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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기업 애로’ 망치로 부순다고 규제 없어지나

규제혁신 토론회에 앞서 ‘현실괴리 중소기업 규제애로’라고 적힌 글자 블럭을 망치로 내리친 뒤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나누는 참가자들. 사진 왼쪽에서 일곱째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사진 중소벤처기업부]

규제혁신 토론회에 앞서 ‘현실괴리 중소기업 규제애로’라고 적힌 글자 블럭을 망치로 내리친 뒤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나누는 참가자들. 사진 왼쪽에서 일곱째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사진 중소벤처기업부]

13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지하 1층 그랜드홀. 오후 2시가 넘어서자 커다란 해머를 들고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과 박주봉 중소기업 옴부즈만(차관급) 등 공무원 12명이 단상에 올라섰다. 이들은 사회자의 구령에 맞춰 무대 위에 놓여있던 ‘현실괴리 중소기업 규제애로’란 글자 블록을 해머로 내리쳤다. 글자 블록들은 산산이 흩어졌고, 참석자들은 후련하다는 표정으로 웃으며 손뼉을 쳤다. ‘규제를 시원하게 부쉈다’는 보람까지 느껴졌다. 퍼포먼스는 이날 열린 ‘중소기업 규제혁신 및 기업 속풀이 대토론회’의 일부였다.
 
토론회 참석자들이 앉은 자리엔 대추차가 담긴 텀블러가 놓여 있었다. ‘규제로 막힌 속을 풀라’는 취지에서다. 중소벤처기업부 김중현 정책보좌관은 “정부가 규제를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었다는 걸 자랑하고 싶고, 기업에 알리고 싶다”고 했다. 이어진 토론회에선 탁주와 약주 등의 산도 기준을 완화하는 등 10여 가지 규제가 해소됐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규제 혁신 토론회는 최근 들어 더 잦아지고 있다. 이달 7일에도 ‘스타트업과의 동행 O2O(온라인과 오프라인 연결 서비스) 규제개선 아이디어 스타트업에게 찾는다’를 주제로 중소벤처기업부 주최 토론회가 열렸다. 규제 혁신을 위한 정부의 노력을 폄훼하려는 건 아니다. 하지만 망치로 부수고, 대추차를 마시고, 잦은 토론회를 연다고 규제가 해소되는 건 아니다.
 
실제 ‘망치’ 퍼포먼스가 끝난 뒤 이어진 토론회에선 되레 왜 특정 규제가 존재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부 측 설명이 길게 이어졌다. “농촌 가공처리시설에서 고구마는 팔 수 있는데, 고구마 라떼는 왜 팔수 없느냐”는 건의에 “고구마 라떼는 휴게 음식점 허가를 내줘야 하는데 이 경우 난개발의 우려가 있어 제한하고 있다”는 답이 나왔다. “주거용 건물에 기업부설연구소를 만드는 건 왜 안되나”는 건의엔 “국토교통부 주관인 건축법이 먼저 해결되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허용하겠다”는 부처 간 ‘핑퐁게임’까지 연출됐다. 한 기업인은 “속풀이 대토론회가 아니라 고구마를 잔뜩 먹은 것처럼 답답함만 느꼈다”고 했다.
 
국민 입장에서 규제혁신이란 결국 일하기 좋고, 기업하기 좋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정부의 의도야 어떻든 사업하는 입장에선 ‘52시간 근무제’도 규제고, ‘최저임금 인상’도 규제다. 정부의 예산 지원을 받기 위해 30~40장씩 지원서를 꾸미는 일도 중소기업엔 규제이자 부담이다.
 
말 뿐인 토론회나 해머질은 ‘쇼’일 뿐이다. 첫 단추는 결국 어떤 규제가 기업과 국민을 많이 옥죄는지 가려내는 일이다. 부처마다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규제들을 스스로 내놓아 보면 어떨까.
 
대개 각 부처가 가장 없애기 싫어하는 규제가 국민에겐 가장 불편하고 힘든 규제다. 스스로 가려낼 자신이 없다면 미국처럼 아예 ‘새 규제 하나당 기존 규제 2개를 없애도록 하는 행정명령(Two-for-One Executive Order)’을 내리는 것도 방법이다. 보여주기만 할 게 아니라 좀 더 솔직해지자. 
 
이수기·김정민 기자 retal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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