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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한·일 천주교, 100년 만의 사과

백성호 문화팀 기자

백성호 문화팀 기자

일본 천주교가 9일 “일제 강점기 한국 천주교에 깊이 관여했고, 신자들이 일본의 침략 전쟁에 협력하도록 촉구한 것에 대해 책임이 있다”며 사과 담화문을 발표했다. 현재 일본의 천주교 신자는 약 50만 명이다. 반면 한국의 천주교 신자는 500만 명이 넘는다. 일제 강점기에는 사정이 달랐다. 조선은 식민지였다. 일본에는 교황청 대사가 파견돼 있었지만, 조선에는 교황청 대사가 없었다. 일본의 교황청 대사관이 조선 천주교까지 관할했다. 그러니 일본 천주교의 입김이 조선에는 크게 작용했다.
 
1831년 교황청은 조선의 선교를 파리외방전교회에 맡겼다. 그들에게 조선은 ‘남의 나라’였고, 선교사들은 영혼 구원에만 관심이 있었다. 뮈텔 주교는 1911년 6월 조선 총독 데라우치를 찾아가 “천주교는 정치 문제에 무관심하다. 나는 일본을 합법 정부로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자리에서 대구교구장 드망즈 주교는 “우리 가톨릭은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에게, 카이사르의 것은 카이사르에게 바쳤다”며 정교분리 입장을 피력했다. 그들의 눈에 조선의 독립운동은 ‘반정부운동’에 불과했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1942년 11월 14일 명동성당 보좌신부가 한국인 최초로 주교가 됐다. 다름 아닌 노기남 주교다. 그는 경성교구장(현 서울대교구장)에 취임하며 “우리는 무엇보다도 열심한 가톨릭자가 되고, 충량한 황국신민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혹자는 “엄혹한 식민지 시대에 천주교회의 존립을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평한다. 노 주교 역시 성(聖)과 속(俗)의 이원적 분리를 선언했다. 그럼에도 조선 천주교 기관지 『경향잡지』에는 ‘반도청년들이 황군이 되고’ ‘식기를 반납해 어뢰와 포탄을 만들자’는 글들이 이어졌다.
 
조선 천주교의 ‘친일 행적’은 지금도 한국 천주교에 큰 짐이다. 지난달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김희중(대주교) 의장이 “민족의 고통과 아픔을 외면하고 저버린 잘못을 부끄러운 마음으로 성찰하며 반성한다”고 발표했다. 무려 100년만의 사과문이다. 엊그제 발표한 일본 천주교의 사과문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3·1운동 100주년’이 공식 사과를 위한 계기가 됐다.
 
종교는 종종 성(聖)과 속(俗)의 분리를 주장한다. 현실이 감당하기 벅찰 때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사회 밖의 종교란 없다. 모든 종교는 사회와 함께 숨을 쉰다. 사회가 종교에 바라는 건 이분법적 분리가 아니다. 사회의 상처, 가장 고통스러운 지점을 종교가 닦아주고 씻어주길 바란다. 일제 강점기, 조선의 가장 깊은 비명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성(聖)과 속(俗)의 분리를 말하던 조선 천주교에 다시 던지고 싶은 물음이다.
 
백성호 문화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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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