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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프리즘] 정부와 기업의 부당거래가 낳은 특혜채용

김창우 비즈에디터

김창우 비즈에디터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 딸의 KT 특혜채용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14일 당시 인사업무를 담당했던 KT 전직 임원을 구속했다. 2011년 4월 KT스포츠단에 계약직으로 채용된 김 의원의 딸이 이듬해 KT 정규직으로 신분이 바뀌는 과정에서 특혜를 줬다는 혐의(업무방해)다. 김 의원은 “나와 전혀 관계없는 일”이라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당시 KT 최고경영진이 김 의원 딸 부당 합격을 지시한 사실이 없는지 조사중이다.
 
올 1월에는 서울 북부지법 재판부가 공개채용 서류전형과 면접 과정에서 탈락권이었던 지원자 37명을 부당 합격시킨 혐의(업무방해)로 기소된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재판부는 “이 전 행장이 합격시킨 채용자는 청탁대상 지원자이거나 행원의 친인척인 경우”라며 “지원자와 취준생들에게 좌절과 배신감을 주고, 우리 사회의 신뢰도를 훼손했다는 점에서 죄책이 무겁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국민·하나·우리·부산·대구·광주은행 등 6개 시중은행의 채용 비리를 수사한 뒤 4명의 은행장을 포함해 총 38명을 업무방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권력을 가진 정치권, 감독당국에서 기업에 인사청탁을 넣는 것은 낯설지 않은 행태다. 구직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통신업체, 금융업체 등이 주로 대상이 된다. 정부 규제에 따라 이익이 큰 폭으로 왔다갔다하다보니 이들 기업은 가능하면 칼자루를 쥔 쪽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는 편이 유리하다. 정부가 사기업에 직접 이래라 저래라 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영향을 미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 신용카드 사태가 단적인 예다.
 
지난해 11월 금융위원회는 연매출 500억원 이하인 영세·중소 카드가맹점에 대한 수수료 인하정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연 7800억원에 달하는 수수료를 절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생색은 정부가 내고 부담은 업계가 지는 셈이다. 겉보기에는 말이다. 대신 금융위는 이익이 급감할 위기에 처한 신용카드업체들에 대형가맹점으로부터 수수료를 더 받을 수 있도록 당근을 줬다. 하지만 현대·기아차는 계약을 해지하겠다며 한달 반을 버틴 끝에 0.04% 정도 올리는 선에서 협상을 마무리했다. 통신·유통·항공 등 대형 가맹점들과의 쉽지 않은 협상을 앞둔 카드업체들은 은근히 금융위의 지원 사격을 기대하는 모양새다.
 
정부가 이렇게 기업들의 목줄을 쥐고 있으니 투명성이니 공정성이니 하는 것은 뒷전으로 밀릴 수 밖에 없다. 특히 정부가 인허가권, 가격 결정권을 갖고 있는 통신·금융 분야는 눈치보기가 더 심하다. 그 결과가 특혜채용 논란이다. 어디 채용 뿐일까. 자신에게 유리한 규정을 끌어내기 위해 기업 대관업무 담당 임원은 오늘도 여의도를, 세종시를 떠돈다. 의원님, 국장님의 눈도장만 받을 수 있다면 그깟 소비자들의 이익이야 무시해도 그만이다. 정치권-정부-기업의 먹이사슬에서 기업은 피해자가 아니다. 기업은 권력을 쥔 자들과의 은밀한 거래를 통해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한다. 채용 과정에서 억울하게 탈락한 젊은이, 신용카드 혜택이 줄어든 소비자들이 피해자다. 이를 막을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이 규제를 없애는 것이다.
 
규제 개혁은 기업들이 마음대로 날뛸 수 있는 면죄부를 주자는 것이 아니다. 치열하게 경쟁하도록 운동장을 마련해 주되 정부는 규칙을 어기는 선수는 엄하게 처벌하는 심판의 역할에 충실하라는 것이다. 미국은 수수료율을 카드사와 발급사 간에 결정하도록 했고, 영국도 가맹점들이 수수료 인상에 대응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역할에 그치고 있다. 수수료를 정해주고, 이쪽에서 빠진 수익을 저쪽에서 메꿔주는 것은 심판의 역할이 아니다. 당장 문제가 널려있는데 기본부터 챙기라는 얘기는 언뜻 한가해 보일 수 있다. 그렇지만 급할수록 돌아가고,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다.
 
김창우 비즈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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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