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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새 벤츠' 미스터리···밀수출 거꾸로 이용했나

북한은 국제사회의 촘촘한 대북 제재망을 뚫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벤츠 등 고급 승용차들을 어떻게 반입했을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가 지난 12일(현지시간) 연례 보고서를 공개하면서 나온 의문점이다.
 
롤스로이스와 벤츠 등 지난해 싱가포르에서의 북미 정상회담과 평양에서의 남북정상회담 당시 등장했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최고급 전용차가 제재 위반으로 판정받았다. [연합뉴스]

롤스로이스와 벤츠 등 지난해 싱가포르에서의 북미 정상회담과 평양에서의 남북정상회담 당시 등장했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최고급 전용차가 제재 위반으로 판정받았다. [연합뉴스]

보고서가 북한이 몰래 들여왔다고 밝힌 차량은 메르세데스 벤츠 리무진과 롤스로이스 팬텀, 렉서스 LX570 등이다. 이들 차량은 대북제재결의에 따라 사치품으로 분류돼 북한 수출이 금지됐다.
  
렉서스 LX570(도요타)은 2012년 1월~2015년 7월 생산 기종, 롤스로이스 팬텀(롤스로이스)은 2012년 8월~2017년 2월 제조됐다. 북한이 해당 차량을 도입했던 시기는 모두 대북제재 결의안 제1718호(2006년), 제2094호(2013년)가 발효된 시점 이후다. 제재위는 “명백한 제재 위반”이라면서도 북한으로 흘러 들어간 경위를 설명하지 못했다.

 
유엔 제재위가 지목한 김 위원장의 벤츠는 도입 시기가 관건이다. 김 위원장이 타는 벤츠는 S600 풀만 가드 리무진으로 2012년식으로 추정되는데, 지난해 말 추가로 들여왔다는 설이 나온다. 한 자동차 전문가는 “해당 차종은 전량 주문 제작되고 있어 육안으로는 정확한 제조 시기를 알기 힘들다”고 말했다.
 
정보당국에 따르면 북한 유입 경로는 ‘밀수 루트’를 통해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북한이 활용했던 비공식 수출선이 거꾸로 비공식 수입선으로 쓰였다는 분석이다. 북한은 1980년대부터 부족한 외화를 벌어들이기 위해 불법적인 경제 활동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다. 유럽과 동남아시아 국가에 마약·위조담배·위조약품·위조화폐 등 불법 상품을 팔고, 아프리카와 같은 제3세계권엔 무기를 수출했다.
 
북미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2월 26일 베트남 란선성 동당역 앞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벤츠 전용차가 경호원의 경호를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미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2월 26일 베트남 란선성 동당역 앞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벤츠 전용차가 경호원의 경호를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이같은 불법 비공식 수출선을 역으로 사치품 수입에 이용했을 가능성이다. 제재위 보고서에서도 불법무기 거래를 언급했다. 북한이 콩고민주공화국과 알제리, 시리아, 이란 등 27개국에 무기를 수출했다는 의혹이다. 북한은 2009년엔 화물 수송기에 무기를 실어 나르다 방콕 공항에서 발각됐다. 압수된 무기 35t에는 지대지 로켓, 휴대용 대전차 로켓(RPG) 등이 포함됐다.

 
김진아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위장 업체를 통해 중국에 수입해 놓은 뒤 육로 등 밀수 방법으로 북한으로 반입하는 방법이 있다”며 “HS 코드 허위 기재 등 위장 수법으로 제재 빈틈을 노리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HS 코드는 무역거래 상품 품목 분류 코드인데, 사치품을 수입하면서 일반 상품으로 허위 기재하는 방식이다. 또는 6자리 코드 중 일부만 기재해 세부 내용을 모르게 하는 수법도 있다. 현실적으로 모든 화물을 다 열어보는 전량 검색은 어렵다는 점을 노린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6월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후 벤츠 전용차량을 타고 이동하고 있다. 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6월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후 벤츠 전용차량을 타고 이동하고 있다. 뉴스1

해외에서 북한 무기 밀매에 관여했던 경험이 있는 탈북 외교관은 “외교 행낭도 불법 경제활동에 쓰인다”고 말했다. 외교 행낭은 국제협약에 따라 제3자가 열어볼 수 없다. 외교관이 들고 다니는 가방뿐 아니라 해외 대사관에서 사용하는 각종 장비를 담은 컨테이너 등 외교 행낭의 형태는 다양하다.

 
제재위 보고서 발간을 두고 눈치보기가 있었다는 주장도 있다. 외교 소식통은 “보고서 발간이 다소 미뤄졌다”며 “중국에서 보고서 내용에 불만이 있어 발간이 미뤄졌는데, 특히 중국 개입 여부가 언급될 것 같아 구체적인 유입 경로를 밝히지 못한 채 발간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대북 제재를 우회하기 위해 중국 등 제3국의 '비공식' 도움을 받았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는 이유다.
 
박용한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이근평 기자 park.yong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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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