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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면서 고함·발길질하면 치매·파킨슨병 의심해야”

[사진 서울대병원]

[사진 서울대병원]

자면서 소리를 지르거나 발길질을 하는 등 과격한 행동을 하는 경우엔 치매·파킨슨병 등 신경퇴행질환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 서울대병원은 자면서 돌발행동을 보이는 질병인 ‘특발성렘수면행동장애’ 환자를 장기 추적한 결과 조사 대상 4명 중 3명꼴로 파킨슨·치매 등 신경퇴행질환이 나타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세계 11개국 24개 센터의 수면·신경 전문가가 벌인 조사다. 북미·유럽의 의료기관이 주로 참가한 연구에 아시아에선 정기영 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가 유일하게 공동 연구자로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뇌과학 분야 국제적 학술지인 ‘브레인’ 최근호에 실렸다.
 
연구팀은 수면다원검사로 확진된 특발성렘수면행동장애 환자 1280명을 장기간 추적 관찰했다. 치매와 파킨슨병 발생률 및 신경퇴행질환 위험도도 평가했다. 대상자 가운데 한국인은 서울대병원 신경과 환자 28명이 포함됐다. 환자들의 평균 연령은 66.3세였고 평균 추적관찰 기간은 4.6년, 최장 19년이었다.
 
연구 결과 특발성렘수면행동장애 환자는 연간 약 6.3%, 12년 후에는 73.5%가 신경퇴행질환으로 진행됐다. 신경퇴행질환 위험요인으로는 운동 검사 이상, 후각 이상, 경도인지장애, 발기 장애, 운동 증상, 도파민운반체 영상 이상, 색각 이상, 변비, 렘수면무긴장증 소실 등이었다.
렘수면.[사진 서울대병원]

렘수면.[사진 서울대병원]

렘수면은 몸은 자고 있으나 뇌는 깨어있는 상태를 말한다. 사람은 대부분 렘수면을 하면서 꿈을 꾼다. 이때는 근육이 이완되어 움직이지 않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특발성렘수면행동장애 환자는 근육을 움직일 수 있는 데다 긴장 속에 꿈속 행동을 그대로 재현하게 된다. 이로 인해 소리를 지르거나 발길질을 하는 등의 이상 행동으로 외상을 입는 일이 잦다.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전체인구에서 특발성렘수면행동장애 유병률은 약 0.38~0.5%이고 한국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2.01%로 알려졌다.
 
신경퇴행질환처럼 특발성렘수면행동장애 역시 완치할 수 있는 약이 없다. 하지만 다른 신경퇴행질환의 경우 치료를 일찍 시작하면 진행을 늦추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의료계에선 특발성렘수면행동장애 역시 같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신경과 정기영 교수.[사진 서울대병원]

서울대병원 신경과 정기영 교수.[사진 서울대병원]

정기영 교수는 "신경퇴행질환으로 발병될 위험이 큰 환자를 예측해 좀 더 적극적으로 관리하면 이후 환자 삶의 질이 훨씬 향상될 수 있다"며 "기존 연구에서도 특발성렘수면행동장애가 신경퇴행질환으로 진행된다고 알려졌지만, 이를 다기관 장기 추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신경퇴행질환의 다양한 위험인자들을 밝히고, 한국인 환자의 데이터도 같은 양상으로 나타난 것을 확인한 것도 이번 연구의 큰 의의”라고 덧붙였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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