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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미세먼지와 서울대병원의 ‘국민 건강 지킴이’ 역할

윤영호 서울의대 교수 한국건강학회 이사장

윤영호 서울의대 교수 한국건강학회 이사장

사상 최악의 미세먼지가 일주일 넘게 발생하자 곳곳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폐암, 심뇌혈질환, 호흡기질환 등 각종 질환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커진다. 건강을 위협하는 미세먼지를 막기 위해 마스크와 공기청정기를 사는 등 자구책을 강구해야 하는 지경이다. 취약계층과 저소득층은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비싼 마스크와 공기청정기를 살 수 없는 소득 격차가 ‘건강 격차’로 이어지고 있다. 상황이 정말 심각하다.
 
다급해진 문재인 정부는 미세먼지 긴급 대책 차원에서 중국 정부와 미세먼지 대책을 협의하고 추경예산도 편성하겠다고 밝혔다. 여야 원내대표들도 긴급회동 뒤 문 대통령에게 이번 미세먼지 사태를 ‘국가 재난’으로 선포해달라고 요구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미세먼지를 사회재난으로 규정한 안전관리기본법을 통과시켜 13일 본회의에서 의결할 예정이다.
 
그런데 지금 미세먼지의 정확한 원인이 무엇인지, 건강에 얼마나 어떻게 나쁜지, 대처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대부분의 국민은 잘 모른다. 또한 너무나 많은 정보가 다르게 전달되고 있다. 혼란과 불안뿐이다. 질병관리본부를 비롯한 보건복지부·환경부, 그리고 대한의사협회와 같은 의사단체도 환경단체도 통일된 정보와 지침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미세먼지로 인한 국가적 재난이 발생해 국민이 심각한 건강 위해와 건강 격차로 고통받고 있는데 공공성을 내세우고 국민으로부터 가장 신뢰받는다고 하는 서울대병원은 정작 무엇을 하고 있나. 역대 가장 많은 후보가 나서면서 서울대병원 내부는 차기 병원장이 누가 될지에만 관심이 쏠린 듯하다. 전 국민의 건강에 중대한 미세먼지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2016년 말 서울대병원 공공보건의료사업단장을 맡고 있던 필자가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국가중앙병원의 역할에 가장 적합한 병원을 물었다. 그 결과 27.5%만이 서울대병원이라고 응답했다. 국민의 72.5%는 서울대병원을 국가중앙병원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거부했다. 그나마 순위가 1위였다는 사실을 겨우 위안 삼아야 할 정도였다. 이와 달리 교수와 직원 등 병원 내부를 상대로 한 조사에서는 90%가 서울대 병원을 국가중앙병원으로 자부하는 것으로 나왔다. 서울대병원 내부와 국민의 생각이 너무도 거리가 멀었다.
 
시론 3/13

시론 3/13

서울대병원이 1조8000억원(본원과 분당 포함) 정도의 1년 예산 중 정부로부터 어느 정도 예산을 지원받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지인들에게 물어봤다. 100억원도 안 된다고 알려주면 모두가 깜짝 놀란다. 그 예산도 대부분 건물 짓는 돈뿐인 현실에서 공공성과 수월성을 기대할 수 없다.위기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 최순실 국정 농단으로 인해 논란을 낳은 리더십과 국민적 신뢰는 쉽사리 회복되지 않는다. 서울대병원 등 국립대 병원들이 민간 병원들과 다를 바 없어질 정도로 위상이 추락하는 현실은 한국 보건의료와 국민 건강의 위기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 등이 지난해 ‘국립대학(법인)병원 및 국립대학(법인) 치과병원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기존의 서울대학교병원 설치법 등을 폐기하고 서울대병원을 비롯한 국립대병원을 교육부에서 복지부로 이관하자는 취지였다. 대한민국의 대표 병원으로서 의료의 질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적정 진료를 확산시키면서도 미세먼지와 같이 국민의 당면한 건강 문제와 건강 격차 해결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재정립하고 혁신적인 운영시스템 등 구조 조정과 재정 지원을 통해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그러나 대학병원은 의료인력 양성, 의학 연구와 첨단 의료기술 개발 등 본연의 역할을 여전히 수행해야 한다. 흡연과 전자담배, 라돈 침대, 광우병, 메르스 사태처럼 국민 건강에 혼란과 위협으로 다가올 재난적 상황들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서울대병원이 국민 건강 차원에서 전문가로 이뤄진 집단 지성과 대한의사협회와 같은 의사단체, 환경단체 등과 함께 협력해 국민 건강을 지키는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조직과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사안에 따라서는 복지부·환경부·국토교통부·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 부처의 지원을 받고 언론의 협조를 끌어내야 한다. 이번 서울대병원장 임명은 이를 위해 누구보다도 열정과 헌신, 사명감과 파트너십으로 국민과 국회, 그리고 정부를 설득하고 지원을 끌어낼 적임자를 뽑는 의미를 갖는다. 서울대병원장 임명은 대한민국의 의료가 어떻게 변화할 수 있을지를 결정하는 중차대한 일이다. 국민과 정부가 서울대병원에 마지막 기회를 줄지 관심을 갖고 지켜볼 일이다.
 
윤영호 서울의대 교수·한국건강학회 이사장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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