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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 충격 3년, 프로 바둑계가 세졌다

2016년 3월 구글의 바둑 인공지능(AI)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꺾은 뒤 바둑계에는 폭넓고 거센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당시 알파고와 대국하고 있는 이세돌 9단의 모습. [AP=연합뉴스]

2016년 3월 구글의 바둑 인공지능(AI)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꺾은 뒤 바둑계에는 폭넓고 거센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당시 알파고와 대국하고 있는 이세돌 9단의 모습. [AP=연합뉴스]

꼭 3년 전인 2016년 3월 9일. 전 세계인은 충격에 휩싸였다. 어떤 이들은 공포도 느꼈다. 대다수의 예상을 깨고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AI)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상대로 첫 승을 거둔 것이다. 알파고의 승리는 AI의 비약적인 발전을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었다. 최전방에서 AI의 습격을 받은 바둑계에 그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지난 3년간 큰 변화를 겪은 바둑계 풍경을 정리해본다.
 
◆ 바둑의 정석이 되다=알파고가 처음 공개됐을 때 사람들이 놀란 건 AI의 월등한 실력 때문만이 아니었다. 프로기사들에겐 AI가 바둑의 선입견이나 고정관념을 파괴했다는 게 더 큰 충격이었다. 그동안 바둑에는 좋은 수나 나쁜 수에 대한 정형이 존재했다. 하지만 알파고는 이에 얽매이지 않는 과감한 수를 자유롭게 선보였다. 초반부터 3·3에 침입하는 수가 대표적이다.
 
AI가 고정관념을 파괴한 덕분에 경직됐던 바둑이 유연해졌다. 신진서 9단은 “AI가 등장하기 전에는 몇 년 동안 비슷한 포석만 썼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과거보다 더 다양한 포석이 등장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은 AI의 몇몇 수법이 이미 바둑의 정석으로 자리 잡았다. 초반 3·3 침입이 어느새 프로기사들이 가장 즐겨 쓰는 포석이 된 것이다. 처음에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독특해 보였던 AI 특유의 기법이, 사람의 빠른 습득력 때문에 가장 흔한 수법이 되어가고 있다.
 
◆ 바둑 AI 대중화=알파고 이전까지 바둑 AI와 프로기사는 4~5점 정도 기력 차가 있었다. 알파고 등장은 정체돼 있던 바둑 AI 개발 경쟁에 불을 지폈고, 그 결과 수준 높은 AI가 대거 출현했다. 알파고는 2017년 5월 은퇴를 선언했지만, 그 자리를 채울 든든한 후예들이 다량 생산된 것이다. 이는 바둑 AI 대중화에도 크게 기여했다.
 
바둑을 공부하는 풍경도 크게 달라졌다. 이제는 AI 덕분에 혼자서도 바둑을 공부할 수 있게 됐다. 바둑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AI 프로그램을 빠르게 구동할 수 있는 높은 사양의 컴퓨터가 필수품이 된 지는 이미 오래다.
 
중국 랭킹 1위 커제 9단은 “요즘은 대부분 프로기사가 AI로 훈련한다. AI에 대한 연구가 있어야만 자신의 장점 등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신진서 9단 역시 “더는 AI를 무시하거나 등한시하면 바둑을 잘 둘 수 없다. 나는 AI 연구로 특히 포석에서 엄청난 도움을 받았다. 복기할 때도 AI는 매우 유용하다”고 말했다.
 
◆ 상향 평준화된 선수들=프로기사들이 AI로 훈련하면서 실력이 상향 평준화됐다. 사람보다 월등히 실력이 강한 상대를 스파링 파트너 삼아 공부하다 보니 자연스레 기준선이 올라간 것. 특히 AI의 장점인 포석과 대세를 보는 감각 등을 닮아가는 선수들이 많아졌다. 김채영 5단은 “AI로 공부한 이후 내 실력이 좋아졌다고 생각한다. 나뿐만 아니라 전체 기사들의 실력이 상향 평준화됐다”고 했다. 이어 “AI가 대중화되면서 오히려 일류 기사 프리미엄이 많이 사라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커제 9단은 자신이 AI 등장으로 오히려 손해를 봤다고 주장한다. 커제 9단은 포석 감각이 좋아 초반부터 앞서나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AI 영향으로 대다수 프로기사의 포석이 좋아지면서 차별화가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커제 9단은 “요즘은 모든 선수가 실력이 더 강해졌다. 그래서 요즘에는 누구를 상대해도 예전처럼 쉽게 이기기 어려워졌다. 과거보다 세계대회 우승도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 실시간 승률 분석 가능=AI는 바둑 해설의 판도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다른 스포츠가 실시간 스코어로 승부의 흐름을 보여주듯, 바둑도 실시간 진행 상황을 수치화해 직관적으로 표현하게 됐다.
 
현재는 모든 대국 중계에서 AI 승률 분석이 활용된다. 해설자는 AI 승률을 보면서 정밀하게 판도를 설명할 수 있게 됐다. 윤상현 바둑TV PD는 “과거 대국 중계방송은 시청자 입장에서 바둑의 유불리를 바로 알 수 없다는 게 가장 답답한 점이었다. 그런데 AI가 그 갈증을 해소해주고 있다”고 전했다.
 
◆ IT 기기 제한 규칙 등장=AI는 바둑대회 규칙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과거에는 없었던 휴대전화, IT 기기 반입 금지 같은 엄격한 규제가 생겨났다. 대국 도중 선수가 AI 변화도를 참고할 가능성을 막기 위해서다. 이제 바둑대회에 출전하는 프로기사들은 사전에 휴대전화와 IT 기기를 모두 제출해야 한다. 대국장에 기기를 반입한 것이 적발되면 곧장 반칙패 처리된다.
 
이런 가운데 프로기사의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간 프로기사의 최대 목표는 최고의 실력으로 훌륭한 기보를 남기는 것이었다. 하지만 AI가 등장하면서 프로기사의 역할이 예전 같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정수현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는 “AI 시대에 프로기사들은 기계와 달리 인간적인 면모를 어필할 수 있는 뭔가를 찾아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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