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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하키 U-18 선발전, 채점룰 바뀌고 블라인드 허술”

지난 2월 말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U-18 대표팀 선발전 장면. 이틀간 열린 선발전에서 선수들은 세 경기에 출전해 심사를 받았다. 선수들은 경기마다 다른 등 번호를 달고 뛰기로 돼 있었다. [중앙포토]

지난 2월 말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U-18 대표팀 선발전 장면. 이틀간 열린 선발전에서 선수들은 세 경기에 출전해 심사를 받았다. 선수들은 경기마다 다른 등 번호를 달고 뛰기로 돼 있었다. [중앙포토]

지난 2월 25일부터 3월 6일까지 강릉하키센터에서는 U-18(청소년) 아이스하키 대표팀 선수들을 뽑기위한 선발전(트라이아웃)이 열렸다. 고교 아이스하키 선수 72명이 트라이아웃에 참가했다. 1차 선발전에서 30명을 골라낸 데 이어 최종 선발전에서 7명을 탈락시키고 23명(공격수 13명, 수비수 7명, 골리 3명)이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번 선발전을 두고 일부 학부모들과 고교 감독들 사이에서는 공정성과 객관성에 문제가 있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문제를 제기한 고교 감독들은 “단순히 특정 고교 선수들이 대표팀에 많이 뽑혔기 때문에 문제를 삼는 것은 아니다”라며 “협회가 사전에 학생, 학부모, 감독들에게 설명한 것과 다르게 선발전이 진행돼 그 결과를 신뢰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U-18 대표팀 선발을 둘러싼 잡음과 논란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한국 아이스하키의 고질병’이라고 불릴 정도로 오래 전부터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는 것이 여러 아이스하키계 인사들의 증언이다. 복수의 인사들은 “U-18 대표팀 경력이 명문대 진학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는 선수 선발을 둘러싼 논란과 의혹을 없애기 위해 2014년부터 U-18 대표팀 선발 방식을 지금과 같은 공개 트라이아웃 형식으로 전환한 바 있다. 사전에 선수 선발 방식과 채점 규정 등을 학생과 학부모 등 일반에 공개하고, 선발전 경기도 지켜볼 수 있도록 했다. 투명성과 객관성을 최대한 보장하겠다는 취지다. 그런데 이번 선발 과정에서는 협회가 약속한 객관성과 투명성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학부모, 경기 당일 심사위원 만나기도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지난달 24일 협회 고위 인사는 학생과 학부모, 각 고교 감독 등 120여 명이 참석한 오리엔테이션 때 대표팀 선발 방식을 자세히 설명했다. 이틀에 걸쳐 세 경기를 치르는 선수들은 매 경기마다 무작위로 뽑은 유니폼 등번호로 달고 경기에 나가도록 했다. 5명의 심사위원이 선수 개개인을 알아볼 수 없도록 블라인드 방식을 적용한 것이다. 또 스케이팅, 바디컨택, 스틱 핸들링, 패싱, 슈팅, 경기운영, 팀플레이, 교대 등 항목별 능력을 평가해 점수를 매기기로 했다. 특정 심사위원의 점수가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최고 점수는 뺀 점수를 합산한다는 채점 방식도 오리엔테이션 때 전달됐다.
 
국가대표 출신으로 10년째 고교 감독직을 맡고 있는 이종훈 광성고 감독은 “학생들에게 확인해보니 협회 측 관계자가 선수 이름과 등번호를 현장에서 호명하는 식으로 해 유니폼을 입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원한 또 다른 고교 감독 두 명도 “나중에 알고보니 특정 몇몇 선수들은 매 경기마다 같은 등번호의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했다”고 말했다. 채점 방식도 달랐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 감독은 “협회가 제시한 항목별로 점수를 준 것이 아니라 심사위원 각자가 매 경기 우수한 경기력을 보인 선수들은 여러 명씩 체크해 많이 선정된 선수들을 뽑는 방식, 즉 베스트 플레이어를 심사위원들이 복수로 선정하는 방식이었다”고 했다. 이 때문에 객관성이 떨어졌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협회 측 관계자들은 “선수마다 맞는 사이즈의 유니폼을 입을 수 있도록 등 번호를 안내해 준 것을 오해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일부 선수가 매 경기 같은 등번호의 유니폼을 입은 사실이 있었다”면서도 “이는 단순한 우연”이라고도 했다. 채점 방식 논란과 관련해 협회 고위 인사는 “심사위원단 마지막 회의 때 채점 방식이 바뀐 것을 미처 알지 못하고 오리엔테이션 때 잘못 안내한 것”이라면서도 “최대한 객관성과 공정성을 유지했다”고 주장했다. 취재진이 만난 세 명의 고교 감독과 일부 학부모들은 “지난해 12월 말에 이미 채점 방식이 바뀌었다는데 협회 고위인사가 이를 몰랐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한 학부모는 “특정 학교 선수 위주로 대표팀에 많이 뽑힐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심사위원 선정 후 일부 감독이 접촉을 한 것을 목격한 이들도 있었고 트라이아웃 경기가 있던 날도 심사위원과 일부 학부모가 접촉하는 의심스러운 장면도 눈에 보였다”고 말했다. 이 감독도 “협회 측 내부 인사로부터 특정 학교 선수들을 중심으로 선발할 것이라거나, 특정 선수는 배제한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협회 측 인사에게 항의한 적도 있다”고 주장했다.
 
 
“U-18 대표 뽑히려면 5000만원 필요”
 
공정성 시비 때문에 학생들이 마음의 상처를 받고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심각한 문제였다. 한 학생은 “이번 선발전에서 부족한 점이 무엇이었느냐”는 감독의 질문에 “(우리 집에) 돈이 없다는 점”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공정한 룰이 작동하지 않는다고 여기는 일부 학생은 이후 공격성을 표출하거나 정반대로 의욕을 상실해 그 해 경기를 망치는 일이 종종 있다고 한다. 국가대표 출신 한 실업팀 관계자는 “어린 학생들이 실력 외에 또 다른 부분이 작용할 것이라고 여기는 것 자체가 아이스하키계가 반성해야 할 점”이라고 말했다.
 
취재진이 접촉한 일부 감독들은 “대표팀에 뽑히기 위해 협회의 특정 라인을 잡거나 실력 좋다는 브로커를 소개받을 수 있는지를 상담하는 학부모도 있었다”고 털어 놓았다.
 
한 감독의 이야기다. “한 학부모가 ‘브로커가 금전을 요구해 왔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며 상담을 해 온 적이 있다. 또 불과 몇년전만 해도 U-18 대표로 뽑히려면 5000만원 정도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돌기도 했다. 한 학부모가 협회 관계자에게서 들었다면서 ‘당신네 학교 감독이 (협회에) 난리치는 바람에 당신 아들이 (선발전에서) 불이익을 봤다’는 얘기를 들려줘 황당했다.”
 
2013년 U-18 대표팀 선발에서 탈락한 한 학생의 아버지 A씨가 목숨을 끊는 사건까지 벌어졌다. 당시 A씨가 한 고교 감독으로부터 돈 요구를 받은 내용의 녹음파일이 발견돼 큰 파장이 일었다. 이 감독은 “연·고대 입학을 위해서는 U-18 대표팀 경력이 필수 조건으로 돼 있기 때문에 이런 논란이 자주 벌어지는 것”이라며 “과도한 대학입시 경쟁이 스포츠의 공정성을 해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고성표 기자, 정미리 인턴기자 muze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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