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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금실과 천정배의 단명, 文의 기억이 박상기를 남게했나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지난달 15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정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에 박상기 법무부 장관(오른쪽)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지난달 15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정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에 박상기 법무부 장관(오른쪽)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법무부 장관은 적어도 2년, 가능하다면 대통령과 임기를 함께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요. 노무현 전 대통령님도 공언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잘 안됐어요"
 
2011년 노무현재단이 펴낸 참여정부 정책총서『진보와 권력』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노무현정부 당시 단명했던 법무부 장관들의 문제점을 이렇게 회고했다. 
 
당시 법무장관의 재임 기간은 평균 1년 정도에 불과했다. 가장 임기가 길었던 강금실 장관이 1년 5개월, 천정배 장관이 1년 1개월, 정성진 장관은 6개월 후 자리에서 물러났다. 결국 이 문제가 검찰개혁 실패의 원인이라 본 것이다.
 
여권에선 박상기 법무장관의 예상외 롱런(1년 8개월)의 이유가 이런 문 대통령의 기억에서 비롯됐다는 말이 나온다. 박 장관은 지난해 총리실 부처별 업무평가에서 최저 등급인 '미흡'을 받으며 개각 1순위로 꼽혔다. 하지만 최근(지난 8일)의 7개 부처 개각에서 살아남았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8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개각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청와대는 이날 과기정통부 장관 등 장관 7명, 식약처장 등 2명의 차관급 인사를 발표했다.[뉴스1]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8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개각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청와대는 이날 과기정통부 장관 등 장관 7명, 식약처장 등 2명의 차관급 인사를 발표했다.[뉴스1]

박 장관은 조국 민정수석에 비해 존재감과 카리스마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과거 강금실·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의 단명을 기억하는 문 대통령이 그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줬다는 것이다. 
 
천 전 장관도『진보와 권력』에서 단명했던 법무장관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내가 인사 한번 하는데 그 다음에 인사권 없다는 것을 뻔히 아는데 충성을 하겠어요? 5년 동안 저 사람한테 잘못 보이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돼야 합니다. 그래야 일관성 있게 정책이 추진될 수 있어요" 
 
검찰 내부에선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영향력이 아직 상당하다는 말이 나온다. 이 역시 '인사권' 때문이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박근혜 정부에서 법무장관과 국무총리·대통령 권한대행을 역임하며 황 대표에게 인사 혜택을 본 검사들이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3월 개각을 앞두고 박 장관이 교체 대상으로 언론에 오르내렸지만 내부적으론 바뀌지 않을 것이란 걸 이미 알고 있었다"며 "청와대에서 박 장관의 업무 능력에 대해 긍정적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2004년 7월 28일 과천 정부종합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사의를 표명한 강금실 법무장관이 기자회견을 마치고 나가고 있다. 1년 5개월간 법무부 장관을 맡았던 강 장관은 노무현정부 초대 및 최장수 법무부 장관이었다.[중앙포토]

2004년 7월 28일 과천 정부종합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사의를 표명한 강금실 법무장관이 기자회견을 마치고 나가고 있다. 1년 5개월간 법무부 장관을 맡았던 강 장관은 노무현정부 초대 및 최장수 법무부 장관이었다.[중앙포토]

박 장관이 유임된 또다른 이유로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검찰개혁을 위해 청와대와 호흡을 맞춰갈 장관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박 장관은 조국 수석과 함께 검찰개혁에서 긴밀히 협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상반기 중 두 과제를 매듭짓지 못하면 문재인 정부 임기 내 검찰개혁은 어렵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박 장관과 조 수석이 청와대와 함께 당장 국회에서 풀어야 할 숙제가 있어 개각에서 살아남았다는 분석이다. 
 
박 장관은 13일 취임후 세 번째 업무보고에서 연내 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을 강조했다. 지난해 업무보고에선 3번째 과제였던 검찰개혁이 올해엔 최우선 과제로 올라왔다. 
 
지난해 6월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박 장관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합의한 '검·경 수사권조정 합의문'은 그해 11월 법안으로 발의됐다. 하지만 자유한국당과 검찰의 반발로 연내 입법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박 장관에 대해 가장 박한 평가를 하는 곳은 사실 야당이 아닌 법무부 소속 기관인 검찰 조직이다. 공수처와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를 두고 박 장관이 검찰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는다는 것이 큰 불만이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13일 오후 과천시 법무부 브리핑실에서 2019년 법무부 주요 업무계획으로 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13일 오후 과천시 법무부 브리핑실에서 2019년 법무부 주요 업무계획으로 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대검 관계자는 "법무부에 우리 입장을 전달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사실상 패싱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검·경 수사권 문제에 정통한 검찰 간부 출신의 변호사는 "법무부에서 대검 입장을 전혀 듣지 않고, 두 기관 사이에 소통도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법무부 고위 관계자는 "과거 법무부가 검찰 중심으로 돌아갔던 것이 문제였다"며 "현재 두 기관은 오히려 건강한 긴장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공수처 설치엔 찬성하지만 현재 정부의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포함된 '경찰에 1차 수사 종결권 부여'에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검찰에 기소권과 영장청구권은 남겨두고 수사지휘권을 폐지한다는 것인데 대검 고위 관계자는 "경찰의 수사를 검찰에서 한번 더 체크하는 것이 국민들에게 이득이며 검찰의 존재 이유"라는 입장이다.
  
검찰을 개혁의 주체가 아닌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현재 법무부가 과거 노무현정부의 실수를 답습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검찰의 동참을 이끌어내지 못했던 법무장관들은 검찰총장의 항명사태 등에 사임하며 검찰개혁에 사실상 실패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을 역임했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를 예방한 박상기 법무부장관과 인사를 하는 모습. [뉴스1]

박근혜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을 역임했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를 예방한 박상기 법무부장관과 인사를 하는 모습. [뉴스1]

노무현정부 법무부에서 검찰 개혁 업무를 맡았던 한 변호사는 "검찰이 없는 법무부의 검찰 개혁은 실체가 없어 현실과 괴리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와대와 여권에선 "검찰의 동의를 받아나가면서 검찰을 개혁하려다 실패한 것이 노무현정부의 교훈"이란 말도 나온다. 박 장관이 법무장관으로 임명된 것도 '학계에서 검찰 개혁을 주장해왔던 형사법 전문가'라는 이유가 컸다. '검찰색'이 강하지 않다는 얘기다.
 
문 대통령도 노무현정부 당시 이런 어려움과 검찰개혁의 이중성에 대해『진보와 권력』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검찰개혁이라는 것은 검찰의 동의를 받아 나가면서 끌고나가야 되거든요? 그러면 검찰을 제대로 장악한달까 그게 필요한데...하지만 그렇게 되면 너무 검찰 마인드에 빠져서 검찰개혁의 과제가 어렵게 되는 점이 또 한계로 지적됩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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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