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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우의 퍼스펙티브] 대통령에게 권력 집중되며 국민과 지방은 배제되고 있다

번영과 빈곤의 갈림길
일부 나라는 번영하고 대부분의 나라는 빈곤하다. 무엇이 한 나라의 번영과 빈곤을 결정하는지 원인을 찾으려는 다양한 시도가 있었다. 지리적 위치나 문화, 자원이나 지식을 원인으로 국가 간 경제 격차를 설명하는 견해도 있지만, 대런 애스모글루 MIT 경제학과 교수와 제임스 로빈슨 하버드대 정치학과 교수의 설명이 가장 설득력이 있고 실천할 수 있다. 이들은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라는 저서에서 번영과 빈곤의 원인을 제도의 선택에서 찾고 있다. 한 나라가 어떤 정치제도와 경제제도를 채택하는지에 따라 부국이 될 수도 있고 빈국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가난한 나라가 가난한 이유는 권력을 가진 자들이 빈곤을 조장하는 선택을 하기 때문이다. 지도자가 실수나 무지 때문에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니다. 다분히 의도적이다. 이러한 권력자들의 의도는 제도 선택으로 나타난다. 영국이나 미국처럼 포용적 정치제도와 포용적 경제제도를 채택하는 나라는 번영하고, 반대로 북한이나 콩고 등과 같이 착취적 정치제도와 경제제도를 선택하는 나라는 빈곤하게 된다.
 
과거 소련이나 박정희 시대의 한국처럼 착취적 정치제도에서도 경제 발전이 가능하지만, 지속할 수는 없다. 로마나 베네치아처럼 번영하던 나라도 포용적 제도를 버리고 착취적 제도를 채택하면 몰락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직접적으로는 경제제도가 번영과 빈곤의 갈림길이 되겠지만, 경제제도를 결정하는 것이 정치라는 점에서 정치제도가 한 나라의 흥망을 결정하는 근본적인 원인이 된다. 이들의 주장은 경제 실패도, 정치 실패도 그 근본 원인은 헌법의 실패에 있다는 제임스 뷰캐넌(1919~2013)의 주장과 일치한다. 그는 헌법경제학 창시자로 1986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번영과 빈곤의 갈림길

번영과 빈곤의 갈림길

포용적 정치제도가 번영 이끌어
 
가능한 많은 사람이 경제 활동에 참여하고, 재능과 능력을 충분히 발휘해 각자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제도를 포용적 경제제도라고 한다. 확고한 사유재산 보장과 직업의 자유, 공정한 경쟁 등을 전제로 한다. 포용적 경제제도는 포용적 시장을 만들어 대부분의 사람에게 인센티브를 부여한다. 포용적 경제 질서는 포용적 정치 질서에 의해 만들어지고 보장된다. 포용적 정치제도는 권력이 사회 전반에 고루 배분되고 견제되는 다원적 정치 질서와 중앙집권제가 필요하다. 그중 하나라도 결여되면 착취적 정치제도가 된다. 사유재산제도와 법치주의를 전국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중앙집권화를 강화해야 다원적 가치 질서가 보장된다.
 
에스모글루와 로빈슨은 한 나라가 포용적 정치 질서와 경제 질서를 선택하면 번영할 수 있다는 것을 수많은 사례를 통해서 입증했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에는 하나의 치명적 문제가 있다. 이들이 강조하는 포용적 정치 질서를 구성하는 다원적 정치 질서와 중앙집권제는 일견 모순되고 양립하기 어렵다. 중앙집권제는 다양성을 촉진하기보다는 획일화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이 책이 ‘현대판 국부론’이라 불릴 만큼 영향력이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의 논리는 반 지방분권적 중앙집권화를 정당화하는 근거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 보충 설명이 필요하다.
 
지방분권 없으면 국민 무기력해져
 
프랑스 정치학자 알렉시스 드 토크빌은 1835년에 출간된 그의 저서 『미국의 민주주의』를 통해서 이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였다. 그는 중앙집권을 통치의 중앙집권과 행정의 중앙집권으로 구분하고, 민주적 독재를 방지하고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통치에서는 중앙집권을 하더라도 행정에서는 지방분권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통치의 중앙집권 없이는 어떤 나라도 생존할 수도 없고, 번영할 수도 없다고 했다. 이 점에서 애스모글루와 로빈슨의 주장은 토크빌과 일치한다. 통치는 외교나 국방, 나라 전체에 공통되는 이해관계에 관한 것이다.
 
하지만 토크빌은 행정이 지방분권되지 않고 중앙집권하는 경우에 국민의 공민 정신은 약화하고 결국 국민은 무기력하게 되어 국민의 힘은 고갈된다고 했다. 국민이 모든 것을 국가에 의존하여 국가가 개입하지 않으면 자신의 생존마저도 유지하기 어려운 노예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민주적 전제국가가 될 수 있다.
 
여기서 행정은 일반 국가 법률의 집행은 물론 지방의 이해관계나 일상생활 문제에 관한 입법을 포함하는 의미를 가진다. 통치의 중앙집권은 한 나라의 국력을 결집하는 구심력으로 작용하고, 행정의 지방분권은 일상적인 문제에 대한 규율을 지방으로 분산하는 원심력으로 작용한다. 다원적 정치 질서와 중앙집권제를 동시에 보장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구심력과 원심력이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국가의 존립과 통합을 위한 통치의 중앙집권은 강화되어야 하지만 다원적 정치 질서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행정의 지방분권을 강화해야 한다.
 
분권화된 스위스, 히틀러 야욕 물리쳐
 
행정이 중앙집권화된 나라에는 신민은 존재하지만 위대한 시민은 찾을 수 없다. 이런 나라들은 다른 나라의 먹잇감이 된다고 그는 단언하였다. 그의 말은 예언이 되었다. 모든 권력이 중앙집권화된 프랑스는 히틀러의 침공 앞에서 제대로 싸우지도 못하고 6주 만에 항복하였다. 고도의 지방분권적인 정치체제를 가진 스위스는 상비군도 없었지만, 히틀러의 침공 앞에서 민병대를 소집하여 일주일 만에 60만 대군을 만들고 결사 항전의 의지로 맞서 침략을 포기하도록 만들었다.
 
애스모글루와 로빈슨의 포용적 정치체제로서 다원적 중앙집권제는 결국 ‘분권적 중앙집권제’라고 볼 수 있다. 분권에는 삼권분립을 비롯한 양원제 등 국가 권력의 수평적인 분권과 중앙과 지방간, 국가기관과 국민 간 수직적인 분권을 포함한다. 수평적 분권은 국가 권력의 남용을 방지하여 개인적 자유를 보장하는 데 기여한다. 즉 개인이 원하는 것을 국가의 방해를 받지 않고 할 수 있는 사적자치(私的自治)를 보장한다.
 
개인적 자유는 국가로부터의 자유이다. 공동체와는 고립된 원자적 존재로서 이기적 개인이 누리는 자유이다. 이에 대해 수직적 분권은 집단적 자유를 보장함으로써 공동체의 문제를 공동체의 구성원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한다. 이러한 집단적 자유는 국가 권력에 참여할 수 있는 자유를 의미한다. 고립되고 이기적인 개인을 결속시켜 공동체의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인식하여 스스로 해결하는 공적자치(公的自治)를 보장한다. 이러한 집단적 자유는 공적 분야에서는 지방자치를 통하여 실현된다.
 
권력자 사익이 착취적 제도 만들어
 
한 나라의 번영과 빈곤이 제도의 선택에 달려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나라에서 포용적 제도를 피하고 구태여 착취적 제도를 채택하여 대부분의 국민을 빈곤의 고통에 빠지게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권력자가 착취적 제도를 채택하는 것은 그것이 자신의 권력과 부를 유지하고 확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일부 집단이 다른 집단을 배제하고 희생시켜 권력을 유지하고 부를 확대하려는 것이다. 착취적 제도의 악순환으로부터 벗어나 포용적 제도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권력자에게 압력을 행사할 수 있는 광범위한 연합세력이 결성되어야 하고, 포용적 질서를 촉구하고 착취적 질서의 위협을 비판하는 자유 언론이 존재하여야 한다.
 
대한민국은 기적의 나라였다. 국민의 힘으로 민주주의를 쟁취하여 정치 기적을 이루었다. 또 시장경제 질서를 채택하여 경제 기적을 이루었다. 하지만 지금 대한민국은 과도한 권력 집중으로 정치생태계는 파괴되고, 적지 않은 국민이 시장에서 삶을 해결하지 못하고 배제되고 있다.
 
역대 대통령들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권력 남용으로 탄핵을 당하거나 옥고를 치렀음에도 불구하고 포용적 정치 질서로 변혁은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국회는 분권적 헌법 개정안을 합의하는데 소극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헌법 개정안에는 국가 권력의 수평적 분권의 강화도 없었고, 수직적 분권을 위한 지방분권의 강화도 없었다. 현 정부도 역대 정부와 마찬가지로 권력 집중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여 과두제의 철칙(iron law of oligarchy)에 갇혀 있다.
 
제왕적 대통령제 내려놔야
 
또 더 많은 사람이 시장 질서 속에서 능력과 재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포용적 경제제도는 흔들리고 있다. 소득주도성장이라는 낯선 이론과 정책 아래서 무리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를 창출해야 할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사업을 접고 시장에서 퇴출당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국가 경쟁력과 높은 국민소득을 누리는 스위스에서는 아직 전국적 최저임금제를 도입하지 않고 있다. 시간당 22스위스프랑(약 2만5000원)을 전국적 최저임금으로 정하는 국민발안에 대한 국민 표결이 2014년 5월 14일에 실시되었다. 투표자의 76.3%가 반대하여 최저임금 국민발안은 부결되었다. 스위스 국민은 인위적 규제 대신에 시장의 자동 조절을 채택하였다. 다만, 스위스를 구성하는 26개 칸톤 중에서 2개의 칸톤에서는 시간당 20프랑 최저임금을 실시하여 지역별로 위험 분산과 다원화를 채택했다.
 
지금 정부에서는 ‘혁신적 포용국가’의 국가 비전을 걸고 종합 계획을 짜고 있다. 처음에 복지 분야에서 출발하더니 국정 전반으로 확대하고 있다. 포용국가라는 이름으로 채택되는 정책들이 우리나라를 번영하게 하는 포용적인 제도인지, 아니면 빈곤으로 추락시키는 착취적이고 배제적인 제도인지를 면밀하게 따져보아야 한다. 전자를 요구하고 후자를 막기 위한 광범위한 연합세력과 언론의 자유가 절실히 요구된다. 지금 우리는 번영과 빈곤의 갈림길에서 결정적 시점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리셋 코리아 개헌특별분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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