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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헌 “공소장은 검찰발 미세먼지에 반사된 신기루”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1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1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어떤 사람은 이 그림을 포르노라고 하고, 어떤 사람은 성화(聖畫)라고 합니다. 피상적으로 보이는 것만이 진실이 아니고, 자기 생각과 다르다고 그게 틀린 건 아닙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핵심으로 지목된 임종헌(60)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처음 법정에 출석한 자리에서 검찰을 겨냥한 작심 발언을 했다. 그는 루벤스의 그림 ‘시몬과 페로’를 언급하며 검찰이 “미세먼지로 허상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시몬과 페로’는 늙은 노인이 젊은 여인의 젖을 물고 있는 모습의 작품으로, 역모죄로 몰려 굶어 죽어가는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딸이 몰래 모유를 먹이는 장면을 묘사했다.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부장 윤종섭)는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임 전 차장의 첫 공판을 열었다. 지난해 11월 재판에 넘겨진 지 117일 만이다. 이날 오전 재판부가 발언할 기회를 주자 임 전 차장은 준비해 온 A4 용지를 들고 10여분간 큰 목소리로 읽어내려갔다.
 
임 전 차장은 “사법부가 적폐 청산 대상으로 내몰리고 있어 마음이 무겁지만 양승태 사법부가 재판거래와 재판 관여를 일삼는 터무니없는 사법 적폐의 온상으로 치부되어서는 안 된다”며 입을 열었다. 이어 “수개월간의 수사과정에서 침소봉대됐지만 빗발치는 여론의 십자포화 속에서 변명 한마디 못하고 여기까지 왔다”며 “이제야 이 공개법정에서 과연 그 당시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범죄행위가 되는지를 말씀드릴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사진은 이날 임 차장이 법원에서 언급한 루벤스의 ‘시몬과 페로’. [위키피디아]

사진은 이날 임 차장이 법원에서 언급한 루벤스의 ‘시몬과 페로’. [위키피디아]

그는 박근혜 청와대와 재판 관련 정보를 주고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사법행정 차원에서 부득이하게 한 일”이었다고 해명했다. 임 전 차장은 “재판 독립은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가치이지만 사법부가 국가 기관과 관계를 단절하며 유아독존할 수는 없는 게 현실”이라며 “현장에서 국회·기재부·법무부·검찰·외교부 등 국가기관과의 상호 관계 설정이 그렇게 단순하거나 녹록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이를 재판 거래로 연결짓는 건 검찰이 만든 ‘가공의 프레임’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법원행정처는 주요 재판에 대해 다양한 행정 목적으로 관심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항상 재판 독립의 원칙이 훼손되지 않도록 삼가고 조심했다. 부득이 의견을 개진하거나 재판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받은 적이 있었지만 일선 법관의 소신과 양심을 꺾고 법원행정처의 의중을 관철한 것은 아니었다”며 “사법부가 재판 거래를 통해 정치 권력과 유착했다는 건 결코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검찰이 물증으로 내세운 행정처 문건들에 대해선 ‘브레인 스토밍’ 차원이었다고 했다. 임 전 차장은 “사법부의 현안을 정리하면서 내부에 공유이슈가 되는 재판에 대한 여러 방안을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한 내부 문서일 뿐”이라며 “이 사건 공소사실의 일부는 사법행정권 행사의 정당한 범위고 일부는 강제·일탈·남용이라 할 수도 있지만, 그게 형법상 직권남용으로 연결된다는 논리는 수용할 수 없다”고 항변했다.
 
임 전 차장은 “앞으로 재판장께선 공소장에 켜켜이 쌓인, 검찰발 미세먼지에 의해 형성된 신기루 같은 허상에 매몰되지 말아 달라”며 “피고인과 변호인들의 주장을 차분히 듣고 공정히 심리해 주길 간곡하게 부탁한다”고 밝혔다.
 
검찰 측은 “(임 전 차장의) 이런 태도야말로 현 정권이 전 정권에게 정치적으로 보복한다는 정치적 프레임을 씌우려는 시도로 보인다”며 “신기루인지 허상인지는 재판을 통해 가려질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날 임 전 차장 측은 공소 사실을 모두 부인하고, 검찰이 제출한 증거목록도 대부분 채택 부동의했다. 검찰이 수집한 증거가 위법해 증거능력이 없다는 주장도 폈다. 임 전 차장은 “지난해 검찰이 자신의 주거지와 근무지를 압수수색해 USB를 입수할 당시 영장을 열람할 기회를 충분히 주지 않아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말했고, 이에 검찰은 “피고인의 동의를 받아 USB를 임의제출받은 것으로 적법성에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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