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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충격파 브렉시트, 길게 보면 EU·한국 교역 늘 것

[SPECIAL REPORT] 혼수상태 브렉시트 
김흥종

김흥종

“브렉시트를 이해하려면 영국의 골수 자유주의자들을 알아야 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김흥종 선임연구위원은 14일 이렇게 말했다. 영국의 자유주의자 가운데는 유럽연합(EU)의 각종 규정 등을 자유로운 교역을 방해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있다는 얘기다. 이들은 곡물 수입 금지법을 폐지한 1840년대 이후 주류로 떠오른 자유무역 지지자 가운데 강경파의 일부다. 고학력·고소득 골수 자유주의자들인 셈이다.
 
유럽 통합은 자유로운 교역을 위해 시작되지 않았나.
“골수 자유주의자들은 완벽한 시장 자유와 자유무역을 주장한다. 그들 눈에 프랑스 등은 규제를 선호하는 나라다. 프랑스 등이 EU란 기구를 통해 규제를 만들어 영국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방해한다고 믿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은 누구인가.
“영국 경제분석그룹(ERG) 회장인 제이컵 리스-모그 같은 사람이다. ERG는 유럽 통합에 반대하기 위해 만들어진 그룹이다. 리스-모그는 보수당 내 브렉시트 지지세력과 함께한다. 이들의 압박에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가 개인적으론 브렉시트에 반대하면서도 국민투표를 했다. 부결될 줄 알았으나 통과되는 바람에 이 소동이 시작됐다.”
 
영국 총리의 당내 리더십이 약해보인다.
“보수당 의원 15% 정도만으로도 총리를 당내 불신임 투표에 회부할 수 있다. 마거릿 대처 전 총리가 1980년대 EU의 단일통화에 참여를 반대하는 당내 골수 보수세력의 흔들기에 결국 낙마했다.”
 
영국 보수당이 브렉시트를 두고 분열돼 있으니 야당인 노동당이 명쾌하게 반대한다면 문제가 쉽게 풀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노동당 의원들조차 브렉시트를 놓고 서로 다른 발언을 하고 있다.
 
왜 같은 당에서도 의견이 갈리나.
“1970년대 유럽 단일시장 가입에 보수당은 찬성했다. 반면 노동당은 반대했다. 유럽 대륙의 노동권 보호가 시원찮은 것으로 봐서다. 영국이 통합에 참여한 뒤 유럽 대륙의 노동자 보호가 생각보다 강력함을 알고 노동당이 입장을 바꿨다. 반면 보수당 일부 역시 입장을 바꿨다. 세계화의 혜택으로 더 많은 부를 쥔 비즈니스 리더(중상류층)는 통합을, 소외된 중소 상공인(중하류층)은 브렉시트를 원하고 있다.”
 
노동당 당수인 제러미 코빈은 브렉시트를 지지하는 듯하다.
“노동당 내부도 분열돼 있다. 1990년대 제3의 길을 내세운 토니 블레어가 13년(총리직은 10년) 동안 당수를 지내는 사이 고학력 노동자를 대변하는 세력이 강해졌다. 이들은 브렉시트를 지지하지 않는다. 코빈은 당내 구파를 대변한다. 그가 2차 국민투표를 반대해 온 이유다.”
 
그렇다면 총리와 야당 당수가 당내 역학 구도에서 정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본심과 다르게 행동하고 있다는 말인가.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를 내심 반대한다. 하지만 당내 정치 때문에 브렉시트를 계속 추진하고 있다. 반면 코빈은 브렉시트를 내심 지지하지만, 당내 정치 때문에 브렉시트 반대 뜻을 내비치고 있다. 이는 현재 브렉시트 과정이 저렇게 꼬인 이유 중 하나다.”
 
독일과 프랑스는 브렉시트를 하루도 연기할 수 없다고 했으나 이제는 연기를 인정했다.
“영국 정치인들도 그렇고 독일과 프랑스 리더들도 책임지지 않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영국을 압박하면 자칫 브렉시트 비난을 모두 뒤집어써야 한다.”
 
나중에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단기적으론 충격을 피할 수 없다. 금융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한국은 ‘무역전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무슨 뜻인가.
“브렉시트 이후 EU 시각에서 보면 한국이나 영국은 큰 차이가 없다. 두 나라 모두 자유무역협정(FTA) 상대국 가운데 하나다. EU 지역 기업들이 영국 대신 한국을 선택할 수도 있다.”
 
EU 쪽에 한국이 매력적일까.
“경제 규모 면에서 한국은 EU 회원국 가운데 중상위 수준이다. 경제 발전 단계나 규모를 기준으로 큰 차이가 없는 편이다. 게다가 중국·일본 등 큰 시장과 붙어 있다. 무역전환 효과가 클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김흥종 박사(경제학)=대외경제정책연구원 유럽팀 선임 연구위원이다. 지난해까지 유럽특임파견관으로 프랑스 파리에 머물며 브렉시트를 둘러싼 혼란상을 직접 목격했다. 1990년대 중반에는 영국 옥스퍼드대 경제학 석사(MPhil) 과정을 밟으며 영국 지배 엘리트들의 사고방식을 체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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