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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의 미래는 ‘장기 불황’ 일본일까?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이끄는 ECB는 7일 연내 금리 인상 계획을 철회하고 양적완화 정책을 고수하기로 했다. 미·중 무역전쟁, 브렉시트 등에 따른 경기 둔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로이터=연합뉴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이끄는 ECB는 7일 연내 금리 인상 계획을 철회하고 양적완화 정책을 고수하기로 했다. 미·중 무역전쟁, 브렉시트 등에 따른 경기 둔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로이터=연합뉴스]

 
‘낮은 경제 성장률과 물가 상승률, 국가 부채의 악순환에 갇힌 유로존은 ‘장기 불황’에 놓였던 일본의 전철을 밟을 것이다. 2009년 유럽 재정위기 이후 유로존의 경제 상황은 1990년대 일본과 흡사하다.’
 
최근 국제금융그룹인 ING가 발간한 ‘유로존의 일본화’ 보고서를 요약하면 이렇다. 보고서에서 ING는 특정 국가(권)의 경제 성장률,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율), 단기 금리 기조, 인구 구조 등을 일본과 비교 가능한 ‘일본화 모델(Japanification model)’을 소개했다.
 
이 모델을 통해 관찰한 일본과 유럽의 흡사한 경제 추세를 근거로 ING는 “최근 경제 체질이 약화된 유로존은 20여 년 전 일본과 상당히 유사하다. 유로존이 일본식 장기 불황을 겪을 수 있다”고 결론내렸다.
 
ING는 일본이 겪은 장기 불황 시점인 1992년과 유럽 재정위기가 터진 2009년을 ‘비교 기준 시점’으로 설정했다. 
일본은 부동산 거품이 붕괴한 지난 91년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장기 불황을 겪었다.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불리는 기간이다.
 
일본의 장기 불황 초기인 1992년을 약 17년 가량 지연시켜 2009년 유럽 금융위기와 시점을 맞췄다. 각 국가의 금리 변동 추세가 상당히 흡사하다. [ING]

일본의 장기 불황 초기인 1992년을 약 17년 가량 지연시켜 2009년 유럽 금융위기와 시점을 맞췄다. 각 국가의 금리 변동 추세가 상당히 흡사하다. [ING]

 
ING 분석에 따르면 ‘비교 시점(일본 92년, 유로존 2009년)’ 이래로 일본과 유럽은 비슷한 경제 현상이 일부 나타났다. 특히 정부 부채가 오른 반면, 물가 상승률은 떨어지는 추세였다.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는 부동산 버블 붕괴 이후 꾸준히 올라 지난해 238%에 달했다. 일본 정부가 투자 및 소비 진작을 위해 대규모 재정 부양책을 벌인 데 따른 것이다. 
 
유럽 재정위기(2009년) 이후 유럽연합(EU) 일부 국가의 상황도 비슷했다. 유럽 재정위기 이후 치솟은 그리스의 정부 부채는 183%(2016년 기준)로 일본에 이어 2위다.
 
유럽은 낮은 물가 상승률과 성장률도 90년대 일본과 비슷했다. ING는 “유럽 재정위기 이후 스페인은 상당 기간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국면(2014~2016년)에 놓였다. 이탈리아 역시 상당 기간 마이너스 성장률(2008~2013년)을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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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유럽 재정위기 이후 유럽중앙은행(ECB)은 일본을 따라 활발한 유동성 확대 정책을 펼쳤다. 
 
2015년 양적 완화 정책을 추진했던 ECB는 올해 안에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하지만 최근 이를 철회하고 값싼 금리의 유동성 공급을 시행하기로 했다. 미·중 무역전쟁,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따른 성장 둔화를 우려해 양적 완화 정책으로 다시 복귀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2001년 양적 완화 정책을 시행한 일본 역시 아베 신조 현 총리에 이르기까지 비슷한 통화 정책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 
 
생산가능인구(15~64세) 감소 추세도 비슷했다. 2009년 2억2000만 명으로 정점을 찍었던 유로존의 생산가능인구는 줄곧 하락해 지난해 2억1800만 명을 기록했다. 이미 생산가능인구가 떨어지는 일본은 노령 인구와 외국인 노동자의 취업을 독려하는 분위기다.
 
2001~2006년 일본 총리를 지낸 고이즈미 준이치로. 그는 경기 위기에 제때 대응 못한 정부의 비효율을 '일본병'이라고 규정했다. [중앙DB]

2001~2006년 일본 총리를 지낸 고이즈미 준이치로. 그는 경기 위기에 제때 대응 못한 정부의 비효율을 '일본병'이라고 규정했다. [중앙DB]

 
하지만 ‘90년대 일본’과 ‘2009년 이후 유럽’의 모든 경제 지표가 일치하진 않았다. ING는 “93년 이래 일본은 물가 상승률 목표치를 2%로 잡았지만, 성공하진 못 했다. 오히려 12년 가까이 디플레이션 국면에 놓였다”며 “이와 달리 (유럽 재정위기 이후) 유로존은 ‘마이너스 물가’ 구간에서 벗어났다”고 분석했다.
 
이는 경제 위기에 대한 정책 대응에 소홀했던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유럽 정부가 각종 은행 구제안을 적극적으로 펼친 결과라는 분석이다. ING는 “일본병(病)에 걸리지 않으려는 ECB의 노력”이라고 평가했다. ‘일본병’은 2001년 취임한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경제 위기에 제때 대응 못한 과거 정부의 비효율을 가리켜 만든 개념이다. 
 
결국 EU가 일본처럼 장기 불황의 늪에 빠지지 않기 위해선 발빠르게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는 지적이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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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