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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헌, '루벤스 그림' 거론하며 10분간 검찰 작심비판

 “공소장은 켜켜이 쌓인 검찰발 미세먼지에 반사돼 형성된 신기루와 같은 허상입니다. 이에 매몰되지 말고 무엇이 진실인지 공정하고 충실하게 심리해 주십시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핵심으로 지목된 임종헌(60)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처음 법정에 출석한 자리에서 검찰을 겨냥한 작심 발언을 했다. 그는 자신의 혐의는 검찰이 만든 ‘가공의 프레임’이며, 양승태 사법부가 적폐로 치부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첫 재판 출석하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연합뉴스]

첫 재판 출석하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연합뉴스]

 
10분간 작심 발언 "검찰 공소장은 신기루"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부장 윤종섭)는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임 전 차장의 첫 공판을 열었다. 그는 하늘색 수의를 입고 뿔테 안경을 쓴 채 법정에 출석했다. 지난해 11월 재판에 넘겨진 지 117일 만이다. 이날 오전 재판부가 검찰이 제기한 공소 사실을 인정하는지 발언할 기회를 주자 임 전 차장은 준비해 온 에이포(A4) 용지를 들고 10여분간 큰 목소리로 읽어내려갔다.
 
임 전 차장은 “사법부가 적폐 청산 대상으로 내몰리고 있어 마음이 무겁지만 양승태 사법부가 재판거래와 재판 관여를 일삼는 터무니없는 사법 적폐의 온상으로 치부되어서는 안 된다”며 입을 열었다. 이어 “수개월 간의 수사과정에서 침소봉대됐지만 빗발치는 여론의 십자포화 속에서 변명 한마디 못하고 여기까지 왔다”며 “이제야 이 공개법정에서 과연 그 당시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범죄행위가 되는지를 말씀드릴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그는 ‘재판 거래’ 의혹이 사법행정 차원에서의 일이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임 전 차장은 “재판 독립은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가치이지만 사법부가 국가 기관과 관계를 단절하며 유아독존할 수는 없는 게 현실”이라며 “검찰이 주장하듯 사법부가 재판 거래를 통해 정치 권력과 유착했다는 건 사실이 아닌 ‘가공의 프레임’이다”고 주장했다.
 
"'재판거래' 문건은 아이디어 차원…일기장 같은 것"
이어 “법원행정처는 주요 재판에 대해 다양한 행정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관심을 가질 수 있다”며 “그러나 항상 재판 독립의 원칙이 훼손되지 않도록 삼가고 조심했다. 부득이 의견을 개진하거나 재판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받은 적이 있었지만 (재판부의) 소신을 꺾고 법원행정처의 의중을 관철한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법원행정처가 특정 재판의 시나리오 등을 검토한 문건들에 대해선 ‘브레밍 스토밍’ 차원이라고 했다. 그는 “사법부의 현안에 대해 내용을 정리하고 내부에 공유하면서 여러 방안을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하고 작성한 내부 문서일 뿐”이라며 ‘일기장’과 비슷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공소사실의 일부는 사법행정권 행사의 정당한 범위고 일부는 강제ㆍ일탈ㆍ남용이라 할 수도 있지만, 그게 형법상 직권남용으로 연결된다는 논리는 수용할 수 없다”고 항변했다.
 
페테르 파울 루벤스, 시몬과 페로(로마인의 자비). [사진 위키피디아(퍼블릭도메인)]

페테르 파울 루벤스, 시몬과 페로(로마인의 자비). [사진 위키피디아(퍼블릭도메인)]

 
이 사건을 늙은 노인이 젊은 여인의 젖을 물고 있는 루벤스의 그림 ‘시몬과 페로(Simon and Pero)’에 빗대기도 했다. 그는 “처음 접한 사람은 포르노라고 할 수도 있지만, 실은 아버지에 대한 딸의 효성을 그린 성화”라며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고 해서 그게 틀린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임 전 차장은 “앞으로 재판장께선 공소장에 켜켜이 쌓인, 검찰발 미세먼지에 의해 형성된 신기루 같은 형상에 매몰되지 말아달라”며 “명경지수같은 피고인과 변호인들의 주장을 차분히 듣고 공정히 심리해주길 간곡하게 부탁한다”고 밝혔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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