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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무기력한 경사노위…사회적 대타협 대신 사회적 협의만?

'낙관→당황→분노→엄포 그리고 무기력'
 
이달 1일부터 보름 동안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변화를 굳이 감정으로 표현하면 이럴 게다. 청와대나 정부라고 다를 게 없다. 경사노위 본위원회에 노동계측 위원인 청년·여성·비정규 대표가 무더기로 불참, 회의를 사실상 무산시킨 것을 두고서다. 문재인 대통령은 7일 2차 본위원회에 참석하려다 일정을 바꾸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당시 청와대에서 대책회의까지 열렸으니 그 당혹스러움이 오죽했을까.
 
노동계측 위원 3인의 불참 움직임은 1일쯤 포착됐다. 정부와 경사노위는 물론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까지 나서 설득했지만 실패했다. 심지어 김 위원장은 청년유니온과 여성노조를 찾아 사무실 밖 길바닥에서 그들을 기다리기도 했다. 그러나 허사였다. 낙관하던 정부와 경사노위로선 "뒤통수를 맞은 기분"(경사노위 관계자)이 들 법했다.
 
그리고 이내 분노로 바뀌었다. 2차 본위윈회가 끝난 뒤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은 "일부에 의해 전체가 훼손되는 현재의 상황에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재발하지 않도록 구체적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도 했다. 오죽하면 "(불참한 3인에게) 세 번의 기회를 주고 그냥 간다"며 위원 해촉을 시사하는 듯한 단호한 의지를 보였다.
 
한 때 분노가 안심으로 바뀌었지만 
화만 낸다고 일이 풀릴까. 분노를 가라앉히고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과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까지 나서 3인을 설득했다. 결국 3차 본위원회 참석 약속을 받았다. 문 위원장이 2차 본위원회 직후 기자회견 등에서 한 발언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는 것을 조건으로 해서다. 11일 오전 7시에 열려던 본위원회는 그렇게 순조롭게 개회 수순을 밟는 듯했다. 노동계를 대변하는 모 언론이 '3인 본위원회 복귀 결정'이라는 보도를 할 정도였다.

 
본위원회를 보이콧했던 3인은 당초 문 위원장과 본위원회 개회에 앞서 오전 6시 30분 사전에 회동하기로 했다. 그러나 오전 6시 54분 문 위원장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불참을 통보했다. 회의 시작 불과 6분 전이었다. 분노가 경사노위를 휘감았다. 본위원회 분위기도 마찬가지였다. 위원 해촉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과 일부 공익위원이 만류하면서 결론을 내진 못 했다.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사노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마친 뒤 굳은 표정으로 자리를 떠나고 있다. 오른쪽은 박태주 상임위원. 이날 경사노위 3차 본위원회가 열릴 예정이었으나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 3명의 보이콧으로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했다. 변선구 기자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사노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마친 뒤 굳은 표정으로 자리를 떠나고 있다. 오른쪽은 박태주 상임위원. 이날 경사노위 3차 본위원회가 열릴 예정이었으나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 3명의 보이콧으로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했다. 변선구 기자

 
경사노위측은 회의 뒤 불참 과정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했다. 다분히 '대통령 직속기구를 농락하는 것 아니냐'는 뉘앙스를 풍겼다. 급기야 문 위원장은 "이 상황을 엄중하게 생각한다"며 "없던 일로하고 갈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이 말은 엄포로 끝나는 모양새다. 7일 본위원회 무산 뒤 그랬던 것처럼 그 어떤 조치도 없다.
 
경사노위는 13일 본위원회 의결을 거치지 않은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 방안을 담은 노사정 합의문을 '합의문(안)'이라는 이름으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전달했다. "입법 과정에서 합의 취지를 살려 달라"는 호소와 함께다.
 
'협의기구' 강조하며 자조하는 경사노위
경사노위는 11일 본위원회 의결이 무산된 뒤 "국회에 합의문안과 논의 과정을 전달하고, 추후 본위윈회를 다시 열어 의결 절차를 밟겠다"고 했다. 그러나 경사노위는 아직 본위원회 일정을 못 잡고 있다. 문 위원장은 "언제 열지 아직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말을 했다. "경사노위는 합의기구가 아니라 협의기구다. 합의하면 좋지만 합의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라고. 맞는 말이다. 그러나 협의만으로 목적을 달성했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주진 않을까 걱정된다.
 
무엇보다 현 정부가 그토록 강조해 온 '사회적 대타협'은 합의를 전제로 하는 용어다. "협의만 한다면 합의가 뒷받침되는 '사회적 대타협'을 포기하는 것이냐"는 반문이 나올 수 있다. 회의 날짜도 못 잡고, 협의를 강조할 정도로 활동 범위를 스스로 축소한다면 무기력해진 듯한 인상을 줄 수 있다. 어차피 경사진 곳에서 중심 잡는 게 경사노위의 숙명이라면 중심을 무너뜨리는 요소를 과감히 개선하고 컨디션을 회복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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