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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디프랜드의 민낯①]분노한 '을'의 외침…'바디프랜드 갑질 불법 비리 제보방'을 아시나요

 



"카톡, 카톡"

지난 4일 오전 7시50분. 스마트폰에서 신호음이 연달아 울렸다. 전날 새벽 12시11분까지 알림소리가 끊이지 않았던 그 단톡방이었다. 내용이 사뭇 심각했다.

"ㄱ 맨날 직원들 왜 퇴근하는 거 시간 체크하나요. 6시 되면 당연히 퇴근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퇴근하다가 ㄱ 만나면 각 팀장들 카톡방에 공지해서 강제 야근 갑질", "야근하고 야근 안 했다고 적고 있어요".

이 카카오톡 단톡방의 공식 명칭은 '바디프랜드 갑질 불법 비리 제보방'이다. 상당수의 대화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이름 'ㄱ'은 국내 1위 안마의자 업체 바디프랜드의 영업본부장이다. 바디프랜드의 오너 일가이자 실세로 꼽힌다.
 
 
  없이 울리는 '카톡'…바디프랜드 직원들의 울분
 
바디프랜드 직원과 관계자, 언론인 등을 포함해 75~80명 선에서 꾸려진 공개 갑질 제보방에서는 이런 식의 울분이 쉼 없이 터져나왔다. 지난 1일부터 7일까지 약 일주일 동안 어림잡아 400여 건의 카톡이 올라왔다. 하루 평균 50~60건의 글이 올라온다는 얘기다. 
잦은 강제 야근과 관련한 글은 '사소한 불평' 수준에 그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바디프랜드의 직원들은 제보방을 통해 회사의 비위나 부조리, 부당한 처우, 판매되고 있는 제품의 이상한 점 등을 끊임없이 고발하고 있다. 

그 중에는 법 위반이나 직원 사생활 침해가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지난달 25일 아이디 '.*'은 "개인 소유 블로그, SNS를 회사 홍보로 활용하고 있지 않나. (공정거래위원회 압수수색을 받았다는데) 운영 중인 블로그를 비공개로 전환하라고 지시 내렸는데, 이것 때문인가"라고 반문했다.

아이디 'ㄷ*'은 "매주 몇 개씩 (블로그에) 올리라고, 그걸로 인사평가 한다고"라고 올렸다. 아이디 '띵*'은 "초기에 쇼핑몰 광클릭 시킨 것도 공정거래위반인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사내 여성 외모 비하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아이디 'o*'는 "어느 직원분이 내부 추첨 경품으로 트레이닝 수트를 받아갔다. 그런데 OO팀 팀장이란 사람이 그 여직원 보고 너는 XL로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더라. 저런 말을 아무 문제가 안된다는 듯 일상에 하는데 경각심이 없는 것 같다"고 썼다. 

이 제보방에서는 바디프랜드 내부에서 벌어지는 것으로 의심되는 보다 심각한 문제도 거론된다.

아이디 '띵*'은 지난 2일 "근무자가 근무 도중에 과로사로 죽어도 지병이라고 우겨서 발뺌하고 책임없다고 하는 회사"라고 올렸다. 아이디 '하*'는 "성폭행 사건도 모두가 입 닫으면 그냥 묻힌다. 적극 관련 내용을 진술해야 또 다른 피해가 없다"고 호소했다.
 바디프랜드 갑질 불법 비리 제보방은 누구나 대화에 참여할 수 있다. 익명이기 때문에 누군지 알 수 없다. 일부에서는 "경쟁사가 들어와 비방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흘러 나온다. 하지만 경쟁사라고 하기에는 내용이 지나치게 자세하다. 현재 시점에서 회사에서 벌어지는 일이 묘사되고 있다. 지난달 25일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바디프랜드에 대한 현장조사에 나선 것도 이 제보방에서 실시간 전달될 정도다.
 
 
 
 "바디프랜드는 심각한 사업장"…우려하는 정치·노동·법조계
 

정치권과 법조계, 노동계는 이런 바디프랜드 직원들의 제보를 심각하게 보고 있었다.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내용을 더 들여다 봐야 할 여지가 있으나, 몇몇 사안은 공정거래법이나 노동법 위반 등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정거래 전문인 천준범 법무법인 세움 변호사는 13일 "공정거래법은 '경쟁'의 관점이다. 경쟁사 관점에서 볼 때 허용되지 않는 방법으로 직원을 동원해서 결과를 조작한 것은 부당 고객 유인에 해당하며 공정거래법 23조에 명시된 불공정 거래 행위의 한 유형"이라고 말했다. 이어 천 변호사는 "사원 판매로 부당하게 자기 또는 계열회사 임직원에게 상품 서비스를 구입하거나 강제하는 행위도 불공정 거래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고 했다. 

공정거래법 제23조 1항은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이하 불공정거래행위)를 하거나 계열사 또는 다른 사업자로 하여금 이를 행하도록 하여서는 안된다"며 8호에 걸쳐 금지하는 행위를 규정하고 있다.

바디프랜드의 경우 2호 '부당하게 경쟁자를 배제하는 행위', 5호 '거래의 상대방의 사업활동을 부당하게 구속하는 조건으로 거래하거나 다른 사업자의 사업활동을 방해하는 행위', 7호 '다른 사업자와 직접 상품·용역을 거래하면 상당히 유리함에도 불구하고 거래상 실질적인 역할이 없는 특수 관계인이나 다른 회사를 매개로 거래하는 행위' 등에 해당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노동계도 야근 강요나 성희롱적 발언 등의 사안을 묵직하게 보고 있었다. 박성우 노동인권 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대표는 12일 "직원에게 '너는 특정 사이즈를 입으라'는 식의 발언은 성희롱에 해당한다. 조금 더 구체화된 자료가 필요하겠으나 만에 하나 직원의 과로사를 은폐했다면 그것은 산업재해 은폐로 처벌 대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야근을 하고 수당을 받지 못하는 것은 일을 하고도 월급을 받지 못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또 공정거래법위반 등에 저촉되거나 위법한 일을 요구하면 거부해야 한다. 사측이 이를 인사고과에 적용한다면 잘못된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바디프랜드 직원들이 사측의 부조리를 고발하고자 하면서도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르는 보복에 두려워 한다는 점이다.

바디프랜드 직원들은 카카오톡 단톡방에 고발글을 올리다가도 회사의 '감시'를 우려했다. '이 방에도 ㄱ이 있다는 소문이 있다', '회사 고위 관계자가 이 방에 있다'며 우려하는 직원의 글이 심심지 않게 보였다. 상당수의 직원은 만에 하나 있을 사측의 추적이나 고발을 우려해 제보방을 나가고 들어오기를 반복했다. 회사의 비위를 꼬집은 뒤 재빨리 단체 대화방을 나가는 식이었다.

박성우 노무사는 "바디프랜드 직원들의 호소글은 대부분 자신의 권리와 직결되는 부분들"이라면서 "스스로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면 법도 보호할 수 없다. 단톡방 제보와 함께 객관적인 자료를 축적하는 동시에 사측의 부당함에 반대하는 직원들의 조직화를 고민해야 한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이 직원 연대를 만든 것을 생각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바디프랜드는 회사에 시달리는 직원들의 제보가 과거에도 있었던 심각한 사업장이다. 통상적인 근로 감독만으로는 짚어내지 못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최근 국토교통부와 정치권은 '땅콩회항'이나 '물컵갑질'처럼 항공사 임원이 폭행 등 물의를 일으킨 경우 운수권 신규 배분 신청자격을 최대 3년간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항공 관련 법령을 어긴 경우에만 임원 자격을 제한했지만 앞으로는 폭행이나 배임, 횡령 등 형법을 위반하거나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 불공정거래, 조세·관세포탈, 밀수 등 각종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도 임원 자격을 막는다는 방침이다. 이 뒤에는 부조리에 맞서 싸우고 조직화 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직원연대가 있었다.
 
②편에서 계속됩니다

서지영 기자 seo.jiyeong@jtbc.co.kr

※본지는 바디프랜드에 근무하며 직장 내 부당한 처우나 지시로 고통을 겪은 분들의 제보를 받고 있습니다. e메일 주소(seo.jiyeong@jtbc.co.kr)로 사연과 제보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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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