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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비평 - 건축] 다가올 세상을 꿈꾸는 공간…볍씨학교

조재원 공일스튜디오 대표

조재원 공일스튜디오 대표

계절과 함께 도래하는 장소의 기억들이 있다. 3월은 학교다. 새 학우와 맞던 봄의 설렘과 함께 교실과 긴 복도, 운동장이 떠오른다. 기억 속의 어디를 간들 지난 장소의 기억을 학교만큼 간직하고 있는 곳은 드물다. 아이들과 추억을 공유할 수는 있겠지만, 그동안의 사회변화를 생각하면 놀라운 일이다. 어떤 사회적 공간보다 학교는 다가올 세상을 준비하고 꿈꾸는 공간이다. 미래를 준비하는 배움과 학습의 철학이 새로운 학교 공간으로 구현된다면 어떤 공간이 가능할까. 이 궁금증을 풀어줄 대상을 찾아 볍씨학교를 찾았다.
 
경기도 광명시에 위치한 볍씨학교는 2001년 설립된 대안학교다. 학교는 도시의 끝자락에 있었다. 주변은 숲과 철도 차량기지, 그 밖에 도심의 개발 영향권에서 벗어난 장소들이 모여 익숙하지 않은 풍경을 만들고 있었다. 부지가 2010년 보금자리지구로 지정되었다가 해제되고, 다시 특별관리구역으로 포함되는 과정에서 학교는 여러 차례 사라질 위기에 처했었다. 우리 교육 현실의 경계를 확장하려는 쉽지 않은 실험을 지속하고 있는 학교의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우여곡절 끝에 여러 해에 걸쳐 학생, 학부형, 선생님들이 힘을 합쳐 손수 지었던 교사 건물들을 철거하고 새 교사를 지은 것이 2017년이다. 설계는 제이와이아키텍츠의 원유민·조장희 건축가가 맡았다.
 
광명시에 위치한 볍씨학교. [사진 황효철]

광명시에 위치한 볍씨학교. [사진 황효철]

숲에 둘러싸인 교사 건물은 두 필지의 세 동으로 이루어졌다. 입구에서 가장 깊숙이 자리한 동은 화장실, 주방과 식당 등 물을 쓰는 부속실을 포함한 교사동이고, 그와 마당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는 동은 도서관과 휴식하는 방이 별채처럼 연결된 교사동이다. 두 동과 진입로를 사이에 두고 위치한 나머지 한 동에는 학생 전체가 모일 수 있는 강당과 교실을 나누어 배치했다. 세 동은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개별적인 입구나 로비를 두지 않고 외부 계단과 열린 통로, 건물 사이의 마당을 통해 연결된다. 그렇기에 수평, 수직으로 이어지는 교실과 부속실, 마당, 교실에서 직접 이어지는 숲까지 전체가 하나의 공간 영역으로 인지되고 경험된다. 교실과 교실 사이, 교실과 부속실 사이를 잇는 다양한 공간들은 단순한 이동을 위한 ‘복도’ 공간이 아니라 아이들이 교실과 집 사이에서 만나는 다채로운 세상의 일부이다. 화장실과 주방과 식당, 수돗가가 한 건물에 모여있고, 각 교실에서 점심마다 밥을 지어 먹기 때문에 아이들은 점심마다 수돗가로 내려와 밥 지을 물을 받아가기도 하며 끊임없이 움직이고 마주친다. 배움과 학습의 영역은 학생들이 머무는 단위인 교실에 머물지 않고 외부 공간, 숲까지 확장된다.
 
이런 공간 구조는 학교가 오랫동안 고민해온 교육 철학, 환경과 이웃과 공존하는 방식을 공간으로 옮겨온 것이다. 공간 계획의 가장 중요한 바탕은 아이들이 교실 안에 안주하지 않고 움직여 다니며 물과 밥, 화장실, 안과 밖의 모이는 공간, 숲이라는 자연환경까지를 나눠쓰는 구조를 만들어 교육이 일상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건축가는 학부형, 교사로 구성된 건축위원회와 긴밀히 소통하면서, 철거되기 전 구성원들이 진행형으로 구축해왔던 유기적인 학교 공간의 성격을 새로운 공간에서도 이어가고자 했다. 계획에 있어서 계단, 화장실 등의 서비스에 평균적으로 근접하도록 하거나, 같은 크기와 유형이 반복되는 교실과 복도 등 ‘편리’를 보장하는 전형과 타협하지 않았다. 볍씨학교는 교육의 목표로 추구하는 공존하는 삶을 실천하는 진화하는 작은 도시다. 그리고 학교의 공간은 학교에서의 배움을 다가올 세상에 대한 상상과 이어주는 가장 뛰어난 학습도구이다.
 
우리 사회가 절실하게 대안을 찾는 최전선에 교육과 학교가 있다. 그런데 학교 공간은 90년대에 폐기된 표준설계를 크게 벗어나지 못한 채다. 다가올 세상과 그 세상을 살아갈 미래 시민인 아이들의 학교 공간은 미래 도시의 상상을 품어야 한다.
 
조재원 공일스튜디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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