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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생 잡아야 생존" 일본 대학, 도심에 캠퍼스 만든다

기자
이형종 사진 이형종
[더,오래] 이형종의 초고령사회 일본에서 배운다(22)
2018년부터 대학진학 연령인 18세 인구가 감소하면서 대학경영에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다. 사진은 도쿄에서 열린 구직활동 행사에 참여하는 일본 대학생들. <저작권자 ⓒ 1980-2008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2018년부터 대학진학 연령인 18세 인구가 감소하면서 대학경영에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다. 사진은 도쿄에서 열린 구직활동 행사에 참여하는 일본 대학생들. <저작권자 ⓒ 1980-2008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2018년 문제’가 화두다. 2018년부터 대학진학 연령인 18세 인구가 감소하면서 대학경영에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다. 입학생 감소는 대학 시장의 축소를 의미한다. 대학은 생존을 걸고 입학생 붙잡기에 나서고 있다.
 
1992년 205만명의 18세 인구는 2018년에 118만명으로 줄었다. 2032년이 되면 98만명으로 쪼그라들 전망이다. 단순 계산하면 1000명 규모의 200개 대학이 입학생 모집을 못 한다는 이야기다.
 
대학 수는 늘고 입학생 수는 제자리
1992년 523개였던 4년제 대학 수가 2018년 780개로 늘어났다. 문제는 대학 입학생이 54만명에서 61만명으로 약 10%밖에 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부 명문대학을 제외하면 누구나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 시대가 됐다. 그런데도 지방의 소규모 사립대학의 약 40%가 정원미달 상태다. 대학의 채산성 라인이라는 정원충족률 80% 미만의 대학이 120개나 된다. 입학생이 정원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대학도 10개나 된다.
 
18세 인구가 감소하고 진학률이 정체되는 환경에서 대학생은 더 늘지 않을 것이다. 일본의 대학생은 2018년 65만명에서 2031년에 48만명으로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입학생 감소는 대학 경영에 큰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수업료에만 의존하는 대학은 생존이 달린 문제다. 1990년대 후반부터 이미 대학은 경영난을 겪으며 통폐합이 시작되었다. 2003년 이후 전국에서 사립대 14개가 6개로 통합되고, 10개가 폐교되었다.
 
최근에 많은 대학이 도태 위기에 있다. 가톨릭계의 성 토마스대학(효고 현)은 2014년 11월 폐교됐다. 도쿄여학관대도 2016년 3월 문을 닫았다. 모든 사람이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 시대에 입학생을 모집할 수 없어 정원미달 상태가 계속되면 문을 닫는 대학은 훨씬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앞으로 사립대학뿐만 아니라 지방의 국공립대학에도 파급될 가능성이 있다.
 
2016년 3월 문을 닫은 도쿄여학관대. 정원미달 상태가 계속 돼 폐교했다. [사진 위키미디아]

2016년 3월 문을 닫은 도쿄여학관대. 정원미달 상태가 계속 돼 폐교했다. [사진 위키미디아]

 
이러한 심각한 상황을 인식하고 교육정책 당국은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2017년 문부과학성은 사립대학의 장래 경영문제를 검토, 폐교 가능성이 있는 대학에 대해 조기에 적절한 경영판단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하였다.
 
중앙교육심의회도 2040년을 목표로 대학의 규모 적정화와 재배치를 어떻게 할 것인지 구상 중이다. 2040년 18세 인구가 88만명으로 줄고, 대학 입학생이 51만명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내놓은 대학 개혁의 청사진이다.
 
대학의 학부·학과 단위도 재편하거나 통합하고, 대학 전체를 별도의 학교법인에 양도하는 것을 골자로 한 개혁안을 제시했다. 대학 간 재편과 통합을 촉진하려는 취지다. 국립대학법인도 복수의 대학을 그룹화해 경영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립대학은 유학생이나 사회인 입학생을 늘리는 방안을 내놨다.
 
인구가 크게 감소하는 지방대학의 대책도 제시했다. 일본 정부는 2018년 지방대학의 발전을 위한 교부금으로 100억엔을 책정했다. 대학생의 수도권 집중을 해소하기 위해 도쿄에 있는 대학의 정원을 억제하는 법안도 제출했다.
 
이러한 대학개혁 방안을 보면 정부가 대학을 보호하는 시대가 끝났음을 의미한다. 본격적으로 대학이 통합·축소기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한다. 대학 자체적으로도 경영난을 해소하려고 차별화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많은 사립대학은 대학 내 견학과 설명회를 하는 오픈 캠퍼스, AO입시제도(면접과 지원 이유 등을 중심으로 한 입시형태)를 개혁했다. 입학생의 선발방법, 입학 후의 지도 교육, 교육연구와 관리운영조직, 재무와 경영방침까지 전면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18세 학령인구 감소는 민간 사교육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15년부터 대형 입시학원이 줄지어 도산하고 있다. 저출산에 따른 학생 수가 크게 감소해 학생 확보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수험생을 확보하기 위한 사립대의 추천방식 확대, AO입시, 가정 경제적 사정 등으로 현역 입학을 우선하는 수험생이 늘고 재수생이 줄어든 것도 사교육 시장이 어려운 요인으로 작용한다.
 
일본 가나자와(金澤)공대의 방과후 실습실인 '유메코보(夢考房, 꿈의 방)'에서 이 학교 기계공학과 2학년 이토 츠바사(伊藤翼)씨가 개발 중인 저연비 자동엔진을 살펴보고 있다. 이 대학은 '유메코보' 같은 창의적인 교육 프로그램으로 지명도가 높아져 입학생이 늘고 있다. [중앙포토]

일본 가나자와(金澤)공대의 방과후 실습실인 '유메코보(夢考房, 꿈의 방)'에서 이 학교 기계공학과 2학년 이토 츠바사(伊藤翼)씨가 개발 중인 저연비 자동엔진을 살펴보고 있다. 이 대학은 '유메코보' 같은 창의적인 교육 프로그램으로 지명도가 높아져 입학생이 늘고 있다. [중앙포토]

 
사립대학은 독특한 특색과 브랜딩 전략으로 생존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유명 사립대는 지명도가 높은 유능한 교수진을 확보하고, 도시를 선호하는 학생을 받아들이기 위해 교외에 설립한 일부 캠퍼스를 도심지로 옮겼다. 각종 스포츠 경기 효과로 지명도를 높이려는 대학도 있다.
 
시대적 요청에 따라 간호와 교육, 영양 등 실용 학부 학과를 인문계에서 전환하거나 문학부를 국제학부로 개조하는 등 특색과 개성을 가진 학부·학과로 대체하는 대학도 있다. 기업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ICT·수학·통계·매니지먼트 등에 특화하거나 영업력이 뛰어난 학생을 육성하는 등의 독특한 학과를 신설하는 학교도 적지 않다.
 
일부 지방 대학은 지역의 젊은 인재를 도시로 빠져나가지 않게 하려고 독자적인 전략을 펴고 있다. 가나자와공대(이시카와 현)는 창의적인 교육개혁으로 지명도가 높아져 입학생이 늘고 있다. 저출산 문제가 한창이던 1990년대 미국 MIT 등 해외 40대 대학을 방문해 교육프로그램 개혁안을 짜냈다.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기술자를 육성한다는 취지에서 ‘프로젝트 디자인’이란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학생들이 팀을 만들어 문제 발견부터 현상과 니즈 조사, 해결까지 하는 실천적 학습방법이다. 또한 학생들이 언제든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공작기계와 부품을 갖춘 실습실을 만들어 자동차와 로봇을 제작할 수 있도록 했다. 
 
로봇 콘테스트 세계 대회에서 우승한 성과도 냈다. 24시간 운영하는 자습실도 제공한다. 이 대학은 다른 학교보다 교육연구에 훨씬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이 대학의 창의적인 교육프로그램이 알려지면서 현재 170개 기업이 연구 제휴를 하자고 손을 내밀었다.
 
대학의 글로벌화도 시급한 과제
도쿄대 야스다 강당. 문부과학성은 2014년부터 '슈퍼글로벌대학 창성지원사업'에 착수해 지원대학을 선정했는데 도쿄대, 교토대 등 13개 대학이 최고 대학으로 선정됐다. [사진 위키미디아커먼(저자 kakidai)]

도쿄대 야스다 강당. 문부과학성은 2014년부터 '슈퍼글로벌대학 창성지원사업'에 착수해 지원대학을 선정했는데 도쿄대, 교토대 등 13개 대학이 최고 대학으로 선정됐다. [사진 위키미디아커먼(저자 kakidai)]

 
대학이 직면한 문제는 인구감소만이 아니다. 대학의 국제경쟁력 강화도 새로운 과제다. 일본에 한정되지 않고, 다른 국가의 대학으로 연구자와 학생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은 과학기술 주도의 국제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국립대학의 국제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구체적으로 문부과학성은 2014년부터 ‘슈퍼글로벌대학(SGU) 창성지원사업’에 착수해 지원대학을 선정했다. 일본 고등교육의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최고 대학’과 글로벌화를 견인하는 대학을 중점 지원하는 것이 목적이다.
 
세계 100대 대학에 속할 가능성이 있는 도쿄대, 교토대 등 13개 대학이 최고대학으로 선정됐다. 글로벌화를 견인하는 대학으로 동경예술대, 메이지대 등 24개 대학이 뽑혔다. 모든 학위 논문의 영문 작성을 의무화한 아이즈대학(후쿠시마 현), 최소 1년간 해외유학이 졸업요건인 국제교양대(아키타 현) 등 독특하고 혁신적인 대학도 포함됐다.
 
최고대학엔 10년간 42억엔, 글로벌화 견인대학엔 학교에는 17억엔의 보조금을 각각 지급한다. 보조금보다 SGU 브랜드가 수험생을 모으는 강력한 무기가 된다. 글로벌 시대에 슈퍼글로벌대학 구상은 일본 대학의 국제수준을 높이는 효과적인 대책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학 간 새로운 서열화, 격차를 초래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현재 일본의 대학은 인구감소와 글로벌화라는 시대적 소용돌이 휘말려 있다. 대학은 생존을 건 치열한 경쟁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형종 한국금융교육원 생애설계연구소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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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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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