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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가는 KBS 주말극, 남은 건 막장뿐인 시청률

드라마 ‘하나뿐인 내편’에서 28년 만에 친딸 도란(유이)을 만난 아버지 수일(최수종)은 살인 전과가 드러나며 큰 시련을 겪는다. [사진 DK E&M]

드라마 ‘하나뿐인 내편’에서 28년 만에 친딸 도란(유이)을 만난 아버지 수일(최수종)은 살인 전과가 드러나며 큰 시련을 겪는다. [사진 DK E&M]

KBS2 주말드라마 ‘하나뿐인 내편’이 꿈의 시청률 50%를 코앞에 두고 있다.
 
10일 방송된 102회가 시청률 49.4%(닐슨코리아)를 기록하며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시청률 50%를 넘은 드라마는 2011년 KBS2 ‘제빵왕 김탁구’(50.8%)가 마지막이다. 17일 종영하는 ‘하나뿐인 내편’이 50%를 돌파하면 9년 만의 기록이다.
 
KBS는 제작진의 포상휴가까지 계획하는 등 자축 분위기에 휩싸여 있다. 하지만 시청률이 50%를 넘었다고 해서 과연 이 드라마가 박수받을만한 작품이라 할 수 있을까.
 
여러 시청자들과 드라마 평론가들은 동의하기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강도 높은 자극과 최루성 신파, 우연에 우연이 거듭되는 황당무계한 전개 등 막장 드라마의 병폐를 한데 모아놓은 작품이란 지적이다. ‘70년대 드라마 같다’는 악평도 모자라 ‘최악의 KBS2 주말드라마’라는 말까지 나온다.  
 
총 104회 분량의 드라마는 스토리가 단순하다. 28년 만에 나타난 친아버지 수일(최수종)과 그로 인해 인생이 꼬여버린 딸 도란(유이)이 시련을 극복하고 서로에게 ‘세상 단 하나뿐인 내편’이 돼준다는 게 뼈대다. 뻔한 이야기에 신파와 코미디를 버무려가며 시청자들의 감정을 밀고 당긴다. 중장년을 중심으로 시청자의 탄탄한 지지를 받으며 높은 시청률을 구가하는 주된 이유다.
 
드라마에는 출생의 비밀, 캔디형 여주인공을 구박하는 계모와 시어머니, 누명 쓴 주인공 등 ‘어르신’ 시청자가 좋아할 만한 익숙한 양념이 군데군데 뿌려져 있다. 치매 할머니를 보살피는 가족의 노력도 눈물겹다. 이런 익숙함과 신파가 그 자체로 나쁘다고 할 순 없다. 하지만 ‘하나뿐인 내편’은 억지스러운 전개에만 의존한 채 갈수록 자극의 강도를 높여가며 시청자의 눈물을 쥐어 짜낸다.
 
왕할머니(정재순·오른쪽)는 치매증상이 나타날 때마다 도란을 괴롭히는 이들의 머리채를 잡아뜯는다.

왕할머니(정재순·오른쪽)는 치매증상이 나타날 때마다 도란을 괴롭히는 이들의 머리채를 잡아뜯는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힘들게 살아가는 딸 도란을 곁에서 지켜보던 수일이 도란의 친아버지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상황이 진정될 만하니, 수일이 살인죄로 복역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나며 파문이 인다. 설상가상으로 수일이 죽인 사람이 도란의 동서 다야(윤진이)의 아버지였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어렵게 재벌 2세 대륙(이정우)과 결혼했던 도란은 이혼당하고 만다.
 
등장인물의 갑작스러운 발병도 빠질 리 없다. 수일이 간 경화 말기에 빠진 도란의 제부 고래(박성훈)에게 간 기증을 한 뒤 의식불명에 빠지지만, 곧 깨어나 모든 갈등의 봉합이란 해피엔딩을 향해 달려간다. 하필이면 수일의 빵집에서 빵을 얻어먹던 노숙자가 과거에 자신이 살인을 저지르고 수일에게 덮어씌웠다고 자수하며, KBS2 주말극으로선 부담스러운 설정이었던 주인공의 살인 또한 말끔히 해소된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한마디로 안일하게 만든 드라마”라며 “설정의 반복과 억지 전개가 많다 보니 맛만 강한 불량식품 같다”고 말했다.
 
무리한 전개는 이뿐만이 아니다. 다야는 도란과 수일의 과거를 캐기 위해 블랙박스 절도, 신상정보 불법 취득 등의 범죄를 자행한다. 수일의 빵집까지 찾아와 ‘살인자의 가게’라며 난동을 부리는 다야의 행동은 아무리 악역이라 해도 납득하기 힘들다. 살인 전과자의 빵집이란 이유로 동네에서 추방하려 하는 이웃 사람들, 살인 전과자와는 같은 병동조차 쓰기 싫다며 강짜를 부리는 환자 가족들의 행동을 보면 21세기 드라마가 맞나 싶을 정도다.
 
가장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설정은 손자며느리 도란을 60년 전 죽은 동생 명희라 착각해 무조건 감싸고 도는 왕할머니(정재순)의 너무나 ‘편의적’인 치매다. 평소엔 멀쩡하다가도 도란이 곤경에 처하면 어김없이 치매증상이 발현돼 “이 첩년!”을 외치며, 도란을 괴롭히는 며느리 은영(차화연)과 다야의 머리채를 잡고 흔들어 끊어질 듯한 인연을 다시 이어간다. 윤석진 드라마평론가(충남대 국문과 교수)는 “긴장과 문제 해결을 위한 방편으로 왕할머니의 치매를 너무나 손쉽게 이용하고 있다”며 “극적 개연성이 떨어지는 건 둘째 치고, 황당하고 어이없다”고 지적했다.
 
‘혈육’과 ‘핏줄’에만 집착한 나머지, 요즘 시대와 맞지 않는 ‘퇴행적’인 드라마가 돼버렸다는 지적도 있다. 아버지와 딸의 화해를 통해 아버지의 의미를 호출해냈던 ‘내 딸 서영이’, 아버지 얘기에 청년세대 얘기까지 끌어들여 가족 담론으로 승화한 ‘황금빛 내 인생’, 아버지의 불효소송이란 흥미로운 소재로 가족 간의 정을 공감 가게 그려냈던 ‘가족끼리 왜 이래’ 등 변해가는 가족의 양상과 고민을 담아냈던 전작들과 달리, 핏줄의 소중함만을 강조하는 구시대적 신파극으로 되돌아갔다는 것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아버지를 위해 남편도 버릴 수 있다는 딸의 생각을 이해하기 힘들다”며 “가족의 의미가 확장돼가는 시대에 핏줄만을 강조하는 건 퇴행”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족 해체 속에 소외된 어르신 시청자들을 위한 판타지로서의 가족드라마는 분명 필요하지만, 그 안에는 현시대의 모습과 고민을 투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석진 평론가는 높은 시청률 뒤에 감춰진 비난과 분노를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작품에 대한 호감 때문이 아니라 ‘이 황당무계한 이야기가 도대체 어디까지 가나 보자’란 심리 때문에 보는 시청자도 꽤 많다는 것이다. 그는 “어이없고 황당하다는 댓글이 많은 건, 거리를 두고 비판하면서 드라마를 보고 있다는 뜻”이라며 “답답한 세상에서 맘껏 욕할 수 있는 화풀이 대상으로서 이 드라마를 소비하는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정현목 기자 gojh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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