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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디지털 성폭력 심각성 드러낸 ‘연예인 불법 촬영’

가수 정준영이 14일 경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승리 등 남성 연예인들이 함께 있는 단톡방에 성관계 불법 촬영 영상물을 올린 혐의다. 피해 여성이 10여명에 이른다. 그룹 하이라이트의 용준형도 이날 정준영에게 불법 촬영물을 받아본 사실을 인정하며 그룹에서 탈퇴했다. 용준형은 애초 관련 사실을 부인했었다.
 
이번 사태는 인기 아이돌 스타들이 다수 연루된 디지털 성범죄라는 점에서 심각성이 크다. 자기들끼리의 닫힌 공간인 단톡방에서 아무 죄의식 없이 불법 촬영을 돌려보고, 피해 여성들에 대한 품평과 희롱을 일삼았다. 불법 촬영을 성폭력·범죄 아닌 가벼운 유희 정도로 여기는 인식이 충격적이다. 그간 여성계는 개인 간 사적 대화라 규제·단속이 힘든 단톡방에 성희롱 문화가 만연하며, 성폭력의 온상이 되고 있다고 지적해 왔다. 정준영은 3년 전에도 여자친구 불법 촬영 혐의로 고소됐지만 무혐의 처분을 받아 3개월 만에 공영방송 KBS(‘1박2일’)에 버젓이 복귀했었다. 당시 부실수사 정황도 폭로되고 있다. ‘닥치고 시청률’인 방송가의 도덕 불감증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인터넷에서는 ‘정준영 동영상’이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고, 확인되지 않은 피해 여성 연예인 리스트가 ‘찌라시’ 형태로 나도는 등 전형적 2차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도를 넘은 관음주의에, ‘아니면 말고’ 식의 인격 살해다. 성폭력 사건에서는 사실 여부를 떠나 피해자가 누구인지 추측하고 궁금해 하는 것 자체가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 수사 과정에서의 2차 피해를 막아야 하는 이유다.
 
지난해 거리로 나온 여성들은 “나의 몸은 너의 포르노가 아니다. 찍지 마”를 외치며 불법 촬영을 규탄했다. 그러나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정준영 사태’는 잘 보여준다. 엄정한 수사와 처벌로, 디지털 성폭력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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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