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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남·백형 혐오표현 아니다? 학교서 가르치라는 여가부

지난 12일 여성가족부가 배포한 ‘초중고 성평등 교수학습 지도안 사례집’의 일부 내용. [사진 여성가족부]

지난 12일 여성가족부가 배포한 ‘초중고 성평등 교수학습 지도안 사례집’의 일부 내용. [사진 여성가족부]

‘노벨상을 수상한 과학자 599명 중 여성이 18명인 이유는? 수상자를 결정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남성이기 때문’
 
최근 여성가족부가 펴낸 성평등 관련 책자에서 논란이 된 대목이다. 여가부는 지난 4일 전국 시·도교육청에 209쪽 분량의 ‘초중고 성평등 교수·학습 지도안 사례집’을 배포했다. 교육청에서 각 학교로 배포하진 않았지만 내용이 공개되자 여론이 시끌벅적하다. 양성평등이 중요한 가치인 것은 맞지만 정부기관에서 비(非)전문적인 표현들과 주관적 해석으로 오히려 성편견과 성갈등을 심화시키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일각에서 나온다.
 
취지는 좋았지만 일부 내용은 논란을 피해 가지 못했다. 대표적인 것이 ‘혐오표현’ 부분이다. 사례집은 ‘여성운전자’ ‘김치녀’ 등을 대표적 혐오표현으로 언급했지만, ‘남성운전자’ ‘김치남’은 혐오표현이 아니라고 적었다. 그 이유에 대해선 “남성과 같은 다수자에 대한 혐오표현은 성립하기 어렵다. 남성들은 소수자들처럼 차별받아온 ‘과거’와 차별받고 있는 ‘현재’와 차별받을 가능성이 있는 ‘미래’라는 맥락이 없기 때문이다”라는 저서(『말이 칼이 될 때』 홍성수 저)의 한 대목을 인용했다. 현재 혐오표현을 ○, X로 분류한 이 표는 책자에서 삭제된 상태다.
 
지도안 사례집에 게재됐다가 삭제된 내용. [사진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 페이스북]

지도안 사례집에 게재됐다가 삭제된 내용. [사진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 페이스북]

‘역대 노벨과학상 수상자의 성비 알아보기’라는 부분도 논란이 됐다. 이 장은 교사가 성차별 이슈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학생에게 바람직한 답변을 끌어내는 방식으로 구성돼 있다 ‘노벨 과학상 수상자 599명 중 여성 수상자가 18명인 이유는 무엇일까요?’라는 질문에 ‘수상자를 결정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남성이기 때문입니다’라는 답변이 달리는 식이다. 남성 노벨상 수상자들이 남성이란 이유로 특혜를 받았다고 곡해될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회사원 이원재(32)씨는 “일부 네티즌들이 주장할법한 내용이 정부 책자에서 적혀 있는 걸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서연(23)씨는 “김치녀, 김치남이라는 표현은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혐오표현일 수 있다는 점을 가르치는 게 진정한 성평등 교육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현직 교사들 사이에서도 일부 표현이 적절치 못했다는 반응이 나온다. 서울 지역 고교 교사 양모(31)씨는 “성평등 이슈는 교사들이 늘 염두에 두는 부분이지만 책자의 노벨상 부분이나, 혐오표현 부분은 편향적인 관점에서 쓰였다고 생각한다. 일부 동료 교사들도 문제가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반면 일부 표현 문제는 있지만 여가부에서 성평등 인식 확산에 나서는 것은 긍정적이라는 반응도 있다. 은평구의 초등학교 교사 최모씨는 “아이들에게 성평등이 무엇인지 교육을 하고 싶어도 적절한 매뉴얼이 없어 곤란했다”며 “일부 부분만 수정하면 여가부에서 배포한 책자가 교육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세경 전교조 여성위원장은 “성평등이나 여성혐오 등 이슈에 대한 적절한 교육 매뉴얼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사례집 발간에 참여한 여가부 관계자는 “해당 책자는 1년 넘게 준비했고 현직 교사들도 제작에 참여했다”며 “지적이 들어온 부분에 대해서는 다시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노벨상 관련 대목에 대해선 “해당 장(챕터) 뒷부분에 나오는 유리천장 문제들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표현으로 전체 맥락을 보면 ‘수상자를 결정하는 사람이 남자라서 남성 수상자가 많다’고 단정 지은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책자가 오히려 성갈등을 조장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선 “전혀 그럴 의도가 없다. 성갈등 조장은 여가부의 업무와 완전히 배치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손국희·김정연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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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