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구멍난 고교 내신…연간 2539과목 재시험

경기 성남시 A고교는 지난해 1학기 중간고사 생명과학 시험을 두 번 치렀다. 유전 물질과 관련된 객관식 문항의 보기가 잘못 출제됐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시험이 끝나고 이틀 뒤 15분 동안 생명과학 1문항만 재시험을 봤다. 경북의 B고교도 지난해 2학기 기말고사 사회문화 1문항의 재시험을 치렀다. 교사가 생각한 정답이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있는 것으로 확인돼 정답이 없었기 때문이다.
 
대입 수시모집 확대로 고교 내신성적의 중요성이 커졌지만, 전국 고교에서 출제 오류 등의 이유로 연간 2500과목 이상 재시험이 치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 학교 내신 시험에 오류가 많다는 문제 제기는 많았지만, 관련 수치가 집계된 것은 처음이다.
 
중앙일보가 14일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입수한 최근 2년간 고교 내신 재시험 실시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전국 고교에서 2539개 과목의 재시험을 치렀다. 2018년은 1936과목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2학기 기말고사가 제외된 수치이며 경기와 전북은 2학기 수치를 집계하지 않아 제외됐다.
 
2년간 집계된 4475개 재시험 과목 중 3937개(88%)는 출제 오류로 인한 재시험이었다. 전국 고교가 2041개인 점을 고려하면 평균적으로 학교마다 매년 1과목씩은 출제 오류로 재시험이 치러진다는 의미다. 이밖에 시험 범위에 맞지 않은 경우가 262건(5.9%), 인쇄나 시험 시간 등 관리 오류가 215건(4.8%), 기출 문제나 시중 문제집 문항을 그대로 실은 ‘문항 전재’가 24건(0.5%)이었다.
 
문제는 이번에 집계된 수치가 ‘빙산의 일각’이라는 점이다. 보통 출제 오류가 발생하면 재시험을 치르기보다 복수 정답을 인정하거나 ‘전원 정답’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신 의원은 “이번에 파악된 것은 최소한의 수치라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내신 시험에서 오류가 생기면 각 학교는 교장이 주재하는 학업성적관리위원회를 열어 심의하고 재시험 또는 복수 정답 처리 등을 결정한다. 하지만 이후 절차는 각 교육청 지침에도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한다”는 수준으로만 돼 있다. 교육청에 보고할 의무도 없어 지금까지 교육 당국도 출제 오류가 얼마나 되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고사 관리는 학교에 위임돼 일일이 간섭할 수 없다”며 “시험지 유출처럼 큰 사안은 보고되지만 오류 정도는 학교에서 알아서 한다”고 말했다.
 
내신 재시험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김영식 좋은교사운동본부 대표는 “문항 오류는 시험 때마다 4~5건씩 나오는데 최근엔 수시 학생부종합전형(학종) 확대로 학생들이 내신에 민감해지면서 전원 정답보다 재시험이 많다”고 말했다. 전원 정답은 열심히 공부한 학생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교사 간 상호 검증을 강화하고 타 부서에서도 교차 검증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출제 오류를 완전히 막기는 어렵다. 수백명의 출제·검토위원을 동원하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도 출제 오류가 나온다. 지난해 수능에선 역대 최대인 500여명이 동원됐지만, 국어 과목의 오타를 막지 못했다. 주석훈 미림여고 교장은 “교사도 실수를 한다. 교사뿐 아니라 학부모도 참여하는 기구를 만들어 시험 관련한 모든 의혹과 불만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병욱 인창고 교장도 “학교가 정기적으로 평가 방식을 검토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 의원은 “과거보다 내신이 더욱 중요해졌는데 평가 신뢰도와 공정성은 뿌연 안개에 뒤덮여 있다”며 “더욱 투명하고 신뢰받는 내신이 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윤서·전민희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