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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새로운 길’ 가나…미국 반응 보고 결정할 듯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가운데)이 15일 평양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이 황금 같은 기회를 날려 버렸다“고 비난했다. [AP=연합뉴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가운데)이 15일 평양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이 황금 같은 기회를 날려 버렸다“고 비난했다. [AP=연합뉴스]

북한이 15일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중단을 시사했다. 나아가 미사일 시험 발사와 핵실험 중단 약속을 깨겠다는 카드까지 들고 나왔다. 지난달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미 외교안보 라인이 총출동해 대북제재 유지 등 압박 공세를 편 데 대해 공식 반응을 자제해 왔던 북한이 2주 만에 맞대응하고 나선 것이다.
 
◆북한, 핵·미사일 카드 만지작=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이날 평양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요지는 크게 세 가지다. 그는 ▶미국의 (일괄 타결식 빅딜) 요구에 타협할 의사가 없고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과 미사일 발사 및 핵실험 중단 지속 여부를 짧은 기간 안에 결정할 것이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향후 행동 계획을 담은 공식 성명을 곧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최 부상이 이날 언급한 미사일 발사 및 핵실험 재개 카드는 현재 북한이 보유한 가장 강력한 대미 압박 카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2017년 11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 발사 이후 15개월째 유지해온 북한의 미사일 및 핵실험 중단을 그동안 최대 외교 업적으로 강조해 왔다.  
 
또한 지난달 27일 하노이 정상회담 만찬 때는 미사일 시험 발사 및 핵실험을 중단해온 김 위원장에게 감사 표시를 하는가 하면, 북한이 회담 결렬 직후 일부 해체된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을 복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매우 매우 실망스럽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에겐 일종의 ‘임계점’인 셈이다. 한 소식통은 “미국이 대북제재로 북한의 목줄을 죄었다면 북한은 핵·미사일 실험 재개라는 미국의 아킬레스건을 제대로 건드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정은 성명 앞서 최선희 나서=북한은 이날 하노이 회담 결렬 직후처럼 최 부상을 등장시켜 김 위원장의 공식 성명을 예고했다. 당장 김 위원장이 나서지 않은 건 일단 미국의 반응을 지켜보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최 부상 기자회견→김 위원장 공식 성명→실제 행동 돌입 순으로 대응 수위를 단계적으로 높여 나가겠다는 것이다.
 
최 부상은 이날 회견에서 하노이 회담 실패의 원인을 미 외교안보 라인에 돌리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은 자제했다. 최 부상은 “두 최고 지도자 사이의 개인적 관계는 여전히 좋고 궁합(chemistry)은 신비할 정도로 훌륭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김 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반복해온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호응한 것이다. 일각에서 김 위원장이 당장 올해 신년사에서 밝힌 ‘새로운 길’을 모색하진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한 전직 고위 외교관리는 중앙SUNDAY와의 통화에서 “최 부상의 발언에서 ‘단호함’보다는 ‘주저함’이 엿보인다”고 해석했다. 그는 “미 외교안보 고위 관리들의 발언과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발표 등 일방적으로 밀리던 최근의 흐름에 제동을 걸어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며 “향후 미국과 한국 등의 반응을 보면서 김 위원장 공식 성명 발표 시점과 수위를 결정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기동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위원장도 “북한 역시 회담의 판을 깨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다는 걸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미국의 압박에 맞서 일단 말로 대응 수위를 높인 뒤 한두 차례 더 위협 강도를 높이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폼페이오, 일단 대화 여지 이어갔지만=미국은 최 부상의 기자회견 직후 15일 오전(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국방부 청사인 펜타곤을 직접 방문해 국가안보회의(NSC)를 소집하는 등 긴박한 움직임을 보였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NSC 회의에 앞서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은 하노이에서 핵·미사일 시험을 하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약속했고 우리는 그 약속을 지킬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 부상의 발언을 봤는데 그녀는 협상을 계속할 가능성을 열어놓았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한 소식통은 “최 부상의 발언의 진위를 두고 금명간 북·미 간 물밑 접촉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완전한 비핵화 이후 제재 해제라는 ‘빅딜’을 제안한 상태에서 미국이 북한의 요구에 굴복해 입장을 바꿀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지난 10일 방송 인터뷰에서 “지렛대는 우리 쪽에 있다”며 ‘시간은 미국 편’이란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이날 회견에서 드러났듯이 북한의 입장 또한 단호하다. 최 부상은 이날 “고국으로 돌아오는 길에 우리 국무위원장은 ‘대체 무슨 이유로 우리가 다시 이런 기차 여행을 해야 하겠느냐’고 말했다”며 “미국의 ‘강도 같은(gangster-like)’ 태도는 결국 상황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란 사실을 분명히 하고 싶다”고 밝혔다.
 
‘강도’라는 표현은 북·미 비핵화 협상 분위기가 싱가포르 정상회담 직후인 지난해 7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 때 수준으로 악화됐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위성락 서울대 객원교수는 중앙SUNDAY와의 통화에서 “하노이 정상회담 결과를 볼 때 미국과 북한의 간극이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벌어진 것 같다”며 “올해 하반기까지 북·미 간 갈등이 단계적으로 고조되면서 2017년과 같은 도발 국면이 재개되거나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언급한 ‘새로운 길’을 선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차세현·정용수 기자 cha.se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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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