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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쓰는 돈 얼만데…양보 못해" 신병수료식 쟁탈전 벌이는 전북

지난해 11월 7일 전북 순창 공설운동장에서 열린 육군 35사단 신병수료식에서 석종건 사단장(왼쪽)과 황숙주 순창군수(뒷모습)가 한 신병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 순창군]

지난해 11월 7일 전북 순창 공설운동장에서 열린 육군 35사단 신병수료식에서 석종건 사단장(왼쪽)과 황숙주 순창군수(뒷모습)가 한 신병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 순창군]

입대 후 5주간 훈련을 마친 장병들은 신병 수료식을 하고 '작대기 한 개(이등병 계급장)'를 단다. 오랜만에 가족을 만나 부대 밖에서 5시간 동안 면회할 수 있는 특별한 날이다.  
 
이런 신병 수료식을 두고 전북에서 쟁탈전이 뜨겁다. 이 지역 향토사단인 35사단이 올해 신병 수료식 중 일부를 '주둔지 밖 다른 지역'에서 하는 방안을 검토하자 사단 본부가 있는 임실군과 주민들은 "지역 경제에 악영향을 끼친다"며 반발하고 있다.  
 
35사단은 10일 "순창군과 장수군의 요청에 따라 해당 지역에서 신병 수료식을 여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북 방위를 책임지는 사단으로서 도내 14개 시·군 중 지역대대가 없는 순창과 장수 2곳 주민과 유대를 강화하자는 취지다.  
 
35사단은 지난해 11월 7일 순창 공설운동장에서 신병 수료식을 했다. 매년 25∼30차례 열리는 수료식 중 임실 밖에서 한 건 처음이다. 황숙주 순창군수가 제안했고, 석종건 35사단장(소장)이 받아들였다. 군(軍)과 주민 간 '벽 허물기'에 두 수장이 동의해서다. 지역 홍보와 경제 활성화는 덤이다.  
 
지난해 11월 7일 전북 순창 공설운동장에서 열린 육군 35사단 신병수료식에서 신병들이 군악대 연주에 맞춰 열병식을 하고 있다. [사진 순창군]

지난해 11월 7일 전북 순창 공설운동장에서 열린 육군 35사단 신병수료식에서 신병들이 군악대 연주에 맞춰 열병식을 하고 있다. [사진 순창군]

  
신병 가족들도 대부분 만족스러워했다고 한다. 당시 수료식에는 신병 200여 명과 전국 각지에서 온 가족 800여 명이 참석했다. 순창군은 신병 운송을 위한 버스와 구급차 등을 지원했다. 가족들에게는 지역 특산품인 장류 세트를 선물하고, 강천산 군립공원 무료입장 등의 혜택을 줬다. 
 
사단과 주민 모두 호응이 좋자 순창군은 올해는 분기마다 1년에 4회로 신병 수료식을 확대해 달라고 35사단 측에 요청했다. 예산 2000만원도 확보한 상태다. 올해는 장수군까지 신병 수료식 유치전에 가세했다. 수료식 장소는 주차장이 넓은 한누리전당 종합운동장으로 정했다. 장수군 관계자는 "지역을 알리고 상권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신병 수료식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신병 수료식 유치 경쟁이 치열해진 배경은 뭘까. 군과 지자체에 따르면 신병 수료식 때 신병 가족이 쓰는 비용은 신병 1명(4인 가족 기준)당 10만~20만원으로 추산된다. 숙박비와 식사비·주유비 등이다.  
 
지난해 11월 전북 순창 공설운동장에서 열린 육군 35사단 신병수료식에 참석한 황숙주(가운데) 순창군수와 석종건 사단장 등이 관람석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 순창군]

지난해 11월 전북 순창 공설운동장에서 열린 육군 35사단 신병수료식에 참석한 황숙주(가운데) 순창군수와 석종건 사단장 등이 관람석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 순창군]

수료식 한 번에 신병은 200~250명, 가족은 800~1000명이 참석한다. 신병 250명이 수료하면 최대 5000만원이 지역에 뿌려지는 셈이다. 그동안 35사단 신병 수료식을 독점해 온 임실군은 1년에 최대 15억원(30회 기준)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본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때문에 임실군은 "신병 수료식은 단 한 번도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순창에 이어 장수까지 주둔지 밖에서 수료식이 열리면 점차 나머지 자치단체들까지 넘볼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임실군 관계자는 "35사단이 임실로 오기까지 주민 희생과 우여곡절이 있었는데 인제 와서 신병 수료식마저 다른 지역에 빼앗기면 임실 경제는 흔들린다"고 말했다.

 
35사단은 58년간 전주시 송천동에서 주둔하다 지난 2014년 임실군 임실읍으로 옮겼다. 이 과정에서 임실 주민들은 "사단이 오면 삶의 터전을 잃고, 지역 개발이 더뎌진다"며 반대했다. 2009년 '부대 이전 취소' 소송까지 제기했으나 대법원에서 기각돼 사태는 일단락됐다.  
 
지난해 11월 전북 순창 공설운동장에서 열린 육군 35사단 신병수료식에서 한 신병과 어머니가 포옹하고 있다. [사진 순창군]

지난해 11월 전북 순창 공설운동장에서 열린 육군 35사단 신병수료식에서 한 신병과 어머니가 포옹하고 있다. [사진 순창군]

지난달 20일에는 임실 지역 펜션 주인과 상인 30여 명이 '임실발전협의회'를 만들어 강경 대응에 나섰다. 이들은 "국내 사단에서 주둔지를 벗어나 수료식을 연 사례는 한 번도 없는 만큼 사단 측이 '불가 입장'을 못 박아 달라"고 압박했다. 
 
사단 측은 "곤혹스럽다"는 분위기다. 35사단 관계자는 "신병 수료식 장소는 순창과 장수를 포함해 검토 중이고, 전체 시·군을 돌면서 수료식을 할 계획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임실 지역 상인 일부의 바가지 상혼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룻밤 숙박비가 5만원인 펜션을 신병 가족에게는 5시간 이용에 12만원을 받는 식이다. 익명을 원한 지자체 한 공무원은 "35사단이 특정 지역에 있다고 해서 그 지역에서만 모든 군 행사를 해야 한다는 발상은 지역 이기주의"라고 말했다.
 
임실=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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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