 앞에서 옷도 잘 못 벗는대요. 저희도 사람이니 징그럽지만 그런 분들도 우리처럼 불쌍한 사람들이잖아요.” 
 
여성 D씨(36) 역시 몸 한쪽이 마비된 남성과 시각·청각 장애인을 떠올렸다. 한 60대 시각 장애인 남성은 한 달에 1~2회 옐로하우스를 찾았다. “사회에서 애정 관계를 맺기 어려워서 찾아 왔다고 하더라고요. 몸이 불편해 택시에서 업혀 오는 사람도 있어요. 오죽하면 저런 몸으로 여기까지 왔을까 안쓰럽기도 해요.”
2000년 김강자 전 종암경찰서장이 서울 성북구 집창촌 미아리텍사스촌을 순찰하고 있다. 이곳 역시 재개발돼 주상복합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중앙일보]

2000년 김강자 전 종암경찰서장이 서울 성북구 집창촌 미아리텍사스촌을 순찰하고 있다. 이곳 역시 재개발돼 주상복합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중앙일보]

 
전문가 “그래도 성매매는 엄연히 불법”
 
장애인 성문화센터 장애인푸른아우성의 조윤숙 대표는 “많은 남성 장애인이 경제활동이 어려운 탓에 스스로 연애나 결혼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해 성매매 업소를 찾는다”고 말했다. 
 
외로운 노인들도 주요 방문객이다. 여성들에 따르면 이곳에 오는 남성 10명 가운데 2~3명이 노년층이다. 대화만 원하는 손님도 있다. 자신의 살아온 이야기를 늘어놓거나 어려운 처지에 대한 하소연을 실컷 한 뒤 돌아간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만성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직장인이 가정에서 공허함을 채우지 못할 때 성매매 업소에 가기도 한다”며 “돈을 지불하고 정당하게 대접을 받는다는 생각에 가책을 덜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성매매를 한 뒤 부족한 부분을 채운 것 같았다는 피상담자가 있다고 했다. 
 
소외된 남성들에게 위로를 주는 측면이 있긴 해도 성매매가 엄연히 불법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전문가 의견도 많다. 
 
곽금주 교수는 “성매매는 불법이기 때문에 정서적 위안을 얻으려면 취미생활 등으로 만족감을 느낄 수 있게 하고 사회 속 경쟁을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윤숙 대표는 “집창촌이 없어지면 성 욕구를 못 풀 것이라는 일부 장애인의 인식은 옳지 않다”며 “사회 시스템 개선으로 환경이 달라지면 선입견이 줄고 경제활동이 가능해져 연애·결혼이 자유로워지는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천 미추홀구 숭의동의 집창촌 속칭 ‘옐로하우스’. 1962년 생겨난 이곳에 마지막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업소 철거가 진행되는 가운데 성매매 업소 여성 등 40여명은 갈 곳이 없다며 버티고 있다. 불상사에 대한 우려도 커진다. 벼랑 끝에 선 여성들이 마음속 깊이 담아뒀던 그들만의 얘기를 꺼냈다. 그 목소리를 들어보고 있다. 
 
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ins.com 
 
<17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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