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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한의 협상 중단 고려’는 파탄의 길이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우리는 미국의 요구에 어떤 형태로든 양보할 의사가 없다”며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중단을 고려하고 있다”고 어제 평양에서 연 긴급 회견을 통해 밝혔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지 보름 만에 나온 북한의 입장이다.  
 
우려를 금할 수 없다. ‘고려’란 표현을 쓰긴 했지만, 미국이 하노이에서 요구한 ‘빅딜’을 전혀 받아들일 수 없고, 지난 1년간 이어져 온 북·미 대화 프로세스마저 걷어찰 수 있다는 ‘협박’의 성격이 강해 보이기 때문이다. 최 부상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만간 북한의 추가 행동을 발표할 공식 성명을 내놓을 계획”이라고도 전했다. 김 위원장은 최 부상의 회견을 통해 미국에 ‘강수’ 메시지를 던져본 뒤 워싱턴이 어떻게 나오는지를 보고 향후 행동 방향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일괄타결식 ‘빅딜’ 원칙을 뒤집을 공산은 희박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맹공해온 미국 민주당조차 트럼프가 하노이 회담에서 김정은이 ‘빅딜’ 요구를 거부하자 ‘노딜’을 선언하고 빈손 귀국한 데 환영하는 분위기다. 힘을 받은 트럼프 행정부는 협상파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조차 일괄 타결을 주장할 만큼 강경한 입장으로 돌아섰다. 국제사회도 마찬가지다. 그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는 지난 1년간 북·미 대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도 북한이 핵·미사일 제조를 계속해왔고, 금수품 밀거래와 해킹 등 제재 위반 행위를 일삼아왔다고 공개했다.
 
이런 마당에 혹여 김 위원장이 북·미 협상 중단과 핵 실험·미사일 발사 재개를 선언한다면 파탄으로 가는 길이 될 것이다. 그나마 실낱처럼 남아있는 김 위원장과 트럼프의 개인적 신뢰마저 한순간에 날아가고, 미국과 국제사회는 추가 제재와 인권 문제 카드로 북한을 더욱 강도 높게 옥죌 수밖에 없다. 중국과 러시아가 은밀히 도와준다고 해도 핵심 돈줄인 석탄·인력 수출이 막혀 경제가 반 토막 난 상황에서 북한 체제는 회생 불가능한 지경에 몰리고, 정권마저 흔들릴 우려가 있다.
 
김 위원장은 하노이 회담을 계기로 미국의 ‘비핵화 눈높이’가 자신의 그것과 큰 차이가 있음을 깨달았다. 미국이 그 눈높이를 낮출 공산이 없는 만큼 김 위원장은 동창리 등지에서 관측된 미사일 발사 움직임과 핵 개발 활동을 전면 중단하고 ‘완전한 비핵화’의 구체적 로드맵을 밝힘으로써 미국과 대화를 재개하는 것만이 답이다.
 
정부도 김 위원장의 오판을 부추기는 ‘북한 편들기’를 자제해야 한다. 정부는 북한이 비핵화 협상을 하는 도중에도 핵 개발을 지속해온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를 외치고, ‘제재무용론’을 주장해온 김연철 통일연구원장을 통일부 장관 후보에 지명했다. 이를 두고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과 관계없이 한반도 정세를 밀고 가겠다는 것”이라고까지 했다.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 흐름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이런 기조는 북한의 오판과 한·미 동맹 균열만 초래한다. 문 대통령이 북·미 대화를 견인하는 진정한 ‘촉진자’가 되려면 빈틈없는 한·미 공조 아래 국제사회의 제재 전선에 확실히 동참하면서 북한에 비핵화 결단을 촉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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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