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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혈관 없어 심장수술 못받는 아이들…위기에 정부 긴급' 대응

선천성 심장병을 앓고 있는 3살 양민규 군은 미국 고어사의 인공혈관이 없어 이번달에 예정됐던 최종수술을 받지 못하고 있다. [사진 김진희]

선천성 심장병을 앓고 있는 3살 양민규 군은 미국 고어사의 인공혈관이 없어 이번달에 예정됐던 최종수술을 받지 못하고 있다. [사진 김진희]

김진희(여·39)씨는 아들 양민규(3) 군이 배 속에 있을 때 부터 심장이 다른 아기들과 다르다는 걸 알았다. 초음파 검사 결과 민규의 심장 오른쪽 심실은 거의 기능할 수 없는 크기였고, 판막도 온전히 형성되지 않았다. 하지만 김씨는 걱정하지 않고 민규를 낳았다. "태어난 뒤 수술만 잘 받으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는 말을 의사에게 들어서다. 민규의 상태는 지난 2016년 3월 태어난 지 2주 뒤와, 같은 해 11월 2차례에 걸쳐 수술을 받은 뒤 크게 호전됐다. 한달에 한 번씩 집인 세종시에서 서울아산병원까지 진료를 위해 민규와 함께 다녀도 김씨는 힘들지 않았다. 이번달에 완치를 위한 최종수술만 받으면 다른 아이들처럼 뛰놀 수 있다는 의료진의 말 때문이었다.

 
하지만 김씨는 지난달 청천벽력 같은 얘기를 들었다. 수술이 무기한 연기된다는 거였다. 담당 의사는 수술에 필요한 ‘소아용 인공혈관’이 동이 났다고 했다. 다급한 마음에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에 가입한 뒤에야 민규에게 필요한 인공혈관이 미국에서 만들어지고, 2017년 9월부터 수입되지 않고 있음을 알게 됐다. 김씨는 “민규는 “아이가 몸이 자라면서 숨이 차올라 청색증까지 오고 있다”며 “아이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고 수술만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병원, 인공혈관 재고 바닥나 심장병 수술 못 해 
선천성 심장병을 앓고 있는 3살 양민규 군은 미국 고어사의 인공혈관이 없어 이번달에 예정됐던 최종수술을 받지 못하고 있다. [사진 김진희]

선천성 심장병을 앓고 있는 3살 양민규 군은 미국 고어사의 인공혈관이 없어 이번달에 예정됐던 최종수술을 받지 못하고 있다. [사진 김진희]

민규가 받아야 하는 수술은 이른바 ‘폰탄(Fontan) 수술’이다. 인공혈관으로 아이의 심장 정맥을 폐동맥에 직접 연결하는 수술이다. 복잡한 심장 기형이 있는 아이에게 인공혈관은 심장 대정맥 기능을 한다. 세 번에 걸친 수술 중 세 번째 최종수술에 인공혈관을 연결한다. 이에 맞는 인공혈관은 미국 업체 ‘고어(Gore)’가 만든다. 아웃도어 의류 소재 ‘고어텍스’로 잘 알려진 회사다. 이 회사는 인공혈관을 비롯한 의료기기를 전 세계에 공급하고 있다.
성인용 인공혈관은 고어사의 제품을 대신할 다른 회사의 제품이 있지만, 소아용 인공혈관은 규격화가 어려워 대체재가 없다. 윤태진 서울아산병원 소아심장외과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폰탄 수술에선 고어의 인공혈관만 사용한다” 며 “사실상 이 제품 때문에 폰탄 수술법이 생겼다고 봐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 인공혈관 재고는 거의 없다. 선천성 심장병 수술을 할 수 있는 전국 각지의 상급종합병원은 서울아산병원과 세종병원,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부산대병원, 경북대병원 등이다. 현재 서울아산병원과 서울대병원의 인공혈관 재고는 모두 떨어졌고 나머지 병원도 1~2개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민규처럼 폰탄수술을 받아야 하는 환자 수는 연간 30~40명가량 된다.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에 따르면 민규를 비롯해 6명의 아이들이 인공혈관이 없어 당장 해야 할 수술을 못 하고 있다. 혈관이 없어 제때 수술받지 못하면 심장 기능이 떨어지고 후유증이 발생해 심한 경우 숨질 수 있다고 한다.
 
정부, ‘고어 인공혈관’ 찾아 긴급 미국행
상황이 급박해지자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10일 긴급 보도자료를 내고 “미국 고어 본사를 직접 방문해 국내 소아심장병 환자들이 겪고 있는 상황과 그동안 치료재료 가격제도 개선 상황 등을 설명해 인공혈관의 공급 재개를 적극 검토해 달라고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진이 식약처 의료기기정책과장은 “미국 방문 날짜는 최대한 이른 시일로 정하도록 고어 측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식약처는 8일 고어 측이 ‘인공혈관은 한국에 타사의 대체품이 존재해 공급이 불필요하다’는 회신이 왔다고 밝혔다. 식약처가 지난달 ‘소아 심장수술에 필요한 인공혈관과 봉합사(봉합 수술에 쓰이는 실) 공급을 재개해달라’고 요청한 데 대해, 고어가 국내 대체품이 없는 봉합사는 공급이 가능하지만 인공혈관은 해당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보내왔다는 것이다. 정진이 과장은 “2017년 고어가 한국 시장에서 철수한 이후로도, 국내 대체품이 없는 3㎜ 또는 5㎜ 인공혈관은 계속 공급 중인데 10㎜도 국내 대체품이 있다고 잘못 알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2017년 고어 시장 철수로 재고부족 예견
인공혈관의 모습.[유튜브 캡처]

인공혈관의 모습.[유튜브 캡처]

문제는 이번 인공혈관 재고 부족 사태가 예고된 위기였다는 점이다. 인공혈관 공급은 고어의 의료 사업부가 2017년 9월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중단됐다. 당시 국내 대형병원들은 해당 제품을 한꺼번에 구매해뒀지만, 그마저도 최근 거의 바닥 나게 됐다.  
 
고어 측은 한국 시장에서 철수한 이유를 명확하게 밝히고 있지 않다. 다만 의료계에서는 복지부가 2016년 인공혈관 등 치료재료 가격을 일괄 인하하고, 식약처가 의약품 제조 품질관리 기준(GMP) 적합 인증 심사를 하는 과정에서 고어가 비용부담을 느꼈다는 등의 해석이 나온다. 식약처 관계자는 “지난 1월 식약처를 방문한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가 고어 측이 보험수가와 GMP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의견을 전했다”고 말했다. 윤태진 교수는 “고어가 2016년 1년 뒤 공급 안 하겠다고 발표를 하고 1년 유예 기간 두고 2017년 10월부터 납품을 중단한 것”이라며 “사실상 2년 6개월간 공급 중단 상황에서 정부가 손을 놓고 있던 셈”이라고 말했다. 윤 교수는 “정부가 대체 불가능한 의료 재료에 수가를 낮게 매겨 놓고선 일을 방치하다가 이제와 뒷북을 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낮은 의료수가 등이 철수 이유로 알려져…정부 "제도 바꿨다"
복지부와 식약처도 가만히 있었던 것은 아니다. 복지부는 지난해 9월 ‘희소·필수치료 재료의 상한금액 산정기준’ 고시를 통해 희소·필수치료 재료에 대해서는 건강보험 의료수가 상한금액을 올려 잡을 수 있도록 길을 열었다. 이중규 복지부 보험정책과장은 “인공혈관 제품에 대해서는 고어 쪽에서 원하는 가격을 줄 수 있도록 수가 책정 범위를 넓혀둔 것”이라고 말했다. 식약처도 지난달 공급 재개를 위한 체계를 마련했다. 정진이 식약처 과장은 “2017년 철수 당시 고어에서 자사 의료기기에 대한 식약처 허가를 취소하고 떠났었는데, 지난달 이 허가를 식약처에서 다시 살려놨다”며 “고어가 공급을 재개하기만 하면 즉시 제품을 병원에 팔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환자들 "늦었지만 정부 방미에 희망 걸 수밖에" 
환자들로선 아쉬워도 정부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안상호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대표는 “현재로선 정부의 미국 방문에 희망을 걸 수밖에 없다”며 “고어 측이 지난주 환우회 측 입장을 고려하겠다는 답변을 보낸 만큼 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공급재개 결정을 내릴 거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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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