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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베스트] 노인들은 ‘튀는’ 대접을 바라지 않는다

중앙일보와 교보문고가 최근 출간된 신간 중 여섯 권의 책을 ‘마이 베스트’로 선정했습니다. 콘텐트 완성도와 사회적 영향력, 판매 부수 등을 두루 고려해 뽑은 ‘이달의 추천 도서’입니다. 중앙일보 출판팀과 교보문고 북마스터·MD 23명이 선정 작업에 참여했습니다.
 
노인을 위한 시장은 없다

노인을 위한 시장은 없다

노인을 위한 시장은 없다
조지프 F. 코글린 지음
김진원 옮김
부키
 
식품회사 하인즈는 이가 시원찮은 노인들이 거버 이유식을 사는 것을 보고 노인용 간편식을 만들면 크게 성공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를 배반했다. 매대에 쌓인 노인식은 도무지 줄어들 줄 몰랐다. 이유가 뭘까.
 
50대 이상을 위한 기술과 디자인을 연구하는 에이지랩을 1999년 MIT에 설립하고 고령층 연구를 거듭해온 저자는 “거버 이유식을 사면서는 손주 먹이려는 것이라 할 수 있지만 노인식은 그런 핑계를 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적절한 음식을 사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계산대 줄에서 품위를 지켜내는 일이라며. “저는요, 늙고 가난하고 더구나 이도 성하지 않아요”라고 그 누가 동네방네 떠들어대고 싶겠는가.
 
그만큼 우리는 노인을 모른다. 별로 알고 싶어 하지도 않는 것 같다. 노인은 약자이고 보호대상이며 문제투성이라는 ‘노령 담론’에 빠져있어 그들의 진짜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진정한 삶을 위한 상상력도 발휘하지 않는다고 저자는 말한다. 누구나 다 늙을 텐데 말이다.
 
2015년 현재 6억 1700만 명인 65세 이상 인구는 2030년에는 10억 명 가까이로 늘어날 전망이다. “대륙 하나가 바닷속에서 새로 쑥 올라오는” 셈이다. 고학력에 지갑이 두둑한 데다 기계에도 익숙한 ‘베이비 붐’ 세대가 여기에 본격 합류하면서 완전히 새로운 ‘시장’이 펼쳐지고 있다.
 
노인을 위한 상품 개발은 자존심을 고려해 섬세하게 진행해야 한다. 사진은 노인 체험 장면. [중앙포토]

노인을 위한 상품 개발은 자존심을 고려해 섬세하게 진행해야 한다. 사진은 노인 체험 장면. [중앙포토]

하지만 많은 기업들이 여전히 노인을 소비자로 삼고 싶어 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상품은 건강하고 젊은 사용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노인을 보면서 자신도 언젠가 죽을 운명이라는 사실을 직시하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 ‘신대륙’의 특성을 빨리 간파하고 준비하는 자만이 놀라운 기회를 얻을 것이라는 것이 저자가 이 책을 통해 강조하는 포인트다.
 
실제로 노인이 되면 몸이 어떻게 변하는지 느끼게 하기 위해 에이지랩에서 만든 노인체험복 ‘아그네스’를 기업 대표·마케팅 담당·기술 부문장에게 입힌 사례는 흥미롭다. 팔꿈치·팔목·발목에 고무 밧줄을 두르고 무거운 조끼와 두툼한 엉덩이 보호대를 연결한 뒤 노인의 망막을 재현하는 노란색 안경(노란 색은 노인들이 잘 인식하지 못 하기 때문이다)을 쓰고 거동하게 한다. 목을 이리저리 움직이기도 힘들고, 유연성이 떨어지고, 걸음걸이가 느려지며, 똑바로 서려 해도 앞으로 구부정해 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맞닥뜨리게 된 사람들은 나이든 사람의 입장을 배려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게 됐다. 그 결과 마케팅 정책도 바뀌기 시작했다. 약국 체인점 CVS의 경우, 매장 물건 배치를 확 바꿨다. 맨 아래 칸에 놓아두던 무거운 물건은 바닥까지 손이 닿기 힘든 노인들을 위해 허리 높이에 배치했다. 또 당뇨 환자가 사용하는 압박 양말은 포도당 정제와 인슐린 주입 장치 옆에 놓았다. 예전에는 다른 양말과 함께 테니스공 파는 곳에 놓았었다.
 
여성 노인들이 가진 잠재력도 놓치지 말라고 귀띔한다. 고령 시장에서 구매 여부를 결정하는 상당수가 여성이며, 노인 간병 부문에서 일찍부터 커다란 역할을 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가족 내 두 세대, 심지어 네 세대까지를 관장하는 ‘소비청장’인 것이다. 이들이 관심 가질만한 제품을 계속 개발하고 이들과 지속적으로 공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애플 헬스가 처음 등장했을 때, 모든 생체 정보를 담았으면서도 생리 주기 체크 기능을 빼먹었던 실수를 반복하지 말라며.
 
정형모 전문기자/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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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