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취재일기] 해외에서 국내 기업 저격한 공정위원장

하루 새 생각이 바뀐 건 아니겠지만, 말은 확 바뀌었다.
 
“한국 재벌은 관료와 정치인을 포획하고 언론마저 장악했다. 사회적 병리 현상으로 확대되고 있다.”(11일 강연 자료)
“재벌은 한국의 소중한 경제 자산이다. 과거와 현재뿐 아니라 미래에도 그럴 것이다. 나는 재벌을 좋아한다.”(12일 실제 강연)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세르비아에서 열린 공정경쟁 관련 국제회의에서 발표한 내용이다. 11일 연설문 내용을 미리 공개했다가 논란이 일자 12일 실제 강연에선 바꿔 말했다. 4대 그룹의 한 임원은 “아무리 재벌을 때려잡고 싶더라도 안에서 해야 하는 것 아니냐. 해외에서 국내 재벌을 비판하는 건 누워서 침 뱉기”라고 지적했다.
 
가벼운 언행도 그렇지만 묻혀버린 강연문 곳곳에 녹아든 공정위원장의 ‘재벌관’이 문제다. 그는 “재벌 3세는 창업자와 달리 위험에 도전해 수익을 창출하기보다 사익추구 행위를 통한 기득권 유지에만 몰두한다”거나 “재벌의 성장이 중소기업 성장마저 방해한다”고 지적했다. 일방적이고, 편향된 주장이다.
 
반재벌 정서는 팩트 왜곡으로도 이어졌다. 그는 “10대 재벌 자산총액이 국내총생산(GDP)의 80%에 달한다”고 지적했는데 자산 총액은 GDP와 단순 비교할 수 없다. 자산은 기업이 생산한 부가가치뿐 아니라 보유한 현금ㆍ건물ㆍ토지를 모두 포함하는 데 비해 GDP는 1년 동안 국내 경제활동을 통해 일으킨 부가가치의 총합이라서다. “10대 재벌의 직접 고용 인원은 전체의 3.5%에 불과하다”고도 했는데, 직접 고용보다 훨씬 큰 협력사ㆍ간접 고용 등 파급 효과는 무시했다.
 
김 위원장의 설화(舌禍)에는 전력이 있다. 그는 취임 직후 “재벌을 혼내주고 오느라 (확대경제 장관회의) 참석이 늦었다”고 하거나 “이해진 전 네이버 의장은 애플의 스티브 잡스와 같은 미래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그때마다 “조심하겠다”고 했지만 이번엔 해외에서 눈총을 받았다.
 
미국ㆍ중국은 자국 기업을 살리기 위해 공직자들이 국가 이미지 추락도 무릅쓰고 ‘무역 전쟁’을 불사한다. 총성 없는 글로벌 전쟁터에서 경쟁하는 기업의 애로를 잘 알기 때문이다. 백번 양보해 공정위원장의 ‘생각’이 그렇다 치더라도 해외에서 뛰는 기업을 도와주지 못할망정 국제회의에서 공개적인 ‘기업 때리기’에 나선 건 공직자로서 ‘TPO’(TimeㆍPlaceㆍOccasion, 시간ㆍ장소ㆍ상황)가 모두 부적절한 처신이었다. 그는 분명 공정위원장인데 ‘재벌 저격수’로 불렸던 시민단체 활동가 시절의 과거가 겹쳤다.
 
김기환 경제정책팀 기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