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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마법…고달픈 사람 치유하는 게 음악가의 임무”

LA필하모닉 100주년 기념투어를 위해 내한한 구스타보 두다멜. 존 윌리엄스의 영화음악 시리즈 등 다채로운 음악을 들려준다. [사진 마크 하나우어]

LA필하모닉 100주년 기념투어를 위해 내한한 구스타보 두다멜. 존 윌리엄스의 영화음악 시리즈 등 다채로운 음악을 들려준다. [사진 마크 하나우어]

마에스트로의 약력을 소개하는 종이만 A4로 13장이었다. 열여덟에 베네수엘라 시몬 볼리바르 유스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기 시작한 이래 꼭 20년간 전세계를 돌며 열정적인 행보를 거침없이 이어오고 있는 그다. 빈 신년음악회 최연소 지휘자,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에 입성한 최초의 베네수엘라인, 슈퍼볼 하프타임 쇼 무대에 오른 최초의 클래식 음악가 등 그를 수식하는 문장은 너무나 많다. 빈곤층 청소년들에게 음악으로 희망을 주는 프로그램 ‘엘 시스테마’의 가장 반짝이는 별, 구스타보 두다멜(Gustavo Dudamel·38) 얘기다. 2009년부터 LA필에서 음악감독으로 활약하고 있는 그가 LA필 100주년 기념 해외 투어의 첫 무대를 위해 15일 서울을 찾았다.
 
음악은 당신의 삶을 어떻게 바꿨나.
“음악은 마법이고 우리를 지배한다. 어떤 음악이든 그렇다. 어릴 때는 라틴뮤직 살사가 나를 지배했다. 지금은 클래식 지휘자로 활동하지만, 음악에는 경계가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가진 것 중 가장 아름다운 것, 선물 같은 것이 음악이다. 음악을 통해 느꼈던 마법 같은 순간을 함께 나누고 있다.”
 
음악이 마법이라는 것을 직접 느낀 순간이 언제인가.
“지휘를 하면서, 공연을 감상하는 순간순간마다 마법을 경험한다. 나는 길지 않은 인생에서 최고의 아티스트들과 함께 하는 특권을 누려왔는데, 그중 특별한 순간은 유스 오케스트라와 함께 할 때다. 그들의 공연을 보면 고향에서 꿈을 키워나가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게 된다. 형편은 어렵지만 음악을 통해 자신의 삶을 아름답게 가꿔나가는 모습이 주는 감동은 어떤 형용사로도 설명하기 어렵다. LA의 가난한 아이들을 위한 음악교육센터(설계 프랭크 게리)를 오픈하는 것도 마법 같은 순간에 포함된다.”
 
현재 베네수엘라 상황이 아주 어렵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음악이 마법같은 순간을 선사할까.
“음악에는 사람을 치유하는 능력이 있다. 내 조국이 지금 겪고 있는 끔찍하고 힘든 시기가 지나고 새로운 시대가 오면 음악이 사회를 치유할 것이다. 그것이 엘 시스테마의 역할이자 정신이기도 하다.”
 
음악가는 사회적 혼란이나 비극에 있어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사람들을 화합하고 결속시키는 것은 음악가와 아티스트의 중요한 임무다. 현재 베네수엘라처럼 사회가 불안정할 때 사람들은 힘을 합치기보다 뿔뿔이 흩어진다. 우리는 예술가로서 사람들을 결속시켜야 한다. 음악이 그들의 불안함을 치유하는 다리가 되어주어야 한다. 사람들이 서로를 형제이고 자매로 생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게 가장 중요한 예술가의 일이다.”
 
베네수엘라 유스 오케스트라와 함께 처음 내한했을 때도 말러 심포니 1번을 했는데 이번 무대에서도 한다. 그때와 해석이 달라진 것이 있나.
“대답은 예스 앤 노우다. 이 교향곡의 영혼은 여전히 살아있다. 참 아름다운 인연인 것이, 나의 LA필 데뷔 무대도 말러였다. 곡에 담긴 스피릿은 똑같다.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다. 말러가 이 곡을 작곡한 것이 28세였는데, 이 곡을 지휘하면 할수록, 나 자신도 점점 더 젊어지는 것 같다.”
 
말러 1번을 지휘할 때 머릿속에 떠올리는 장면이 있나.
“16살 때 이 곡을 처음 지휘한 이래 지금까지 100회 이상 연주를 했지만, 할 때마다 처음 지휘했던 순간이 떠오른다. 모든 것이 새롭던 그 시절로 나는 돌아간다. 이 곡의 제목이 ‘타이탄’인데, 내가 모든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는 거인이 되는 듯한 느낌이다.”
 
지난 20년 간 놀라울 정도로 활발한 활동을 해왔다. 시간 관리나 체력관리 비법이 뭔지 궁금하다.
“비법은 없다. 다만 바쁜 스케줄에도 꼭 시간을 내서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떤 음악을 하고 있는지 숙고하는 시간을 갖는다. 생각하는 시간을 나에게 많이 줄 수록 내면이 깊어지는 것 같다. 음악에 대한 감각을 계속 젊게 유지해야 한다. 그게 비법이라면 비법이다.”
 
2009년부터 10년간 LA필 음악감독을 해왔다. LA필만의 특징은 무엇인가.
“10년간 나와 오케스트라가 우리만의 개성을 만들어왔다. 우리는 루틴한 것을 피하려 한다. 새로운 도전을 좋아하고 찾아 나선다.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도전한다. 그런 색깔. 새로운 음악, 지역사회에 대한 배려, 투어에 대한 책임과 열정을 항상 갖고 있다. 우리는 엔터테이너가 아니라 사회적 정의를 구현하는 중요 요소라고 생각한다. 100주년을 기념해 50곡이 넘는 신곡을 저명 작곡가들에게 위촉했고, 재즈나 현대무용 같은 다양한 장르와의 대규모 콜라보레이션 같은 사업들에 대해서도 기대가 크다.”
 
이번에 세계 초연되는 존 애덤스의 신곡이 궁금하다.
“어메이징하고 쿨하다. 너무 멋지다. 존 애덤스는 LA필의 가족같은 사람이다. 나는 이번 곡까지 그의 주요 작품 중 3곡을 초연하는 영광을 누렸다. 이번 곡은 유자 왕을 위해 만들었는데, 특별한 에너지가 필요한 까다로운 곡이지만 공연하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두다멜은 LA필하모닉과 함께 16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피아노 유자 왕), 17일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바이올린 에스더 유), 18일 롯데콘서트홀(피아노 유자 왕·바이올린 에스더 유) 무대를 선보이고 도쿄 등 3개 대륙 7개 도시 투어를 이어간다. 행사를 기획한 마스트미디어 김용관 대표는 “이번 행사는 연주자와 스태프 등 무려 232명이 참가하는 초대형 행사”라며 “2년 간의 준비를 통해 한두 번의 공연에 그치는 것이 아닌, 청소년 음악 교류 및 영화 음악 스타디움 공연 같은 대중적 행사까지 더해 진정한 음악 페스티벌로 승화하려고 노력했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정형모 전문기자/중앙 컬처&라이프스타일랩 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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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