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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만 관광객 '안티' 될 판"… 기로에 선 전주 한옥마을

지난 13일 전북 전주시 풍남동 한옥마을 내 경기전 전경. 김준희 기자

지난 13일 전북 전주시 풍남동 한옥마을 내 경기전 전경. 김준희 기자

"완전히 도떼기시장이다. (호객하는) 마이크 목소리는 시끄럽고, 꼬치 굽는 냄새와 연기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

 
지난 13일 오후 3시쯤 전북 전주시 풍남동 한옥마을 태조로. 중년 여성 100여 명이 삼삼오오 가게들을 지나치며 이런 말을 주고 받았다. 이들은 "한옥마을이라고 해서 왔는데, 한복 말고는 볼거리가 없다"며 '하룻밤 묵고 가냐'고 물었더니 고개를 가로저었다. 
 
한복을 입은 젊은 남녀가 꼬치구이를 먹으며 나란히 '셀카'를 찍었다. 전날 경기도 남양주에서 1박2일로 전주에 왔다는 직장인 김모(23)씨 커플이다. 김씨는 "그냥 동네에 놀러온 기분"이라며 "다음에는 별로 오고 싶지 않다"고 했다.  
 
'전주한옥마을'이라고 새겨진 비석. 김준희 기자

'전주한옥마을'이라고 새겨진 비석. 김준희 기자

각종 조사에서 '가장 여행하고 싶은 곳'에 손꼽히던 전주 한옥마을이 기로에 섰다. 수치상으로는 '한 해 1000만 관광객'을 지키고 있지만, 실속이 없다는 지적이다.  
 
전주시에 따르면 지난해 1054만명이 전주 한옥마을을 찾았다. 2016년부터 3년째 1000만명을 넘었다. 하지만 더는 숫자가 늘지 않아 "침체의 늪에 빠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상인들은 가겟세는 치솟는데, 매출은 급감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13일 전주 한옥마을 내 경기전 매표소에서 관광객들이 표를 사고 있다. 김준희 기자

지난 13일 전주 한옥마을 내 경기전 매표소에서 관광객들이 표를 사고 있다. 김준희 기자

경기전 방문객 감소가 이런 현상을 보여준다. 태조 이성계의 어진(御眞·임금의 초상화)을 모신 경기전은 한옥마을에서 돈을 쓰는 관광객 규모를 가늠하는 '바로미터'로 불린다. 한옥마을 내 15개 문화시설 중 유일하게 입장료를 받아서다. 지난해 경기전 방문객은 89만1387명으로 2017년(122만1682명)보다 27%(33만295명) 줄었다. 2014년 이후 4년간 유지해 온 '방문객 100만명'이 무너졌다.  
 
사정이 이런데도 한옥마을 땅값은 수년째 고공 행진이다. 한옥마을에서 가장 비싼 땅의 공시지가는 평(3.3㎡)당 2000만원대다. 실제 거래가는 3000만원을 호가해 서울과 맞먹는다는 말이 나온다.   
 
지난 13일 전주 한옥마을 태조로에서 비둘기떼가 바닥에 떨어진 꼬치 조각을 먹기 위해 다투고 있다. 김준희 기자

지난 13일 전주 한옥마을 태조로에서 비둘기떼가 바닥에 떨어진 꼬치 조각을 먹기 위해 다투고 있다. 김준희 기자

상점 임대료도 비싸다. 기념품 가게를 운영하는 박모(62)씨는 "비싼 데는 보증금 1억원에 월세 800만~1000만원 수준이고, 권리금도 5000만원은 줘야 한다"고 했다. 이 때문에 고비용을 감당 못한 자영업자들이 떠나 빈 점포가 늘고 있다.  
 
한옥마을 곳곳에는 '임대 현수막'이 나붙었다. 한옥마을 안에서도 유동 인구가 가장 많아 '노른자위'로 불리는 태조로 주변 상가도 예외가 아니었다. 전주시는 현재 한옥마을 내 560여 개 점포 중 빈 가게를 40여 군데로 파악했다. 부동산업계는 실제 공실(空室)률을 10%로 봤다.  
 
전주 한옥마을 안에서도 '노른자위'로 불리는 태조로 상가에 '임대 현수막'이 나붙었다. 김준희 기자

전주 한옥마을 안에서도 '노른자위'로 불리는 태조로 상가에 '임대 현수막'이 나붙었다. 김준희 기자

숙박업계도 "호시절은 지났다"고 한다. 김홍석 전주한옥숙박체험업협회 사무국장은 "1박2일 이상 머무는 체류형 관광객은 2017~2018년보다 30% 이상 줄었다"며 "봄·가을 성수기에도 주중에는 방 10개 중 1개가 차고, 주말에도 절반밖에 안 찬다"고 했다.   
 
숙박업주들은 체류형 관광객이 줄어든 원인으로 '한옥마을 내 야간 콘텐트 부족'을 꼽는다. 관광객들이 밤에 먹고, 즐길 수 있는 장소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경기전과 전동성당 등도 오후 6시면 문을 닫는다.  

 
전주시는 한옥마을에 오는 관광객을 팔복예술공장 등 한옥마을 밖 관광지로 확대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김 국장은 "'맛의 고장'에 온 관광객들이 정작 한옥마을 안에서는 전주에서 유명한 막걸리와 가맥(가게맥주의 줄임말)을 먹을 수 없다"며 "한옥마을 밖에서 먹으라는 얘기인데 문제는 이동이 불편해 안 먹고, 안 간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주 한옥마을에 자리 잡은 전동성당에서 한복을 빌려 입은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김준희 기자

전주 한옥마을에 자리 잡은 전동성당에서 한복을 빌려 입은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김준희 기자

한옥마을에 꼬치구이 등 길거리 음식이 점령하면서 고유성은 사라진 채 상업주의만 남았다는 비판이 높다. 담을 수 있는 그릇보다 넘치게 관광객이 오는 '오버투어리즘(over tourism)'에 따른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이 때문에 "방치하면 한옥마을을 찾는 1000만 관광객이 전주에 대한 부정적인 얘기를 퍼뜨리는 '안티'가 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여전히 전주 한옥마을이 관광지로서 잠재력이 풍부하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향교와 최명희문학관 등 숨은 명소가 많아서다. 전주 한옥마을은 도심 한복판(29만8260㎡)에 한옥 735채가 자리한 국내 최대 규모의 한옥 주거지다. 한옥마을에서 10년 넘게 공예품 가게를 운영해 온 정모(53)씨는 "골목마다 매력적인 콘텐트가 많은데, 관광객들이 겉만 보고 스치듯 왔다 간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경기전 앞에서 가족으로 보이는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김준희 기자

경기전 앞에서 가족으로 보이는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김준희 기자

전문가들은 "상인들 스스로 임대료를 올리지 않는다거나 상품 가격을 적정하게 정하는 등 자정 노력을 하지 않으면 1~2년 안에 많은 가게가 도태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최영기 전주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전주시가 관광객 수를 파악하는 빅데이터 분석에 매달리기보다 관광객 개별 구매 행동들을 모니터링하는 스몰데이터 분석을 통한 질적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주기적으로 관광객 설문 조사를 통해 한옥마을을 진단해야 정확한 흐름을 알 수 있다"며 "재방문 관광객을 확보하기 위해선 새로운 콘텐트를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에 있는 문화적·역사적 관광 자원들을 잘 꿰는 '큐레이션'도 신경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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