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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간 대기오염 책임은 규명하더라도 손가락질은 피해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기후행동총국 제이콥 베르크스만 수석 고문. 코리아중앙데일리 박상문 기자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기후행동총국 제이콥 베르크스만 수석 고문. 코리아중앙데일리 박상문 기자

"온실가스를 줄이는 것이나 미세먼지를 줄이는 것, 원리는 비슷합니다. 어디서 발생하고,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이해하는 게 중요합니다."
 

제이콥 베르크스만
EU 기후변화총국 수석고문 인터뷰

제이콥 베르크스만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기후행동총국의 국제정책 수석 고문은 11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온실가스 감축이든, 대기오염 문제 해결이든 국제협력을 이루려면 문제 인식을 공유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누구에게 더 큰 오염 배출 책임이 있는지 분명히 할 필요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로 손가락질하는 것은 지양해야 하고,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노력하고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베르크스만 수석 고문은 이날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한-EU 기후행동 프로젝트 출범 기념식에서 참석해 '모두를 위한 청정한 지구-유럽연합 기후변화 정책과 2050 비전'을 주제로 기조 강연을 했다.
11일 한-유럽연합(EU) 기후행동 프로젝트 출범식에서 기조 강연을 하는 제이콥 베르크스만 수석 고문. 강찬수 기자

11일 한-유럽연합(EU) 기후행동 프로젝트 출범식에서 기조 강연을 하는 제이콥 베르크스만 수석 고문. 강찬수 기자

 
한-EU 기후행동 프로젝트는 어떤 것인가.
"2015년 체결된 파리 기후협정에 따라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데 있어서 한국과 EU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협력하자는 것이다. 지난 정부 때부터 기획된 것이다. 이 분야에서 유럽이 몇 년 앞서 나가고 있어, 앞으로 한국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비정부기구인 산업계나 시민단체, 학계의 네트워크를 다지자는 데 목표가 있다. EU는 한국에 240만 유로(약 31억 원)를 지원해 워크숍이나 현장방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기조 강연에서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된 시나리오를 제시했는데.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80~100% 감축하는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 수 있는지를 제시한 것이다. 기술혁신이나 정책 개혁의 내용을 담고 있다. 특정기술이 경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보여주는 것이다. 복잡한 정책 결정 과정에서 득실이 있기 때문에 논쟁도 예상된다. 각 시나리오에서 공통적인 것은 에너지 효율성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계나 기업이 소비를 크게 개선해야 한다."
 
그가 제시한 시나리오에서는 ▶2030년 이후 에너지 효율을 대폭 강화하고 ▶지속가능한 바이오에너지를 도입하며 ▶2050년까지 탈 탄소화(기존 화석연료 사용 중단) 달성 ▶2050년 이후에는 바이오에너지-탄소 포집·저장(BECCS) 기술 도입 ▶원자력 에너지의 역할 유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BECCS는 바이오에너지를 사용하고, 거기서 나오는 온실가스를 땅속에 저장하는 기술을 말한다.
 
시나리오에서 BECCS 기술이 포함돼 있는데.
"중요한 기술로 고려하고 있다. 지구 기온 상승 폭을 1.5도로 묶으려면 이 기술에 의존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판단한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행할 것인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바이오에너지를 활용할 때 식량 안보와 생물 다양성 문제, 생태계 안전까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
11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한-유럽연합(EU) 기후행동 프로젝트 출범식. 강찬수 기자

11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한-유럽연합(EU) 기후행동 프로젝트 출범식. 강찬수 기자

 
재생에너지는 경제성을 확보했다고 보는가.
"다른 에너지원과 비교해 재생에너지가 경제성을 확보했다고 확신한다. 혁신 기술이 도입되면서 비용이 낮아지고 있다. 2050년까지 모든 전기를 재생에너지로 생산하는 것이 EU의 목표다. 또, 전체 에너지도 2050년까지 80%는 재생에너지로 충당할 계획이다. 2020년 목표는 재생에너지 비중을 20%로, 2030년 목표는 32%로 확대하는 것인데, 초과 달성할 것으로 예상한다. 2023년에는 2030년 목표를 상향할 계획이다."
 
EU의 배출권 거래제(Emission Trade System, ETS)는 잘 시행되고 있나. 한국의 배출권 거래 시장과 연결 가능성은 없나.
"도입 초기에는 배출권 거래 가격이 너무 낮았는데, 규제를 개정해 배출권 가격이 상승했다. 현재는 이산화탄소 1t 가격이 21~22유로(2만6700~2만8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앞으로 가격이 더 상승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한국과의 연결 가능성은 없다. 유럽 시장 자체가 제3국에 대한 수요가 없고, 한국은 아직 도입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매수자 입장에서는 매력적이지 않다. 가격이 너무 오르면 다른 시장을 엿볼 수는 있을 것이다. 근본적으로는 시장 규모가 확대되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연결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2030년까지 배출전망치(Business as usual, BAU) 대비 37%를 줄인다는 한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적절하다고 보나. 
"EU 분석가들 입장에서 보면 야심찬 목표는 아니고, 훨씬 더 높은 목표를 잡을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국 정부가 외국에서 일부를 감축하기로 했던 것을 국내에서 줄이기로 했는데, 긍정적인 신호로 판단한다. 아울러 경제 전망에 따라 달라지는 BAU 대비 감축 목표가 아니라, 절대 감축량 목표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파리 기후 협정의 진행 상황은.
"이미 세부 규정까지 마련돼 국제 협상가의 역할은 끝났다. 당사국들이 5년마다 이행목표를 새롭게 올리는 단계만 남겨두고 있다. 내년 유럽 지역에서 열리는 당사국 총회에서 각국은 새로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
지난달 22일 독일 베를린에서 벌어진 학생들의 등교 거부 시위. 학생들은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파리 기후협정의 이행을 촉구했다. [EPA=연합뉴스]

지난달 22일 독일 베를린에서 벌어진 학생들의 등교 거부 시위. 학생들은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파리 기후협정의 이행을 촉구했다. [EPA=연합뉴스]

 
유럽 청소년들이 정부에 대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강화하라고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는데, 정부 정책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보는지.
"그렇게 되기를 기대한다. EU 단위의 정책이 결정되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EU의 정치적 성격 자체가 포용적 색깔을 지니고 있어 청소년들의 요구가 충분히 반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벨기에의 경우 학생들 시위 때문에 온실가스 감축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동아시아의 경우 기후변화 때문에 풍속이 느려져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해졌다는 지적이 있는데.
"그 연결고리를 확실히 알지는 못한다. 대기오염을 규제하면 이산화탄소가 줄고, 이산화탄소를 줄이면 대기오염도 줄어든다. 중국 사람들도 이런 것에 관심이 많다. 다른 나라에서도 중산층은 대기 질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을 보인다. 블랙 카본의 경우 태양 빛이 반사되는 것을 줄이고, 흡수력을 증가시킨다. 지구가 더 많은 열을 흡수하도록 한다. 미세먼지가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사례다."
 
지난달 23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노란 조끼 시위. 프랑스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유류세를 인상하자 지난해 가을부터 주말마다 파리 교외에 거주하면서 장거리 자동차 통근해야 하는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달 23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노란 조끼 시위. 프랑스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유류세를 인상하자 지난해 가을부터 주말마다 파리 교외에 거주하면서 장거리 자동차 통근해야 하는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AP=연합뉴스]

프랑스 파리에서는 유류세로 인해 '노란 조끼'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한국에서도 경유차 운행 규제가 시작됐고, 경유 가격 인상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사회적으로 공동의 책임 의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사람이 함께 참여해야 실질적인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 개개인의 사고와 행동을 바꿔야 한다. 하지만 원가를 할 때 비용이 먼저 발생하고 이익은 나중에 누리게 될 때가 많다. 정부가 나서서 지금은 비용을 지불하는 게 필요하다고 설득하는 게 중요하다. 특히, 저소득층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지원책을 정부가 마련해야 한다. 한국도 친환경 차량을 쉽게 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면 좋을 것이다."
 
유럽에서 저소득층을 지원한 사례는.
"유럽에서는 도심 전기차를 공유하는 서비스가 있는데, 저소득층에서 많이 활용한다. 임금 수준에 관계없이 차량을 소유하지 않아도 되고, 보험료·주차료·연료비(전기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저소득층도 회비만 내면 원하는 목적지까지 갈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 기반 시설을 갖춰야 한다. 한국 국민은 80%가 도시에 거주하는데, 전기차 공유 서비스에 유리한 점이다."
제이콥 베르크스만 유럽연합(EU) 기후행동총국 수석고문. 코리아중앙데일리 박상문 기자

제이콥 베르크스만 유럽연합(EU) 기후행동총국 수석고문. 코리아중앙데일리 박상문 기자

 
기후변화나 미세먼지 문제 해결에 있어서 국제 협력도 중요한데.
"각국이 문제 인식을 공유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 미세먼지의 경우 미세먼지가 어디서 발생하는지, 어디가 더 책임이 있는지 분명히 할 필요는 있지만, 결국은 같이 공동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EU의 경우 파트너십, 다자간 협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아시아나 다른 지역에서도 이런 다자간 협력 사례를 적용하면 좋을 것 같다."
 
유럽에서 국제협력으로 대기오염을 해결한 사례가 있다고 하는데.
"대기오염 관련 조약, 즉 장거리 월경성 대기오염 협약(Convention on Long-range Trans-boundary Air Pollution)의 일부인 괴텐부르그 의정서(Goetenburg Protocol)는 산성비와 같은 대기오염 물질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는 조약이다. 일단 기본적으로는 EU 회원국을 대상으로 하지만, 경우에 따라 미국·캐나다도 포함된다. 최근에는 미세먼지도 포함된다. 한국과 중국의 경우 바탕에 깔린 과학적 원리를 이해하고, 어디에서 나와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유럽에서는 많은 모델링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산성비로 인해 녹아내린 유럽 석조물. [중앙포토]

산성비로 인해 녹아내린 유럽 석조물. [중앙포토]

EU는 1999년 산성비와 호수 부영양화, 지표 부근 오존 오염에 대처하기 위해 괴텐부르그 의정서를 채택했다. 괴텐부르그는 스웨덴 도시 이름이다. 각 회원국의 이산화황과 질소산화물, 휘발성 유기화합물, 암모니아 등의 오염 배출 상한을 정했다. 2012년 개정된 의정서에서는 이들 오염물질에 대한 각국의 2020년 이후 감축 목표를 담고 있으며, 처음으로 미세먼지(PM10, PM2.5, 블랙카본)에 대한 배출량 규제도 포함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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