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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공부도 이젠 ‘슬로 리딩 학습법'으로

지난해 일선 학교에 선보인 '슬로 리딩 학습법'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전국 초·중·고 국어 시간에 도입된 ‘한 학기 한 권 읽기’ 제도는 책 한 권을 다양한 시각에서 깊이 있게 읽고 이해하는 학습법이다. 최근에는 슬로 리딩 학습법을 영어 교과에도 자율적으로 적용하는 학교가 나타나고 있다. 제한된 시간 내에 빨리 글을 읽고 문제를 풀어야 하는 입시 대비 위주의 영어 학습법이 가져오는 다양한 부작용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어서다.
 
영어 동화책 한권으로 32차 시 수업 진행해  
 
경기도 고양시의 신촌초 4,6학년 학생은 지난해 특별한 영어수업을 받았다. 한 학기 동안 영어 교과서 대신 얇은 영어 동화책 한 권만 가지고 영어를 공부했다. 이 학교 천윤숙 수석교사는 3년 전부터 ‘영어 슬로 리딩’을 연구했다. 2016년 그의 첫 수업을 시작으로 현재 경기도 지역 초등학교에서 이런 방식으로 수업하는 학교가 대 여섯 곳이 넘는다.
 
12년간 영어전담교사를 하면서 영어 교과서 집필 경력도 있는 천 교사가 영어 교과 슬로 리딩 수업을 하게 된 이유는 기존 영어수업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는 “읽을거리가 거의 없고 회화 위주로 구성된 교과서의 문장을 익히고 나면 추가로 확장하거나 심화해서 가르칠 수 있는 내용을 구성하기가 어려웠다"며 "학년별로 제한된 어휘로 만들어야 하는 교과서 집필 규정상, 동화책 한 권에 비해 등장하는 어휘도 턱없이 적었다.” 고 말했다.
 
한 학기당 영어 교과 시수는 32차 시. 이를 단 한 권의 책으로 학습하는 교안을 짜기 위해 연구하고 준비하는 기간만 2년이 걸렸다. 우리말이 아닌 외국어로 쓰인 책을 읽는 것이기 때문에 국어책 슬로 리딩과 달리 어학 학습에 대한 부분도 빼놓을 수 없었다.
 
수업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다. 한권의 책을 수 회에서 많게는 수십 번 통독하고 발췌독을 반복하다 보니 영어 실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아이들도 영어책을 읽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쉬운 책 골라, 구문 익히고 아이디어 교환도  
영어 슬로 리딩은 외국어로 쓰인 책이기 때문에 모국어로 된 책을 슬로 리딩 하는 것과 몇 가지 차이점이 있다. 영어교육전문가 이보영 박사는 슬로 리딩할 책의 수준을 평소 자신이 읽는 난이도보다 한두 단계 낮은 책을 고를 것을 권했다. 집에서 엄마가 슬로 리딩을 진행한다면 기간을 너무 길게 잡기보다 2~3주 정도의 기간에 한 권을 슬로 리딩 하는 정도가 적절하다. 
 
이 박사는 “아이가 쉽게 소화할 수 있는 책이어야 오랫동안 부담 없이 다양한 각도에서 살펴보고 학습할 수 있다”며 “‘콩쥐팥쥐’의 번역본 등과 같이 이미 내용 자체를 알고 있는 책도 좋다”고 말했다. 책을 골랐다면 책 전체 혹은 특정 챕터 내에서 공통으로 등장하는 구문이나 단어를 찾아보면서 어휘를 익힌다. 예를 들면 주인공의 불안함을 나타내는 다양한 표현을 찾아서 정리해보는 식이다. 흐름이 반복되는 패턴이나 복선을 살펴보면서 영어 문장에 익숙해지는 효과가 있다.  
친구들이 팀으로 모여 함께 슬로 리딩을 해도 효과가 좋다. 미리 정해진 목표가 없기 때문에 예습할 필요가 없는 것도 아이들의 부담이 덜어지는 요소다. 천 교사는 “친구들이 함께 같은 부분을 반복적으로 소리 내 읽는 것 자체도 읽기 실력을 높이는 훌륭한 방법”이라며 “아이마다 각각 가진 배경지식이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으면서 서로에게 배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독에서 놓치는 생각하는 힘 얻게 돼
 
전문가는 슬로 리딩을 하기에 적절한 시기로 초등 고학년부터 중학생까지를 권했다. 공신 닷컴 강성태 대표는 “같은 교재, 같은 책을 여러 번 읽고 반복해 내 것으로 만드는 학습법은 분명 효과가 있다”면서도 “고교생이 대입 수능 영어문제를 풀기 위해 필요한 공부법과는 거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 문제당 1분 안에 빨리 읽어서 주제를 파악해야 하고, 깊은 사고력을 필요로 하는 문제도 거의 출제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빠른 속도로 문제풀이를 강조하는 현행 입시 하에서도 슬로 리딩이 주목받는 이유는 한 권의 책을 깊이 읽는 과정에서 학습의 토대가 되는 사고력이 길러지기 때문이다. 청담러닝 박선영 이사는 “입시 트렌드도 사고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며 최근 강조되고 있는 과정 중심평가나 서·논술형 문제의 확대, 수행평가의 확대 등을 그 예로 들었다. 
 
다양한 책을 빠른 속도로 많이 읽는 방식의 속독, 다독에서 놓치는 리딩 스킬(읽기 능력)을 보완하는 것도 장점이다. 박 이사는 “다양한 스토리 북을 많이 읽은 학생이 학교나 학원의 시험, 레벨테스트에서 기대보다 낮은 성적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며 “책을 읽을 때 다양한 각도로 책의 주제나 목적, 의미를 찾기보다 단순하게 줄거리 위주로 빠른 속독을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슬로 리딩은 같은 책을 반복해서 읽으면서 다양한 질문과 답을 스스로 주고받는 과정에서 리딩 스킬을 훈련한다”며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데 유용한 읽기 학습법”이라고 덧붙였다.    
이지은 객원기자는 중앙일보 교육섹션 '열려라 공부' 'NIE연구소' 등에서 교육 전문 기자로 11년간 일했다. 2017년에는 '지금 시작하는 엄마표 미래교육'이라는 책을 출간했으며 지금은 교육전문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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