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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50년간 ‘장기 고성장’ 7대 국가…“정부·대기업이 성장 주도 공통점”

한국이 지난 50여년간 장기 고성장한 7대 국가로 꼽혔다. 하지만 최근 저성장 추세가 굳어지면서 향후 생산성이 마이너스로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11일 세계적인 컨설팅 그룹 맥킨지의 ‘아웃퍼포머: 고성장 신흥경제국과 성장을 주도하는 기업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중국ㆍ태국ㆍ인도네시아ㆍ말레이시아ㆍ싱가포르ㆍ홍콩과 함께 ‘장기 아웃퍼포머’(Long-term Outperformers)에 선정됐다. 세계 71개국의 데이터를 분석해 만든 이 보고서는 1965~2016년 1인당 국내총생산(GDP) 연평균 성장률이 3.5% 이상인 국가를 ‘장기 아웃퍼포머’라 정의했다. 이 성장률은 같은 기간 미국의 성장률보다 1.6%포인트 높은 수치다. 맥킨지는 이와 별도로 최근 20년(1995~2016년) 1인당 GDP 연평균 성장률이 5%를 넘는 11개국을 ‘신흥 아웃퍼포머’(Recent Outperformers)로 분류했다. 아제르바이잔ㆍ벨라루스ㆍ인도ㆍ카자흐스탄ㆍ우즈베키스탄ㆍ베트남 등이 속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이에 따르면 높은 성장률을 이뤄낸 아웃퍼포머 국가들은 공통된 특징이 있다. 우선 정부와 민간부문이 협력하는 성장 중심의 계획을 세워 생산성ㆍ소득ㆍ수요를 늘리는 데에 집중했다. 정부가 생산성 향상을 주도해 실질 임금을 끌어올렸고, 이를 통해 내수를 활성화하는 선순환을 이뤄냈다는 것이다. 해외 교육 등을 통해 우수한 관료를 키워 정부의 역량을 높인 것도 주효했다. 
 
보고서는 한국을 주요 사례로 소개했다. 1960~80년대 한국 정부는 대통령이 이끄는 월간 수출 점검 회의를 통해 기업 경영자들과 긴밀히 협조했다. 기존에 설정한 목표를 점검하고, 주요 도전 과제 및 장애물을 확인하면서 수출 드라이브를 걸 수 있었다.  
 
국내 저축률을 끌어올려 적극적인 투자에 나선 것도 이들의 ‘공통분모’다. 개발도상국은 GDP의 17%를 투자하는 반면, 7개 장기 아웃퍼포머 국가들은 평균 GDP의 30%를 투자했다. 이와 함께 해외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했다. 1980년 아웃퍼포머 국가가 전세계 재화ㆍ서비스ㆍ금융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 이하였지만, 2016년에는 19% 이상으로 늘었다. 이런 노력 덕분에 7개의 장기 아웃퍼포머는 1980~2014년 사이 실질임금 및 복지가 연평균 4.6% 증가했다.
 
아누 마드가브카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MGI) 파트너는 “장기 아웃퍼포머 국가들은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거시경제적 쇼크 후에도 안정적인 성장을 유지할 수 있었다”며 “포용적 성장 정책으로 달성한 경제성장은 이 국가들의 중산층을 확대하고 번창시켰다”라고 평가했다.  
 
경쟁력을 갖춘 대기업이 많은 점도 아웃퍼포머 국가의 특징이다. 다른 개발도상국에 비해 매출이 5억 달러가 넘는 대기업의 수가 2배 정도 더 많다. 이들 대기업은 1995~2016년 연평균 매출이 8.7% 성장했는데, 이는 다른 개발도상국(6.2%)ㆍ선진국(3.1%) 대기업의 성장률을 훨씬 앞선다. 아웃퍼포머 국가 GDP에서 대기업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1995~1999년 약 22%에서 2011~2016년 64%로 세배 늘었다. 같은 기간 대기업의 GDP 기여도는 11%에서 27%로 증가했는데, 이는 다른 개발도상국의 2배에 이른다.
자료: 맥킨지

자료: 맥킨지

아웃퍼포머 국가의 대기업은 더 격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았다. 2001~2005년 상위 20%에 포함된 기업 중 45%만 10년 후 상위 20%를 유지할 수 있었다. 23%는 10년 후 밀려난 정도가 아니라 하위 20%로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10년 뒤 상위 20%에 남아 있는 비중은 말레이시아 기업들이 20%로 가장 낮았고, 중국ㆍ홍콩 34%, 한국 43%, 인도 60% 순이었다.
 
반면 선진국 대기업은 10년 뒤 상위 20%에 살아남는 비율이 62%로 높았다. 하위 20%로 떨어지는 비중도 15%로 아웃퍼포머 국가보다 낮았다. ‘아웃퍼포머 국가에서 성공한 기업들은 높은 매출과 시장점유율을 누리지만 그렇지 못한 기업은 추락할 가능성도 그만큼 크다’는 게 보고서의 분석이다. 조나단 워첼 MGI 소장은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GDP 성장을 이끄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이는 자주 간과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한국은 모든 제조 부문에서 높은 생산성을 보이는 유일한 국가이며 특히 화학제품, 전기 장비 및 전자 공학, 금속 및 무기물의 제조와 같은 분야는 선진국의 생산성을 상회한다”면서 한국에 대해 전반적으로 높은 평가를 했다. 한국의 화장품 기업 아모레퍼시픽에 대해 “쿠션 화장품이라는 카테고리를 최초로 탄생시켰다”며 성공기업 사례로 소개하는 등 한국 기업에 대해서도 호의적이었다.
 
하지만 따끔한 진단도 내렸다. 한국은 지난 5년간 연간 1인당 GDP 성장률이 3% 밑으로 떨어졌고, 노동생산성 성장률 역시 2% 밑으로 떨어졌다. 1970~89년 제조업의 고용 비중이 13.6%에서 28.1%까지 올랐지만, 이후로는 감소해 현재는 18% 미만에 불과하다는 게 맥킨지의 판단이다.
 
어두운 미래도 조망했다. 맥킨지가 2030년까지 주요 국가들의 생산성ㆍ일자리 향상에 대해 시뮬레이션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은 제조업에서의 가치 창출 및 고용 잠재력이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18개 아웃퍼포머 국가 가운데 두 수치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나라는 한국과 싱가포르뿐이었다.
 
보고서는 “한국은 첨단 기술 및 자동차 부문에서는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서비스 부문에서는 생산성이 낮다”며 “실질임금 증가 없이 주택ㆍ교육비는 계속 올라 중산층 가계부채가 계속 증가세”라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이어 “이제까지 한국이 경제성장을 위해 의존했던 수출중심 전략이 더는 유효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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