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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롭게 살고 싶다"···60대 이상 황혼이혼 상담 급증

"18년 전 재혼했는데 처음에는 나이와 성격 차이로 인해 갈등이 많았다. 재혼할 당시 나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었고, 아내는 어려웠는데 결혼 후 아내는 내게 늘 비자금이 따로 있다며 의심하고 닦달했다. 나를 은행으로 보고 결혼했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결국 다투다 서로 폭력을 휘둘렀다. 이제라도 아내에게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고 싶다. 이혼하지 않으면 죽고 싶을 만큼 힘이 든다." (90세 남성)
 
"남편은 의사소통이 전혀 안 되는 사람이다. 성격도 별나서 자기 원래 가족들과도 교류 없이 지내는 사람이다. 아파서 보일러를 틀면 튼다고 뭐라고 하는 사람이다. 내 가방을 뒤지고 경제적으로 늘 나를 의심했다. 결혼 후 현금을 받아본 적이 없고, 카드를 쓰면 목록을 확인한 후 쓴다고 또 뭐라 했다. 화가 나서 반찬을 안 했더니 주먹으로 나를 때렸다. 그래서 나도 같이 때렸다. 하루도 같이 못 살겠어서 나도 이혼 원한다." (78세 여성)
 
한국가정법률상담소가 11일 공개한 실제 '황혼 이혼' 상담 사례다.
연도별 60대 이상 이혼상담 비율

연도별 60대 이상 이혼상담 비율

한국 사회가 고령사회에 접어들며 ‘황혼 이혼’ 상담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는 2018년 한 해 동안 본 상담소에서 진행한 4653건의 이혼상담을 분석한 결과 60대 이상의 비율이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에 이혼 상담을 신청한 여성 내담자는 3288명이었고, 남성내담자는 1365명이었다.
 
남성의 경우 60대 이상의 이혼상담 비율(36.3%)이 가장 높았다. 이어 40대(26.5%)·50대(26.5%)·30대(11.9%)·20대(1.1%)가 뒤를 이었다.  여성의 경우  40대(29.3%)·50대(25.4%)·60대 이상(23.5%)·30대(18.6%)·20대(3.2%) 순이었다. 상담소가 연령별로 분석하기 시작한 첫해인 1995년에는 60대 이상의 비율이 여성 1.2%, 남성 2.8%에 불과했다.
 
상담소는 “남성은 2016년부터는 60대 이상이 모든 연령대를 제치고 1순위로 올라섰다”며 “여성의 경우 6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9년 이후부터 계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

한국가정법률상담소

구체적으로 60대 이상 남녀 이혼상담은 10년 전에 비해 여성은 4.1배, 남성은 2.9배 증가했다. 20년 전과 비교하면 여성은 8.7배, 남성은 7.9배 증가했다. 지난해 이혼상담을 받은 내담자 중 최고령자는 남성 90세, 여성 88세였다. 
 
노년 남성들은 퇴직해 경제력이 없어지자 아내와 자녀들이 자신을 무시하고 냉대하는 것을 억울해하는 경우가 많았다. 노년 여성들은 남편의 폭행과 외도와 등을 이혼을 원하는 이유로 꼽는 경우가 많았다.
 
여기에 혼인 관계는 파탄에 이르렀으나 자녀 양육이나 경제 문제 등을 이유로 참다가 자녀가 성장하고 경제적으로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뒤늦게 자신의 삶을 찾겠다며 이혼을 결심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게 상담소의 분석이다. 특히 최근 들어 연금 분할 청구가 가능해지면서 최소한의 경제적 기반을 가질 수 있게 됐고, 기대수명이 증가하면서 배우자에게서 벗어나 남은 생은 독립된 자신의 삶을 살고 싶다는 의지가 강해진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

한국가정법률상담소

한편 상담소를 찾아온 남녀의 이혼 사유로는 ‘장기별거, 성격 차이, 경제갈등, 배우자의 이혼 강요’ 등이 가장 많았다. 여성의 경우 2위는 ‘남편의 폭력’, 3위는 ‘남편의 외도’였다. 남성의 경우 2위는 ‘아내의 가출’, 3위는 ‘아내의 폭력’이었다.
 
나이 차이로는 남편이 3~4년 많은 부부, 혼인 기간은 1~11년, 여성 직업은 전업주부, 남성 직업은 무직, 남녀 모두 초혼, 남녀 모두 고졸의 이혼상담이 가장 많았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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