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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어들고 브레이크 밟고…운전자 없이 강변북로 20분 달려

11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 에이스랩 앞에서 연구원이 자율주행차량의 내부를 설명하고 있다. 룸미러 부근에 설치된 카메라와 조수석에 설치된 대형 모니터가 눈길을 끈다. 모니터에는 차량에 부착된 센서들이 전해 오는 주변 정보와 시속 등 주행 정보, 목적지까지 가는 경로를 보여주는 내비게이션 등이 표시된다. [연합뉴스]

11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 에이스랩 앞에서 연구원이 자율주행차량의 내부를 설명하고 있다. 룸미러 부근에 설치된 카메라와 조수석에 설치된 대형 모니터가 눈길을 끈다. 모니터에는 차량에 부착된 센서들이 전해 오는 주변 정보와 시속 등 주행 정보, 목적지까지 가는 경로를 보여주는 내비게이션 등이 표시된다. [연합뉴스]

11일 오전 11시, 서울 강변북로에 차들이 쌩쌩 달리는 시간. 검정색 그랜저HG 차량 한 대가 성동구에 있는 한 연결램프를 돌아 강변북로 진입을 시도하고 있었다. 이 차는 좌측 깜빡이를 켠 뒤 차간 거리가 뜸해지는 틈을 타 강변북로에 부드럽게 올라탔다. 이후로는 제한 속도인 시속 80㎞를 한 번도 넘지 않으면서도 앞 차와는 일정한 간격을 유지했다. 일반 도로로 내려선 뒤에는 신호등을 준수하면서도 교통 흐름에 따라 차선을 자유자재로 바꿨다. 일견 특별할 게 없어 보이는 이 차량은 놀랍게도 운전자가 전혀 조작하지 않았다. 차량이 주변 교통상황을 감지해 스스로 운전했다.
 
LG유플러스는 이날 한양대 자동차전자제어연구실 ‘ACE Lab(에이스랩)’과 함께 세계 최초로 5G(5세대) 기반의 자율주행 기술을 공개 시연했다. 그간 국내외에서 자율주행 기술은 여러 차례 공개됐지만 실제 도로에서 전 구간을 5G 통신망을 이용하면서 달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선우명호 한양대 교수가 자율주행차량이 운행하며 보내오는 정보를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선우명호 한양대 교수가 자율주행차량이 운행하며 보내오는 정보를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주행 출발에 앞서 살펴본 이 차량에는 내외관에 독특한 장치가 여러 개 눈에 띄었다. 우선 차량 네 귀퉁이와 앞뒤 범퍼 정중앙, 차량 지붕에까지 모두 8개의 ‘라이더(Lidar)’를 갖췄다. 라이더는 레이저를 쏴 주변 물체에서 반사돼 오는 데이터를 분석하는 장비다. 주변 물체까지의 거리를 정밀하게 그려낸다.
 
범퍼 안에는 레이더(Radar)도 달려 있다. 전자기파를 쏴서 돌아오는 반향파를 분석해 물체의 위치와 움직이는 속도를 감지하는 장치다. 내부 룸미러 주변에는 밖을 비추는 카메라 두 대가 전방 상황을 담는다. 선우명호 교수는 “라이더, 레이더, 카메라는 모두 사람으로 치면 눈에 해당한다. 운전자 대신 이들 장비가 주변 모든 상황을 놓치지 않고 정보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조수석 모니터는 ‘눈’들이 보내온 정보가 모이는 ‘두뇌’ 역할을 했다. 모니터 우측 상단의 내비게이션은 사고나 도로공사 상황이 있으면 목적지까지 가는 가장 빠른 길을 스스로 변경한 뒤 음성으로 탑승자에게 안내했다. 완전자율주행 시대가 열려 이 모니터가 운전석이나 센터페시아에 내장된 형태가 된다면 자동차 운전은 마치 운전용 오락기구를 감상하는 것과 흡사하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한양대 에이스랩이 만든 자율주행차량. [뉴스1]

한양대 에이스랩이 만든 자율주행차량. [뉴스1]

◆시속 80㎞ 지키며 8㎞ 달려=5G는 눈과 뇌 사이에 오가는 데이터를 실시간과 똑같을 정도로 빠르게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 LG유플러스 강종오 미래기술담당은 “자동차가 LTE 통신으로 긴급 상황 명령을 받을 때는 데이터 전송 속도가 0.1초 걸린다. 시속 100㎞ 달리는 차량이라면 0.1초 동안 이미 2.8m를 전진하므로 사고를 피하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5G에서는 데이터 전송 시간이 10분의 1 이하로 줄어 차가 28㎝도 움직이기 전에 브레이크가 작동한다”고 설명했다.
 
자율주행은 크게 0~5까지 여섯 단계로 나뉜다. 이날 시연은  4단계 ‘고도 자율주행’ 기술로 운전자 개입이 전혀 없이 도심 8㎞를 20여 분간 달렸다. 사람이 타지 않고도 움직이는 5단계 ‘완전자율주행’의 직전 단계다. 5G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4단계 기술이 성큼 앞당겨진 셈이다. 미국에서 자율주행 택시 영업을 시작한 구글의 웨이모가 4단계와 5단계 사이의 기술로 영업을 하고 있다. 국내 자율주행 기술은 해외에 견줄 정도가 된다. 현대차그룹은 2020년까지 4단계, 2030년까지 ‘완전자율주행차’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2021년에는 자율주행 친환경 로봇택시를 시범 운영하겠다고 선언했다. 선우 교수는 “국내 자율주행 기술은 전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신호체계를 갖고 있다는 국내 신호등을 97~98%가량 정확하게 인식할 정도여서 제도적 여건 등을 제외하면 기술적으로는 1~2년 내 상용화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향후 국내 자율주행 기술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발전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국내 자율주행 허가 차량은 60대에 불과하다. 중국의 바이두는 2000대를 굴리며 도로와 사람의 탑승 정보를 긁어모으고 있다. 구글의 웨이모는 지난해 크라이슬러에 자율주행 택시 6만 대를 주문했다. 선우 교수는 “자율주행이 가져다 줄 과속·신호위반·교통사고 없는 미래를 누리려면 주행 데이터를 쌓을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걷어내는 노력이 필수”라고 말했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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