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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도 연기한다? 할리우드가 사랑한 그 시계

2014년 개봉과 함께 세계적인 팬덤을 만든 영화 ‘인터스텔라’의 손목시계가 세상에 나온다. 영화 속 주인공 쿠퍼가 자신의 딸 머피에게 다른 차원에 있는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장치로 사용했던 바로 그 시계다. ‘머피 시계’라는 별명이 붙은 이 시계는 당시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요청으로 스위스 시계 브랜드 ‘해밀턴’이 제작했다. 해밀턴 측은 “영화 팬들의 지속적인 요청으로 올해 정식으로 출시했다”고 설명했다. 4월부터 판매될 예정이지만, 궁금증에 지난달 27일 일본 도쿄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열린 신제품 발표회에서 머피 시계를 먼저 만났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주인공들이 착용했던 일명 '머피 시계'가 올해 실제로 판매된다. 원래 이 시계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해밀턴' 시계에 의뢰해 만든 특별 제작품이었다. [사진 워너브라더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주인공들이 착용했던 일명 '머피 시계'가 올해 실제로 판매된다. 원래 이 시계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해밀턴' 시계에 의뢰해 만든 특별 제작품이었다. [사진 워너브라더스]

 
해밀턴의 도쿄 플래그십 스토어는 럭셔리 패션 브랜드들이 즐비한 오모테산도 지역에서도 감각적인 패션매장과 카페가 모여있는 캣스트리트 중앙에 위치해 있다. 이곳은 일본 내 해밀턴의 첫 번째 플래그십 스토어로 개점 1주년을 기념해 지난달 해밀턴 글로벌의 실방 돌라 CEO가 직접 주재하는 신제품 발표회가 열렸다.
 
일본 도쿄 캣스트리트에 위치한 해밀턴 플래그십 스토어. [사진 해밀턴]

일본 도쿄 캣스트리트에 위치한 해밀턴 플래그십 스토어. [사진 해밀턴]

플래그십 스토어 내부. 미국 로프트 건축양식과 일본 정옥일여 방식을 접목해 꾸몄다.

플래그십 스토어 내부. 미국 로프트 건축양식과 일본 정옥일여 방식을 접목해 꾸몄다.

미국의 로프트 건축양식과 일본의 정옥일여(庭屋一如·창으로 정원이 잘 보이게 기둥을 없앤 건축법) 양식을 적용한 매장은 올해의 테마인 ‘영화’에 맞춰 유명 영화 속 장면을 비롯해 필름, 슬레이트 등 영화 촬영장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오브제들로 꾸며졌다. 진열대엔 해밀턴의 역사를 한눈에 보여주는 시계들과 올해의 신제품들이 모습을 뽐냈고, 그 중앙엔 머피 시계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머피 시계의 공식 명칭은 ‘카키 필드 머피’다. 해밀턴은 이 시계의 출시 소식을 특이한 방식으로 알렸다.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지난달 6일 검정 바탕에 하얀 점 하나를 올린 게 시작이다. 이는 영화에서 쿠퍼가 머피에게 보낸 첫 번째 모스부호였다. 이 점을 본 사람들은 인터스텔라의 신호임을 단박에 알아차렸다. 돌라 CEO는 “첫날 인스타그램에 ‘머피, 너니?’ ‘머피!’라는 댓글들이 달리더니, 다음날 두 번째 모스부호를 올리자 원하는 시계 사이즈와 기능을 말하며 ‘제발 이렇게 만들어 달라’는 댓글들이 올라왔다”고 웃으며 말했다.
4월에 판매가 시작될 카키 필드 머피. 원래 이 시계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해밀턴' 시계에 의뢰해 만든 특별 제작품이었다. [사진 해밀턴]

4월에 판매가 시작될 카키 필드 머피. 원래 이 시계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해밀턴' 시계에 의뢰해 만든 특별 제작품이었다. [사진 해밀턴]

카키 필드 머피 뒤쪽으로 나단 크로리 미술감독이 제작에 참여한 스페셜 박스가 보인다. 이 박스는 2555개의 스페셜 패키지로 한정 출시한다.

카키 필드 머피 뒤쪽으로 나단 크로리 미술감독이 제작에 참여한 스페셜 박스가 보인다. 이 박스는 2555개의 스페셜 패키지로 한정 출시한다.

 
카키 필드 머피는 영화에 등장한 모습 그대로 재현됐지만 딱 하나 다른 게 있다. 바로 초침이다. 시계 초침을 통해 쿠퍼가 모스부호를 보낸 것에서 착안한 것으로, ‘유레카’를 의미하는 모스부호를 새겨 넣었다. 유레카는 성인이 된 머피가 인류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냈을 때 외친 말이다.
영화와의 관련성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인터스텔라의 미술감독 나단 크로리가 영화 속에서 쿠퍼가 떠돌던 슈퍼큐브 내부를 의미하는 시계 박스를 디자인했다. 무지개처럼 다채로운 컬러 줄무늬가 들어간 박스는 스페셜 패키지로 구성된 2555개의 시계에만 제공된다. 2555는 영화에서 쿠퍼 행성의 1시간이 지구의 7년(2555일)과 같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기능적으로는 120만원 대의 시계에서 흔히 볼 수 없는 고급 무브먼트인 ‘H-10 오토매틱 무브먼트’를 사용했고, 80시간 파워 리저브(태엽감기 없이 작동되는 시간) 기능을 담았다.
 
해밀턴 벤츄라 시계.

해밀턴 벤츄라 시계.

올해 해밀턴이 내놓은 영화 관련 시계는 하나 더 있다. 오는 6월 개봉 예정인 영화 ‘맨 인 블랙 4’에 등장할 벤츄라 모델이다. 맨 인 블랙은 유독 시계가 많이 보이는 영화였다. 검은 수트 차림의 요원들이 시계를 손목에 차는 모습부터, 캐비넷 안 외계인들이 우상처럼 시계를 받들던 모습까지. 이때 나온 시계들이 모두 해밀턴 제품인데 그 중 삼각형의 독특한 시계가 바로 벤츄라다. 로큰롤의 제왕 엘비스 프레슬리가 즐겨 찼던 것으로도 유명한 이 시계는 주로 미래 시계의 모습으로 그려졌다. 맨 인 블랙에선 외계인을 통제하는 요원의 시계로, 2017년 ‘스파이더맨: 홈커밍’에선 아이언맨이 착용했다.
 
이게 전부가 아니다. 사실 해밀턴 시계는 500편이 넘는 영화에 등장했다. 처음 영화와 인연을 맺은 건 1932년. 당시 개봉한 영화 ‘상하이 익스프레스’에 처음 시계를 등장시킨 후 지금까지 할리우드와 돈독한 파트너십을 이어가며 시계를 ‘출연’시키고 있다. 엘비스 프레슬리가 출연한 61년작 ‘블루 하와이’를 비롯해 ‘진주만’ ‘다이하드’ ‘X맨’ ‘마션’ ‘오션스8’ 등에도 해밀턴 시계들이 등장했다.
해밀턴 벤츄라를 손목에 차고 있는 엘비스 프레슬리.

해밀턴 벤츄라를 손목에 차고 있는 엘비스 프레슬리.

 
영화 '마션'에 등장한 해밀턴 카키 빌로우제로 시계.

영화 '마션'에 등장한 해밀턴 카키 빌로우제로 시계.

더 놀라운 건 이 영화들에 어떤 비용도 지급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할리우드 내 상주 직원을 두고 영화 관계자들과 긴밀하게 소통하며 영화에 필요한 시계를 무상으로 제작해준다는 게 원칙이다. 까다로운 디자인과 기능은 물론이고 긴급한 일정까지도 맞춰 주다 보니 영화감독과 소품 감독들이 앞다퉈 찾는다. 돌라 CEO는 “영화의 한 부분이 되고 싶어 시계를 제작·지원하는 것일 뿐, 영화를 우리 광고 수단으로 이용할 생각은 없다”며 해밀턴의 영화에 대한 깊은 애정을 설명했다.
 
신제품 발표를 위해 일본 도쿄를 찾은 실방 돌라 해밀턴 글로벌 CEO. 그는 "영화에 나온 해밀턴의 시계는 영화의 한 부분"임을 강조했다.

신제품 발표를 위해 일본 도쿄를 찾은 실방 돌라 해밀턴 글로벌 CEO. 그는 "영화에 나온 해밀턴의 시계는 영화의 한 부분"임을 강조했다.

물론 여기에도 원칙은 있다. 브랜드 이미지를 해치지 않도록 살인자나 강간범이 착용하는 시계는 만들지 않는다. 시계를 제작하기 전 먼저 시나리오를 읽어보고 참여 여부를 결정하는데, 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 휴대폰을 밖에 놔두고 밀폐된 공간에 들어가 시나리오를 읽는다고 한다. 규모가 큰 영화는 돌라 CEO가 직접 스위스에서 할리우드까지 날아가 시나리오를 검토한다. 참여가 결정되면 시계가 어떻게 노출될지는 전혀 관여치 않고 모든 걸 감독의 결정에 맡긴다. 시계 제작은 디자인이 결정되면 2~3차례의 샘플 작업을 거쳐 완성한다. 돌라 CEO는 “영화에 완벽하게 어울리는 시계를 제작하는 것만으로도 의미있는 일”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런 열정과 의욕이 크리스토퍼 놀런이나 스탠리 큐브릭 같은 전설적인 감독까지도 해밀턴을 찾게 만든 이유다.
 
도쿄=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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