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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세 우승 두 번 박기원 감독 “내 나이가 어때서”

박기원 감독은 국내 스포츠 최고령 지도자다. 승부에 대한 열정은 젊은 지도자 못잖다. [우상조 기자]

박기원 감독은 국내 스포츠 최고령 지도자다. 승부에 대한 열정은 젊은 지도자 못잖다. [우상조 기자]

프로배구 남자부 대한항공이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하며 챔피언 결정전에 직행했다. 2연패를 꿈꾸는 대한항공을 이끄는 조종사는 ‘노장’ 박기원(68) 감독이다. 그는 국내 프로스포츠를 통틀어 최고령 감독이다. 그러나 승부에 대한 열정은 젊은 지도자 못잖다. 박기원 감독을 14일 경기도 용인 대한항공 체육관에서 만났다.
 
“경기 시작 한 시간 전부터니까 약 서너 시간 코트에 서 있죠. 힘들지 않냐고? 경기 내내 집중하니까 힘든 줄도 몰라요.”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박기원 감독은 활력이 넘쳤다. 박 감독은 “5세트 내내 코트에서 두뇌 싸움을 벌이다 보면 경기가 끝나자마자 맥이 탁 풀린다”고 말했다. 그래서 박 감독은 체력 관리에 힘쓰고 있다. 주당에 애연가였지만, 대한항공 감독직을 맡은 2016년 이후 술·담배를 끊었다.  
 
박 감독은 아침 6시에 일어나 체육관으로 출근한다. 선수들과 함께 아침 식사를 하고, 경기가 없는 날에는 비디오 분석과 전술 연구를 하다 밤 10시에 퇴근한다. 박 감독은 “배구 트렌드는 하루가 다르게 바뀐다. 아무리 경험이 많은 감독도 공부하지 않으면 뒤처지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대표적 사례가 서브다. 과거 배구에서 서브는 말 그대로 ‘서비스’에 가까웠다. 하지만 2000년대부터 공격적인 서브가 세계적인 트렌드가 됐다. 하지만 국내에선 서브 범실이 두려워 공격적인 서브보다는 정확한 서브를 강조하는 편이었다. 그러나 박기원 감독은 2016~17시즌 팀을 맡자마자 선수들에게 강서브를 주문했다. 박 감독은 “강한 서브야말로 쉽게 이길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처음부터 잘 된 건 아니었다. 2017년 컵대회에선 선수들이 한 경기에서 무려 35개의 서브 범실을 기록했다. 박 감독은 “구단에서 좋지 않은 평가가 나왔지만, 신경 쓰지 않고 선수들에게 ‘계속 강서브를 넣으라’고 주문했다”고 밝혔다. 결과는 좋았다. 2015~16시즌까지 세트당 1.06개였던 서브 득점은 올 시즌 40% 증가한 1.49개로 늘었다. 강서브로 상대를 흔들고, 유효블로킹으로 찬스를 만든 뒤 강력한 역습을 가하는 대한항공의 배구는 심플하면서도 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다른 선수보다 늦은 중학교 2학년 때 배구를 시작한 박 감독은 1979년 이탈리아 리그에 진출한 이후 해외에서 30년 가까이 지도자 생활을 했다. 그래서 개방적인 스타일을 몸에 익혔다. 대한항공에 부임한 뒤엔 수직적인 팀 분위기를 수평적으로 바꿨다. 러닝 중심의 체력 훈련은 선수 개개인에 맡겼다. 결혼한 선수는 합숙 대신 집에서 출·퇴근하도록 했다. 늘 ‘우승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던 선수들을 다독이면서 부담감을 덜어주려고 노력했다.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대한항공은 챔프전에서 사상 첫 통합우승에 도전한다. 양광삼 기자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대한항공은 챔프전에서 사상 첫 통합우승에 도전한다. 양광삼 기자

그 결과 대한항공은 지난 시즌 우승에 이어 올해도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남자 배구팀에 여성 지도자를 영입한 것도 박 감독이다. 그는 2017~18시즌을 앞두고 김혜화 체조 트레이너와 이주현 전력분석관을 영입했다. 국내 프로 스포츠팀에서 여성 스태프를 영입한 사례는 많지 않다. 박 감독은 “유럽 팀에선 여성 전문가도 과감히 기용한다. 능력이 비슷하다면 여성이 팀 분위기를 더 부드럽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체육관 한쪽 벽엔  ‘별’이 그려진 현수막이 걸려있다. 지난해 첫 우승을 기념하는 현수막이다. 박 감독은 반대편 벽을 가리키며 “현수막 하나를 더 걸고 싶다”고 했다. 대한항공은 현대캐피탈과 우리카드의 플레이오프(3전2승제) 승자와 22일부터 챔프전(5전3승제)을 치른다.
 
용인=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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