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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의 행군 때도 참았는데···北, 식량난에 '2호 창고' 연다

북한이 경제 사정 악화로 재난대비용 비상식량을 시장에 풀고 있다고 복수의 대북 소식통이 14일 밝혔다.
 
북한 사정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지시로 몇 달 전부터 5호 창고를 개방해 쌀 등 양곡을 대거 시장에 풀고 있다”며 “그만큼 북한 식량 사정이 나빠졌다”고 말했다. ‘5호 창고’는 재난·구호 상황에 대비해 비축하는 전략 예비물자를 지칭하는 북한 내부 용어다. 노동당에서 관리하며 주로 쌀을 비축하고 있다고 한다. 이 소식통은 “5호 창고는 일종의 비상식량이어서 창고를 개방하는 일은 드물다”며 “5호 창고 식량도 조만간 고갈될 걸로 보여 ‘2호 창고’를 열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온다”고 전했다.
 
2호 창고는 전쟁에 대비한 양곡 비축분으로, 군이 관리한다. 군용 비축미(米)여서 이곳을 개방한 적은 거의 없다고 한다. 2호 창고 식량을 빼돌린 간부는 총살형에 처할 정도로 북한 정권이 중시하는 곳이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에도 2호 창고는 열리지 않았다. 소식통은 “김정은 위원장 집권 직후 주민들의 환심을 사려 2호 창고를 개방했고, 이후 식량난이 가중될 때 한두 차례 이곳 양곡을 풀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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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지난해 폭염·홍수가 겹치며 올해 북한의 식량 배급량이 크게 줄었다. 프라빈 애그러월 WFP 평양소장은 본지 인터뷰(11일)에서 “몇 년간 연간 곡물 540만~560만t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왔는데 지난해 490만t으로 뚝 떨어졌다”고 했다. 김성 유엔 주재 대사는 지난달 유엔에 긴급식량 지원을 요청했다.
 
북한의 시장 물가는 2016년 유엔 안보리 제재 이후에도 안정세를 유지했다. 쌀값은 2017년 하반기 ㎏당 6000원대에서 지난해 5000원대로 하락했다. 안보리의 전방위 제재를 받은 이란은 2010년 이후 5년간 물가가 3배 폭등했지만 북한은 거의 변화가 없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은 쌀 등 생필품 위주로 물품을 수입하거나 비공식 무역(밀수) 등을 통해 시장 가격을 안정시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5호 창고 개방은 대북제재의 여파가 시장에도 미치기 시작했다는 분석으로 이어진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전문가는 “비상용 식량을 시장에 풀 정도라면 시장도 (제재의)한계에 봉착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유엔 안보리 제재 해제에 집착한 것도 이를 반영한 것이란 관측이다. 당시 이용호 외무상은 “우리가 요구한 건 2016년 이후 안보리 제재 5건 해제”라고 했고, 최선희 외무성 부상은 “5건도 100%가 아니라 군수용을 제외한 민수·민생용만 요구한 것”이라고 구체적으로 밝혔다.
 
단 현재의 쌀 상황 악화는 춘궁기와 관련 있다는 해석도 있다. 김영수 서강대 교수는 “북한이 하노이에서 민수·민생용 해제만 콕 집어 요구한 걸 보면 대북제재 여파가 크다는 걸 대외에 확인시켜준 셈”이라면서도 “지금은 춘궁기여서 일시적으로 비상식량을 푸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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