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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와 술의 역사로 들여다본 인간 세상

에로틱 세계사

에로틱 세계사

에로틱 세계사
난젠 & 피카드 지음
남기철 옮김, 오브제
 
저급한 술과 상류사회
루스 볼 지음, 김승욱 옮김
루아크
 
섹스와 술은 세상을 움직이는 강력한 힘이다. 둘 다 육체적인 쾌락의 원천이다. 둘 다 공통적으로 알코올 중독, 섹스 중독이라는 중독의 가능성에 취약하다. 둘 다 모든 크고 작은 인류 사회에서 통제 대상이다. 역사상 술과 섹스를 규제하지 않는 사회는 없었다. 문화는 무한대의 무절제는 허용하지 않는다.
 
저급한 술과 상류사회

저급한 술과 상류사회

부제가 ‘교양으로 읽는 1만 년 성의 역사’인 『에로틱 세계사』(이하 『성』)는 신석기시대, 철기시대, 그리스·로마시대, 중세, 르네상스, 계몽주의 시대, 혁명 시대, 제1·2차 세계 대전, 냉전, 냉전 이후 오늘의 순서로 인류 역사에 나타난 섹스의 여러 다양한 모습을 소개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섹스의 역사가 선형적(線型的·linear)이지 않다는 점이다. 역사 흐름에 따라 섹스가 점점 더 자유로워진 것은 아니다. 21세기의 섹스가 그 이전의 역사 시점보다 더 자유로운 것은 결코 아니다.
 
부제가 ‘음료의 문화사’인 『저급한 술과 상류사회』(이하『술』)는 영국의 여관·와인바·선술집·커피숍·찻집을 중심으로 음료, 술이 영국사의 전개와 어떻게 상호작용했는지 알려준다. 『성』과 『술』은 둘 다 시대순이다.
 
『술』은 여관으로 시작한다. 영어의 ‘inn(인)’은 여관이자 술집이다. 영어의 드링크(drink)는 음료이자 술이다. 적어도 영국사에서 여관은 집이 아닌 대표적인 주거, 술은 물이 아닌 대표적인 음료였다는 것을 암시한다.
 
『성』은 ‘아인 샤크리 연인상’으로 시작한다. 1만 년 전 신석기 혁명 시대에 등장한 작품이다. 남녀 성교를 표현한 가장 오랜 예술작품이다. 『성』은 “호모사피엔스는 1만 년 전부터 섹스에 대해 광적으로 관심을 가져왔다”고 주장한다.
 
『술』은 찻집이 여성 참정권 운동에 미친 영향이라는 주제로 끝난다. 외출이 자유롭지 않은 여성에게 찻집은 여성 투표권 등 정치적인 주장을 나누는 혁명의 산실이었다. 『성』 또한 한 여성 이야기로 마무리된다. 미아 칼리파가 주인공이다. 레바논 출신인 칼리파는 살해 위협에 시달린다. 히잡을 쓰고 포르노를 찍었기 때문이다.
 
이슬람뿐만 아니라 유대교·그리스도교·힌두교·불교까지 소위 5대 ‘세계종교(world religions)’는 섹스 통제를 열심히 하였다. 이들 세계 종교는 섹스와 어떤 관계일까. 『성』에는 이들 5대 세계종교에 대한 우리의 통념을 강화하거나 반대로 통념을 깨는 다음과 같은 사례들이 많이 나온다.
 
18세기 영국의 술집 풍경. 한 남자가 술기운을 이기지 못하고 바닥에 쓰러져 있다. 존 발로의 1790년 동판화. [사진 웰컴 이미지]

18세기 영국의 술집 풍경. 한 남자가 술기운을 이기지 못하고 바닥에 쓰러져 있다. 존 발로의 1790년 동판화. [사진 웰컴 이미지]

사례 1  이슬람 선지자 무함마드는 말했다. “짐승처럼 아내에게 마구 달려들어선 안 된다. 부부 사이에 메신저가 있어야 한다. 메신저는 키스와 달콤한 속삭임이다.”
 
사례 2  2012년 성인 반열에 오른 힐데가르트 폰 빙엔(1098~1179) 베네딕토회 수녀원장은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여자 나이 열두 살이 되면 음란한 상상을 하며 욕정을 느낀다. 하지만 남자들의 욕정과 비교하면 빵 한 조각에 비유될 만큼 적다. 여자의 성욕은 일흔 살에 이르러서야 잦아들며, 따라서 일흔 살 이전에는 침대에서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반면 『성』에 나오는 또 다른 사례에 따르면, 고대 그리스의 사제인 테이레시아스는 여성이 남성보다 9배 더 섹스를 즐긴다고 주장했다)
 
사례 3  17세기 청교도 윤리가 지배한 미국에서는 간통뿐만 아니라 간통을 상상한 것만으로도 교수형에 처할 수 있었다.
 
사례 4  1933년에 나온 영화 ‘엑스터시’는 영화사 최초로 오르가슴을 표현했다. 교황이 직접 나서서 상영금지를 시도했다.
 
사례 5  종교 개혁가 마르틴 루터는 자신이 술과 섹스를 좋아한다는 것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다음과 같은 부부 섹스 규칙을 제안했다. “일주일에 두 번 아내에 대한 의무로 섹스하면 남편은 물론 아내에게도 이롭다. 1년에 104번 동침해야 한다.”
 
‘규칙’은 술과 섹스를 아우르는 공통분모다. 예컨대 중국 모수오족(摩梭族) 여성은 하룻밤에 여러 명의 남자를 불러들일 수 있다. 다만 한 가지 규칙이 있다. 그들은 동트기 전에 무조건 사라져야 한다. 아스텍 사람들은 누가 언제 얼마나 술을 마실 수 있는지에 대해 복잡한 규칙을 시행했다.
 
‘계급’ 또한 술과 섹스의 세계에서 중대 변수였다. 기원전 3000년의 이집트에서는 상류계급과 하층계급이 마시는 술이 달랐다. 서태평양 쿡 제도에 있는 망가이아 섬에서는 남자의 성적 능력이 사회적 지위를 결정했다.
 
김환영 대기자/중앙콘텐트랩 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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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