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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월드와이드웹 30주년과 통제된 인터넷 세상

박상현 IT평론가·메디아티 콘텐츠 랩장

박상현 IT평론가·메디아티 콘텐츠 랩장

인터넷을 누구에게나 자유로운 열린 공간으로 만들어준 월드와이드웹(www)이 12일로 서른 살이 됐다. 하지만 축제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다. 30주년을 기념하는 인터뷰에서 월드와이드웹의 창시자 팀 버너스리는 “(지금의 웹은) 우리가 원했던 모습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망과 우려는 웹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구글의 최고경영자(CEO)를 지냈던 에릭 슈미트는 지난해 한 콘퍼런스에서 “앞으로 10년 안에 인터넷이 두 진영으로 갈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가 말한 두 진영이란 궁극적으로 중국이 주도하게 될 인터넷과 미국이 주도해온 인터넷이다. 슈미트는 중국이 인터넷을 통해 막대한 부를 창출하고 기술적으로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중국의 인터넷에는 정부의 감시와 통제라는 위험 요소가 있음을 지적했다.
 
인터넷은 흔히 바다에 비유되면서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개방된 공간이라는 이상을 갖고 발전해 왔다. 하지만 다양한 국가와 문화권을 연결하는 과정에서 각각의 체제가 수용하기 어려울 만큼 다른 기준을 갖고 있음이 드러났다. 가령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세계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최우선으로 하고 인터넷을 정부의 간섭으로부터 분리하려 한다. 반면 중국·러시아처럼 민주주의가 발전하지 않은 국가의 경우 안전과 사회 통합을 이유로 정부가 인터넷을 통제하고 검열하는 일이 흔하다.
 
특히 중국에서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이후 국내의 정치적 반대세력을 억누르고 자국의 인터넷 산업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페이스북·트위터·유튜브를 중국에서 사용할 수 없도록 차단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내용의 검색을 제한하라는 중국 정부의 요구를 거부한 구글도 중국 시장에서 물러나야 했다.
 
문제는 그런 감시와 통제, 개인정보 침해를 일상화하는 중국식 인터넷이 중국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지난 2월 인도는 페이스북·구글·트위터·틱톡 등의 서비스에서 정부가 문제 있다고 판단되는 콘텐트를 삭제하도록 요구하는 법안을 의회에 상정해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러시아는 한 술 더 떠서 보안을 이유로 국내 인터넷을 나머지 세계의 인터넷망과 완전히 분리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중국의 인터넷은 세계와 분리돼 자국만의 인터넷 환경을 갖고 있다고 해서 ‘만리장성 방화벽(Great Firewall)’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이제는 그 방화벽이 중국을 넘어 북쪽으로는 러시아, 서쪽으로는 인도를 지나 중동까지 포함하는 거대한 ‘통제된 인터넷 세상’이 형성되고 있다.
 
시론 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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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것이 있다. 프리덤 하우스와 오픈 넷 이니셔티브 같은 국제 비정부 기구들이 2018년에 발간한 ‘인터넷 검열과 감시 국가’ 리스트에 한국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다. 검열·감시국가를 표시한 지도에는 통제가 심각한 정도에 따라 분홍색과 붉은색으로 표시하는데, 한국은 중국이나 사우디아라비아보다는 덜하지만 러시아·미얀마 등과 비슷한 수준인 분홍색으로 표시돼 있다.
 
다시 말해 한국은 일본·대만을 비롯해 아메리카와 서유럽을 포함하는 ‘자유 인터넷 진영’이 아니라 동유럽 벨라루스에서 시작해서 유라시아 대륙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통제 인터넷 진영’의 동쪽 끝에 해당한다. 게다가 이 조사는 한국 정부가 불법 사이트 접속을 막기 위해 서버네임인디케이션(SNI) 차단이라는 강력한 조처를 하기 이전에 이루어진 것이다. 올해 다시 조사할 경우 한국의 인터넷 자유 지수는 더 떨어질 것이 분명해 보인다.
 
최근 청와대는 정부가 강력한 차단 정책을 들고나온 것은 몰카 등 불법 촬영물을 단속하는 것이 목적이며 국민의 통신내용을 들여다보는 등의 감시나 검열은 있어서도 안 되고 있을 수도 없다고 국민청원 사이트에서 해명했다. 하지만 현재 정부가 하는 것은 ‘정부 관리가 비도덕적이라는 이유로 책이나 연극·영화를 살피거나 삭제하는 행위’라는 검열(Censorship)의 사전적 정의를 충족한다.
 
자유 인터넷 진영에 속한 나라들이라고 해서 한국과 같은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많은 문제가 있지만, 자유를 보장하는 것을 더 소중하게 여긴다. 불법 콘텐트가 일부 섞여 있다고 해서 900개에 가까운 웹사이트를 통째로 막아버리는 일은 자유국가에서 보기 힘든 일이다.
 
하나였던 인터넷이 두 진영으로 갈라지는 상황은 에릭 슈미트가 경고했던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다. 갈라지는 인터넷 세상에서 한국은 계속해서 중국·러시아·인도를 포함하는 거대한 인터넷 통제 진영에 남을 것인가. 아니면 다른 민주국가들과 함께 자유 인터넷 진영으로 옮겨갈 것인가. 한국은 이제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다.
 
박상현 IT평론가·메디아티 콘텐츠 랩장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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