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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이젠 내 차례구나"…전국 최고 실업률 '거제의 눈물'

12일 경남 거제시 옥포동 대우조선해양 복합업무지원단지 뒤편으로 대우조선해양의 크레인이 보이는 모습. 윤상언 기자

12일 경남 거제시 옥포동 대우조선해양 복합업무지원단지 뒤편으로 대우조선해양의 크레인이 보이는 모습. 윤상언 기자

대우조선 근로자 "구조조정 없다는 말 못 믿어"
“회사 매각 소식에 ‘이젠 내 차례구나’ 싶었어요. 지난 2015년 구조조정 때 동료들 안전모랑 옷장이 하나씩 사라지던 걸 봤었는데…”

 
지난 12일 오후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만난 정상헌(43) 씨는 착잡한 심정을 숨기지 못했다. 조선소 내부는 총파업 여파로 삭막했다. 이따금 조선소 안에는 붉은색 머리띠를 머리에 두른 채 걸어가는 이들도 있었다. 회색 작업복을 입고 지나다니는 이들의 얼굴에는 웃음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에 앞서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민영화에 반발해 이달 초 파업을 결의했다. 
 
12일 경남 거제시 옥포동 대우조선해양 복합업무지원단지 뒤 직원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윤상언 기자

12일 경남 거제시 옥포동 대우조선해양 복합업무지원단지 뒤 직원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윤상언 기자

 
대전이 고향인 정씨는 반평생을 거제에서 보냈다. 24년 전 고등학교 3학년 무렵에 혈혈단신 거제로 내려와 일을 배우기 시작했단다. 정씨는 “회사가 현대중공업에 매각된다는 소식을 듣고선 너무 충격을 받아 어떤 이야기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4년 전 구조조정 칼바람이 조선소에 불어닥치자 20년 넘게 동고동락한 동료들은 하나둘 떠났다”며 “24년간 함께 일했던 부서원 중 절반이 해고되거나 희망퇴직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나도 해고된 선후배들처럼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함에 사로잡혀 있었다”고 털어놨다.
 
13일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정상헌(43)씨가 작업장에서 일하고 있다. [사진 대우조선해양노조]

13일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정상헌(43)씨가 작업장에서 일하고 있다. [사진 대우조선해양노조]

 
생산계획담당 작업반장 김종배(50)씨는 “지난 구조조정 때 무렵 다들 불안해하는 와중에 ‘나는 이 회사에서 퇴직할 자신이 있다’고 말하면서 미친 듯이 일했는데 민영화 소식이 들려왔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금도 억울하고 불안해서 집에 가면 잠이 오지 않는다”며“산업은행은 구조조정이 없다고 말하지만 이를 믿은 조합원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12일 경남 거제시 옥포동에 위치한 대우조선해양 복합업무지원단지 앞의 모습. 윤상언 기자

12일 경남 거제시 옥포동에 위치한 대우조선해양 복합업무지원단지 앞의 모습. 윤상언 기자

거제시 실업률 7%…"대우조선 협력업체처럼 변할 것"
거제시민도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인수를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대규모 인력 재편으로 지역 경제가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다는 걱정이다. 대우조선 정문 앞에서 음식점을 하는 배모(34)씨는 “현대 측에서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는 말을 믿어달라는 것은 우리를 눈뜬장님 취급하는 행위”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옥포동에서 중국음식점을 하는 유경숙(47)씨도 “현대에서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면 다 같이 잘 산다는 느낌보다는 대우조선이 협력업체처럼 변할 것”이라며 “(대우조선 매각 소식에) 지역상인들 분위기도 안 좋고 어수선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지역경제가 아직도 흔들리고 있는 점이다. 거제시의 경제는 무너져 내리고 있다. 지난해 거제시의 실업률은 7%를 기록했다. 전국 도시 중 가장 높다. 시ㆍ군별 실업률 통계가 집계된 2013년 이래 가장 높다.
 
경기가 어려워지자 조선소 직원의 주머니는 자연스레 닫혔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조선소 주변 상권으로 번져가고 있었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6년 4647명이던 폐업신청자(개인사업자)가 2017년에는 약 19% 증가한 5539명에 달했다. 실업급여를 받는 이들도 늘었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실업급여를 받는 음식·숙박업과 도소매업 종사자가 2015년 369명에서 지난해에는 849명으로 급증했다. 

 
13일 경남 거제시 고현동 거리에서 대우조선해양 노조원들이 회사 매각에 반대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윤상언 기자

13일 경남 거제시 고현동 거리에서 대우조선해양 노조원들이 회사 매각에 반대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윤상언 기자

 
점심시간에도 곳곳 빈자리…"폐업하는 가계도 많아져"  
지난 4년간 드리워지고 있는 거제시 불황의 그림자는 대우조선을 비롯한 조선업의 유례없는 위기와 깊게 연관돼있다. 조선소는 지역경제를 떠받치는 대들보였다. 이들이 흔들리면서 지역 경제도 같이 무너졌다. 특히 경기침체의 상흔이 깊게 남은 상황에서 거제시는 대우조선해양 매각이라는 또 다른 파고에 휩쓸리게 될 처지에 놓였다. 
 
경남 거제 옥포동에서 국밥집을 운영하는 윤종찬(52) 씨는 장사가 잘되냐는 기자의 질문에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한때 윤씨의 가게는 인근 조선소 직원들에게 맛집으로 소문나 예약을 받을 수 없을 정도로 인기였다. 지금은 점심시간에도 20개 가까이 되는 테이블에 4~5곳을 채우는 것도 힘든 수준이다. 윤씨는 “지금은 한창때인 3년 전보다 점심을 먹으러 오는 인원들이 거의 없다”면서 “외식 손님이 준 것은 주변 음식점들도 비슷한 처지라 폐업하는 가게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매각 저지를 위한 시위를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이들은 서울의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 사무소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가기로 했다. 거제에서는 오는 15일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집회를 열기로 했다. 대우조선해양 노조 하태준 정책기획실장은 “현대중공업에 매각되면 기존 거제의 인력이 대거 빠져나가게 된다”며 ”밀실매각이자 현대 재벌의 특혜가 무효가 될 때까지 시위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양승훈 경남대 교수는 "대우조선해양의 매각과 관련된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지역민과 직원의 불신은 당연한 것"이라며 "이해 당사자를 세밀하게 조율할 수 있을지는 정부와 지자체에 남겨진 숙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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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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