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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시로 서울대 14명 합격”…한영고의 특별한 독서활동

서울 강동구에 있는 한영고(교장 구영진)는 2019년 대입 수시 전형에서 서울대 합격자 14명을 배출했다. 전국 일반고 가운데 1위다. 
 
2015년 개정된 교육과정은 창의 융합형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고 이에 따라 대입 방식도 변하고 있다. 수능 점수로만 뽑는 정시 전형도 있지만, 학생의 능력을 총체적으로 평가하는 학생부 종합전형(이하 학종)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인기가 많은 서울의 주요 대학일수록 학종 선발을 선호한다.  
 

입학사정관제의 맥을 잇는 학종은 미국이나 유럽의 명문대학에서 학생을 뽑는 방식과 가장 유사하다. 학업 능력뿐만 아니라 사고력, 전공 적합성, 발전 가능성, 인성 등을 두루 살펴 미래 사회에 맞는 인재를 선발한다는 취지다. 학종의 중요한 평가 잣대는 고교 시절 학생의 성장 과정을 고교 교사가 서술하는 학교생활 기록부(이하 학생부)다. 학생부에는 한 학생이 자신의 미래를 위해 어떤 고민을 했고, 그 고민의 결과 어떤 노력을 했으며, 그런 도전을 통해 어떤 성취를 했는지 담겨야 한다.
 

과거처럼 교사가 주도하는 주입식 교육을 하면 학생부에 쓸 수 있는 내용은 별로 없게 된다. 많은 고교가 겪고 있는 문제다. 하지만 한영고는 새로운 환경을 빠르게 받아들여 학교 운영의 시스템 전반을 혁신했다. 우수한 학생이 많이 있다는 강남권(강남ㆍ서초ㆍ송파구) 학교도 아닌 한영고가 수시에서 좋은 성과를 낸 배경이 바로 여기에 있다. 톡톡에듀는 한영고의 교육 프로그램을 꼼꼼히 분석해 집중적으로 소개한다. 한영고가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다른 학교가 긍정적으로 참고할 만한 내용이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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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고는 2000년대 초반부터 아침 독서를 운영했다. 하루 10분씩 독서 시간을 시간표에 뒀다. 학생에게 독서 습관을 길러주기 위해서다. 구영진 교장이 교사일 때 만든 제도다. 일주일에 한 번은 아침 독서 때 학생들이 한 명씩 나와 자신이 읽은 책 중에 감동한 부분을 낭독해 친구들과 공유한다. 독서지도를 담당하는 김소라 교사는 “모든 반에서 학생 중 한 명이 독서 부장을 맡고 있다. 친구들과 낭독한 책을 모아 다른 프로그램으로 연결하고 확장하는 반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사는 “아침 독서가 있다고 해서 모든 학생이 그 시간이 되면 일률적으로 책을 펴고 독서를 하는 건 아니지만, 독서를 자연스러운 생활의 일부로 만드는 데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한영고에는 ‘지혜의 계단’이라는 공간도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야 하는 도서관이 아니라 개방된 공간에 서가를 만들고, 학생들이 지나다니며 수시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유도한다. 학생들이 이곳을 이용한 시간은 생활 기록부에도 올라간다. 김 교사는 “지혜의 계단을 아주 자주 이용하는 학생들도 생긴다. 학업 성적이 높지 않은 학생 중에서도 독서에 취미를 붙이는 경우도 많다. 1학년 남학생 교실과 가까워 남학생들 이용이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또한 ‘올해의 책’을 지정해 학생들이 같은 책을 읽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김소라 교사는 “문학·자역과학·인문·예술 등 4개 분야의 책을 골고루 선정해 모든 학급에 비치한다”고 말했다. 교장과 교감 선생님이 각 학급에 한 시간씩 직접 수업하며 학생들의 독서를 격려한다. 학생들이 독서와 친숙해질 수 있는 다양한 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한 학기 동안 진행되는 장기 독서 프로젝트도 있다. ‘이래 그래 독서 토론’이다. 유제숙 교사는 “독서 토론은 자기 생각이 옳다는 것을 논증하는 자리가 아니다. 책을 읽은 뒤 ‘내 생각은 이런데, 네 생각은 그렇구나’라고 소통하며 생각을 확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참여 신청은 30초 만에 마감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지난해 1학기에는 ‘이매진(Imagine)-관계와 경계’라는 타이틀로 이래 그래 독서토론을 진행했다. 참여 학생은 한 학기 동안 두 권의 책을 읽는다. 독서를 하며 스스로 생각할 기회를 갖은 뒤 관련된 강연을 들으며 생각의 폭을 넓힌 뒤, 서로 토론하며 사고의 깊이를 더하게 된다. 자신의 활동에 대한 보고서 작성도 해야 한다. 이런 활동을 하다 보면 학교생활기록부에 쓸 수 있는 내용이 생길 수밖에 없다.  
 

유제숙 교사는 “지난해 2월 평창 올림픽에서 러시아 출신의 선수가 태극마크를 달고 경기에 뛰는 게 인상적이었다. 과거에 배웠던 ‘한민족은 단일민족’이라는 경계가 허물어지는 모습이다. 이처럼 경계가 사라지고, 이에 따라 관계가 바뀌는 일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 문제를 아이들과 이야기하고 싶었다. 사회과학과 과학의 두 측면에서 이 문제에 접근하기 위해 다른 교사의 의견을 구해 『안녕하십니까 민주주의』, 『동적 평형』이라는 두 권의 책을 선정하고 토론했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대학 독서 동아리에서나 하던 프로그램이 고교에서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이해준 기자 lee.ha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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